테세우스의 배
문테라 헤즈윅 & 에이브 나인
에이브 나인은 과연 문테라 헤즈윅을 사랑할 수 있을까? 기존의 문테라 헤즈윅은 죽었다. 더는 따뜻한 살갗을 느끼지 못할 것이고, 더는 보드라운 살결에 뺨을 치대지 못할 것이다.
남은 것은 오롯이,
실리콘 덩어리와,
구동음 뿐.
에이브 나인은 악몽 속에서 일어난다. 코핀 속에서 눈을 뜬다. 제 하프문을 봄과 동시에 죽음을 직감한다. 저 너머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돌아다니고 있는 문-테라를 보며 울음을 삼킨다. 비명 또한 함께 삼켜 목구멍 너머로 녹였다. 모든 것이 같았으나 달랐다. 안겨도 물컹거리지 않을 살, 월면을 닮은 새하얀 머리칼,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언제나 같은 신체 위의 흉터와 그 위에 녹아든 녹색 눈빛은…
헉, 하고 잠에서 깨어난다. 에이브 나인은 지독한 꿈을 꾸었다고 여긴다. 당신은 이제 이 세상 어디에도 없음에 어설픈 복제본은 만들어졌고, 나는 그런 것 조차 좋답시고 따라나설 것이다. 정해진 운명이란 것이 그렇다…
“야생원숭이새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길래 써틴과 다급하게 코핀에서 나왔나요?”
“당신 생각을 했습니다. 로맨틱하다고 놀릴 생각 말고 제대로 들으십시오. 나는 아마 당신을-”
“잠깐, 자아 이야기 하는 거라면 타이밍이 적당하지 못해요. 나도 나에 대해 제대로 정체화를 내리지 못했는 걸요. 그러니 내게 혼란을 주는 것 대신 잠깐 추스르는 시간을 가지길 권장할게요.”
“지독합니다, 당신.”
“이름으로 불러야죠, 아가?”
“지독합니다, 코드 : 문테라 헤즈윅…”
문테라 헤즈윅 또한 이 관계 사이에서 일어난 이변을 곧바로 알아차린다. 이 새끼 원숭이, 또 다른 생각을 하고 있군. 이마를 두 번 가볍게 두드려 준다. 월면에 도착하기 전에 한 것에 비해선 더 강하게. 이제 슬슬 감을 잡을 수 있겠는 걸.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어도 쉬이 나오지 않는단 사실에 낭패라 여겼으나-잠시만-이건 누구의 기억과 경험이지? 한 차례 더 연산 과정을 거친다. 그러다 정신을 차리면 에이브 나인은 그 익숙한 구동음을 알아차리고 제 품에 안긴 뒤이다. 마주 팔을 뻗어 안아준다. 얘는 정말이지, 나 없으면 어쩌려고 했을까. 미약하게 떨리는 신체에 기대어 눈을 감는다.
그래도 나,
너에게 여전히
온기를 제공할 수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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