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걸 진심으로 생각하니
그대께선 장난을 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에이브 나인은 살의라는 것이 무엇인지 체감했다. 농담이 아니라, 지금 당장 이 자리에서 벽돌을 꺼내 저 머리를 내려치고 싶었다. 어디서부터 오해가 시작된 건지 감도 안 잡혔다. 분노가 사그라드는 것은 금방의 일이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고, 우리는 다르게 태어났으니 인식되는 개념과 자각하는 애정의 형태가 다를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해서 네가 내 모든 것을 부정해도 괜찮다는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귀하께선 내가 한 모든게 장난 같으신 모양이죠. 좋아요, 그렇게 합시다.”
“무슨 말을 그렇게 하십니까, 나인.”
“아니, 진심으로요. 으하하, 하하, 하…….”
“왜 또 웃으십니까. 사람 그렇게 놀리면 안됩니다.”
“당신이 같잖아서 그렇습니다. 평생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내 모든 말 농담이고 거짓이며, 당신 속 뒤틀리게 만들기에 뻔할 뻔자에 가까운 행동들이니 말입니다.”
“나인. 화나셨습니까?”
“당신 알 바는 아니지요.”
차가운 물이 사이를 두고 흐른다. 시온 라피우슨 해당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에이브 나인은 당장이라도 저 청년의 목을 조르고 싶었다. 네가 뭐라고 감히 내 모든 감정을 거짓으로 치부해. 그런데 시온 라피우스도 환장하고 펄쩍 뛸 노릇인지라, 당신이라 해도 나를 조롱할 수 없다는 것이 입장이었다. 모든 것을 가까스로 이해한 에이브 나인은 맑게 웃어주길 택한다.
그러십시오, 당신 원하는 대로 모든 게 흘러가기를. 내가 기꺼이 이번 한 번 만큼은 당신이 바라는 거짓을 가정할테니, 내가 빌어먹을, 당신을 사랑하기에 기꺼이 거짓으로 가장할테니 그대께선 처신 똑바로 하기를. 그러므로 반 걸음 물러나고, 예의 바르게 커트시를 하며 인사를 한다.
“내 성격 원래 이렇다는 거 알지 않으셨습니까. 견디십시오.”
“아무리 당신이라 하더라도 무례합니다, 그런 말들은. 진심 한 톨도 없으면서.”
“플라토닉도 사랑 아닙니까? 내 가치와 무게를 폄하하지 마십시오.”
“………그 뜻은, 아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하지만 제게도 감정이 있어요.”
“차마 내뱉지도 못하고 전전긍긍하게 여기며 속에만 품고 있는 더러운 말들이요?”
“…….”
“장담하죠. 그쪽보다 내가 더 한 맺힌 게 많을 겁니다.”
아. 정말 짜증나고 알기 쉬운 사람이야. 에이브 나인은 시온 라피우스의 일그러진 낯을 보며 생각한다. 짝- 한 바퀴 손목을 돌려 낯을 갈긴다. 그래야만 겨우 이 묵은 감정이 풀릴 것 같아서였다. 상대는 자신이 뭐가 된답시고 얌전히, 영문도 모른 채 얻어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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