コンヨハ

[ 콘스요하 ] 한때의 허상, 허구, 꿈일지라도

by 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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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이트 그랜드 오더 LB 6.5장, 사상현현계역 트라움 스토리 내용을 다수 포함하고 있으며, 관련 스포일러가 있으니 열람 시 주의 바랍니다.

* 처음부터 끝까지 요한나의 시점으로 이루어진 서술에 가깝습니다.


요한나는 이따금씩 생각한다. 어쩌면 떠올리는, 회상하는 것에 가까운 그 사람과의 첫 만남을. 복권 계역이 생기게 된 그 순간을. 자신을 위해서 희생되어 가는 이들을 보고 있자면 시작점을 되짚어 보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

처음부터 자신을 위한 타인의 희생을 바란 적은 없다. 하지만 요한나는 자신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고 지워버린 범인류사에게 반역하고 싶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니 제게 ‘너의 복권을 약속하겠다’던가, ‘너의 존재를 긍정하겠다’는 그의 말은 와닿을 수밖에 없는 말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그런 이유만으로 그걸 받아들인 거였냐고 물으면 그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반역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해도 일단은 범인류사 측의 서번트로 소환되었고, 그런 자신을 생각하면 반역하는 그에게 붙었다가 언젠가는 배신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그런 생각이 들었으니까. 그런 것을 자신에게 제안해 준 이에게 말해보지만 돌아오는 말은 그런 건 아무래도 상관없다는 듯한 대답.

그렇다면 이 사람은 나를 동정하고 있는 걸까? 아아, 그래! 존재 자체를 부정당한 사람을 앞에 두고 있다면 그 누가 동정하지 않을 수 있겠어. 대개 서번트로 소환되는 이들은 존재를 부정당하긴커녕 이름을 새기고 그렇게 오래, 적든 많든 사람들의 기억과 기록 속에서 살아간다. 하지만 요한나만은 달랐다. 그러니 그런 이들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 동정받게 되어도 이상할 것 없다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요한나가 동정을 바란 적은 없다. 아니, 그런 건 해주겠다 해도 사양하고 싶었다. 그랬을 테지만……. 그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말뿐만인 것이라고 해도, 반역하겠다는 목적을 가지고 맞지 않는 계역을 나와 우연히 만난 자신의 이유를 듣고 그것을 반역할 이유라며 덧붙인 것일 뿐이라고 해도 자신을 긍정해 주겠다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놓아버리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요한나는 홀로 서지 못할 정도로 약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와 동시에 어쩌면 위태로울지도 모르는 자신에게 뻗어온 손을 내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사람도 아니었다. 그렇게 되어버린 결말을 체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것과는 별개로 존재를 부정당한 것은 누구에게나 충격적일 거고, 그건 요한나에게도 매한가지였으니까. 그러니 그런 그에게 어쩔 수 없다는 듯이 패배를 선언하고 함께하기로 한 시점에서 자신을 위한 타인의 희생은 정해진 것이었다. 그것을 요한나가 모를 리는 없었으니.

복권 계역을 세우기 위해서 뜻이 맞는 서번트들을 모으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던 거 같다. 그가 요한나에게 했던 것처럼 다른 서번트를 말로 구슬려서 데려왔을 수도 있고, 이야기를 듣고, 또는 복수 계역이 맞지 않아서 복권 계역을 찾은 이들도 분명 있을 테다. 그렇게 하나둘씩 준비가 되기 시작할 즈음이면 요한나는 다시 한번 생각에 잠기게 된다. 역시 범인류사 측 서번트여서 그런 걸까. 어딘가에 망설임이 존재하는 것처럼. 하지만 이제 와서 돌이킬 수는 없다. 그가 뻗어온 손을 잡은 시점에서, 자신을 긍정해 주겠다는 이의 손을 한 치의 고민 없이 잡아버린 시점에서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어버렸다. 도망치기에는 늦었고, 후회하기에도 늦었다. 솔직히 아직 준비 중이고 제대로 시작되기 전이니, 복권 계역을 두고 다른 곳으로, 그러니까…… 정확히는 어디로 갈지 생각하지 않았지만. 여하튼 어디로든 찾지 못할 곳으로 떠나 버리면 원망을 사더라도 닿지 않을 테지만, 그런 생각을 하다가도 고개를 젓는다. 요한나는 그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곳을 떠나면 자신의 존재를 긍정해 줄 사람을 잃는 건 당연할뿐더러… 아니, 어쩌면 이건 아무래도 좋았다. 원망을 사게 되는 것 또한 그랬다. 그런 것보단 그를 두고 떠나게 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 그도 그럴 게 이 계역이 세워진 이유도, 목적도 전부 나잖아. 그런 단순한 이유만으로. 그러니 요한나는 넘어간 것처럼 말하며 패배를 선언했을 때부터 콘스탄티노스를, 복권 계역을 배신할 생각 같은 건 없었던 거일지도 모른다.

함께하는 시간은 즐거웠다. 비록 소환된 장소는… 전쟁터나 다름없는 장소였고, 그렇기 때문에 바라지 않는다 한들 계역의 사람들을, 서번트들을 매일같이 내보내선 때로는 두세 명, 많을 때는 수십 명까지 잃기도 했지만…. 그런 것들을 제하면 그와 함께 지내는 시간들은 분명 즐거운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사람들의 앞에서는 교황다운 격식을 차릴 필요가 있었지만, 콘스탄티노스를 상대로는 그러지 않아도 되는 것 또한 그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겁다는 생각이 들게 하는 것 중 하나였으리라. 처음부터 그에게는 거친 말투를 쓰는 모습도 보였으니까. 다 알고 있는 사람과 단둘 뿐이라면 답답하게 격식을 차리고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 요한나가 그렇게 말을 던지면 콘스탄티노스는 눈꼬리 휘어 웃는 것으로 답한다. 정말, 이 사람은 여유로운 듯하면서도 속내를 잘 알 수 없고, 몰래 못된 꿍꿍이를 꾸미기도 하는 사람이야! 하지만 내가 없어도, 당신이 없어도 이 복권 계역은 성립할 수 없으니까, 끝까지 살아 남아야 해. 콘스탄티노스. 요한나는 그렇게 바랐다.

하지만 그런 바람은 하늘이 들어주지 않는 법이다. 피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 운명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운명… 나, 환상에 불과한 여교황 요한나가 언젠가는 공격에 소멸하는 그게 정해진 운명이었던 거다. 별수 없지, 나는 있을 수 없는 현실이니까.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콘스탄티노스는 요한나를 감쌌다. 자신의 보구로도 막아내지 못할 환상을, 몸으로 지켜낸 것이다. 어째서?

어째서. 왜? 아니, 아니야. 그보다 중요한 건 그가 자신과 같은 결론에 다다른 후 몸으로 지켜낼 거라고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왜 그런 어리석은 선택을 한 거야, 콘스탄티노스. 환상을, 꿈에 불과한 나를 자신의 목숨과 바꿔 지켜낸다니.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야? 공격을 받은 후에도 즉시 소멸하지 않도록 캐스터들의 도움을 받아 복권 계역에 데려와서는 눕혀보지만, 치명상은 치명상이다. 우리는 이미 죽은 인물이고, 그렇기 때문에 영핵을 뚫리면 더는 수복이 불가능하다. 요한나는 누워 있는 콘스탄티노스를 내려다본다. 왜 이렇게까지 슬픈 기분이 드는 걸까. 다른 서번트들이 전사 戰死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이렇지는 않았던 거 같은데. 이렇게까지 가까이에서 죽어가는 사람을 보는 건 처음이니까? 아니면, 그와 보낸 시간들이 너무 즐거웠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당장은 아무래도 좋았다. 그러니 눈을 떠 봐, 콘스탄티노스. 통하지도 않을 기도를 해본다. 살려내는 게 불가능하다면, 그가 눈이라도 뜨게 해달라고. 이 정도는 들어줘도 되는 게 아니냐고.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그의 눈이 느리게 뜨였다 다시 감으려 하면 요한나가 급히 왜 눈을 감는 거냐며 그를 깨운다. 눈을 떠준 그 순간의 안도감. 하지만 오래는 버티지는 못한다. 그것은 누구나 알 수 있는 사실이었기에.

이 바보! 어째서 나를 감싼 거야! 요한나는 금방이라도 울 것만 같은 표정으로 막 눈을 뜬 그에게 그런 말을 해보지만, 콘스탄티노스는 말이 너무 심한 걸, 하고 농조로 말하며 몸을 일으킨다. 그리곤 그가 준비한다. 복권 계역을, 모든 것을 끝낼 준비를. 계역 내의 이들에게 요한나에 대해서, 복권 계역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다음은 복수 계역을 가도, 왕도 계역을 가도 좋다는 이야기를. 이것으로 복권 계역은, 꿈에 불과한 이에 대한 복권은 끝이다. 즉, 그와의 작별도 곧이라는 이야기다.

콘스탄티노스와 작별하고 싶지 않아. 함께 보낸 시간이 즐거웠는걸. 여교황 요한나라고 하면 생전에도 그다지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는 못했으니까 이 시간이 더욱 즐거웠고, 행복했으며 소중하다고 느낄 수 있는 거일지도 모르는 일이지만… 여하튼 그와 이곳에서 함께한 시간들이 즐거웠다는 건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작별하고 싶지 않은 것도, 그의 죽음이 다른 이들과 같은 미안함이 아닌 슬픔인 것도 이 때문이겠지. 요한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하지만 원치 않는다 해도 이별은 언제나 찾아오기 마련이다. 미련도 슬픔도 없이 보내줄 수는 없음에도 보내줘야만 하는 때는 온다. 그의 마지막을 지켜볼 수 없다는 게 슬프다. 그의 죽음도 슬프다. 그럼에도, 요한나에게는 콘스탄티노스와 복권 계역의 존재에 의미는 있었다.

여교황 요한나의 존재는 한 때의 허상, 허구의 꿈이라고 할지라도 콘스탄티노스와 함께하는 순간 만큼은 허구이지 않을 수 있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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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력적인 반딧불이

    트라움의 부제는 어느 환상의 삶과 죽음인데, 전 이 부제가 항상 콘요하한테 정말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거든요. 콘스는 어느 환상을 현실의 삶으로 끌어내리려고 발버둥치고, 결국은 죽음을 맞이했지만 마지막 문장처럼 요한나라는 환상의 존재는 자신을 위한 삶을 살아준 트라움의 콘스가 함께하는 순간들은 진실의 삶을 살면서 보낼 수 있었을 거라 생각해요... 삶을 구성하는 것 중에 자기 자신을 제외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타인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요한나에게 콘스는 문자 그대로 요한나의 삶을 구성하는 아주 많은 것을 쥐어준 사람이겠죠?? 글 중 요한나의 말처럼 복권은 꿈에 불과하고 작별은 불가피했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서로에게 느꼈던 감정과 나눈 마음은 정말 아름답다고 생각해요. 한 명의 독자로서, 그리고 플레이어로서 저에게도 와닿은 그 마음이 이 글에 그대로 녹여있다는 느낌을 받아서 이 글 또한 아름다웠어요. 멋진 글을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공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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