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오찬조의 우울

2023 개소리 극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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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하고, 부도덕한, 연속되고 단절하는, 좌우지간 끊이지 않는 존재를 나는 무감각한다.

쏟아지는 공,
쏟아지는 공,

흘러들어오는 구체의 덩어리감을 짓눌러서 바람 빠지는 소리가 나게 한다. 무너지는 불협과 핍진한 소음이, 오찬조 삶의 무게만큼 맥 없다.

연체한 탄생이 속세에서 시들시들하도다.
고루한 세계는 어서 빨리 져라.

일러두건대 찬조는 인생의 굵직한 맥에서 거세되었다. 팔 한 짝 제물로 바치는 일은 다만 쑈고, 어드메부터 잘못되었단 사실만 명명백백이라. 이러한 삶에 있어 흥취가 되기 힘든 곁가지들이 어떻게 되었느냐면 딱 짚기가 어렵다. 모조리 임시방편으로 몇 시간분의 수명만을 무한히 반복하고 있단 말이다.

그리하야 껍질뿐인 포부로 거만히 읊조린다.

날로 소실하는 생명을 딛고, 오찬조. 현 세기에는 정을 붙이지 아니한 채다. 변화 따위나, 무형의 성장에나, 사람들이 향유하지 않는 시작 나부랭이가 있다면은 나는 취하겠다. ¹

오찬조는 공허를 응시한다. 먼지도 허공에 자리가 있다. 대체되더라도, 대체되더라도, 여전히 변화하며 현존한다. 초점을 흩뜨리며 되도 않는 두뇌로 헤라클레이토스의 로고스를 탐닉한다.

죽은 영혼도 빠져나갈 틈 없어 갇히는 꽉 짜인 관 같은 곳일지라도.
그에게는 삶을 목도하지 않는 비가시적 행복 속에 덤덤하게 성년이 되는 시대가 있다는 믿음 뿐이다.

신은 죽었다.
그러나 오찬조는 희미하게 안다.
현존한 적 없는 신의 존망이 가냘픈 인간의 손 위에서 춤을 춘다. 두려워서 회피하고 싶어서 끝도 시작도 무서워서, 내달리는 두렴의 발자국이 손바닥에 푹 자욱을 남긴다.

당장 내일 죽음을 맞이한다고 한다면
살았다는 증거를 남길 것인가
살아갈 수단을 찾을 것인가
설혹 영혼이 흩어진다고 해도 세계는 사라지지 않고 ²
1999년을 넘었던 것처럼 2012년도 넘어설 것이며
22세기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났다 한다면
케케묵은 오만한 숨을 터뜨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망상을 볼모로
근로하지 않는 육체를 침침한 곳에 내버려두고,
20세기와 21세기에 거둬진 늙지 않는 혼이 정신을 갉아먹도록 방임하며
나태하도록 성실히 생존하고 있다.

이 모든 심정을 허구로 취급하며, 낮이면 가방을 챙겨들고 오토바이에 시동을 걸고 밤이면 구인신문이나 새 카탈로그를 쥔 채 찾아드는 존재의 불안감도 해소되지 않을 거라면 차라리 버팀목으로 장수하라.

그도 안 된다면 확인되지 않은 원령들과 허하고 음울한 주민들의 망상이 차라리 질긴 목숨을 덮치게 하라.

신세계 따위는 없다고,
정의와 희망만이 고개를 드는 미래라 한들
죽음은 평등하고
천국도 지옥도 헛것³인 현대에서
오찬조는 죽음이 아니라 살아있지 않음을 택하고파 옳은 팔로 눈앞을 휘젓는다.

나태하도록 성실했고 오만하도록 정직했다.
불안감이 더는 타오르지 않는다.
더는, 더는 타오르지 않는다.
오찬조는 몸을 일으킨다. 눈앞에 다만 찬란한 붉은 머리칼을 걷어낸다. 머리가 생생하게 어지러웠다.





¹스즈미야 하루히의 우울, 타니가와 나가루
²망각심중, OPA
³데스 노트, 오바 츠구미, 오바타 타케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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