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권 무협 AU

만남의 광장 (3)

철권 무협 AU

집밥상 by 양동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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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디까지 도망가고 있는 거야?’

사부님한테 도움을 받고 투지를 불태운 화랑은 지금 마을 지붕을 뛰어다니고 있었다.

아까까지만 해도 죽일 듯이 공격하던 괴물이 합을 겨루다가 갑자기 담을 넘어 도망치기 시작한 탓이었다. 갑작스러운 태세 전환이 기막히긴 했지만, 그래도 잘 따라가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건 사람들이 가장 많은 시장 쪽을 향해 도망가진 않았다.

쫓아오는 화랑에게 뭔가를 하지도 않는 걸 보면 전력으로 도망치는 것 같았다. 아니면 이제 그럴 힘도 없거나.

“마을 밖으로 나가면 살 줄 아나.”

화랑이 경공을 써 속도를 높였다. 금방 구슬을 따라잡은 화랑이 옆에서 코웃음을 치면서 구슬을 발로 후려쳤다. 둔탁한 소리와 함께 구슬이 바닥으로 추락했다. 충격으로 먼지구름이 작게 일어났다. 떨어진 장소로 착지한 화랑이 바닥에 박힌 구슬을 바라봤다.

처음 봤을 때의 화려함은 온데간데없이, 산산조각 나기 직전으로 금이 갔다. 그럼에도 용케 부서지지 않고 구슬 형태는 갖추고 있었다. 만신창이가 된 모습으로라도 어떻게든 움직이려고 하는지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진짜 질기네. 그래도 내가 이겼다고.”

화랑이 마무리하기 위해 가까이 다가갔다.

‘사부님한테 내가 얼마나 성장했는지 못 보여드린 게 아깝네. 이런 놈한테 맞는 모습만 보셨을 텐데.’

구슬을 밟고 힘을 주려고 했을 때, 뒤쪽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졌다. 그 느낌에 뒤를 돌아본 화랑은 마을에서 불기둥 같은 것이 치솟는 광경을 목격했다.

“뭐야. 아직도 발악하려는…. 잠깐. 저기….”

우리 도장 쪽이잖아. 설마.

‘…사부님?’

그 생각이 이어지기 전에 이미 몸이 도장 쪽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마을을 찾고 나서부터는 기운을 찾기 쉬웠다. 흐름을 따라 가장 강렬한 흔적이 남은 곳에 도착하자 한 사람이 있었다.

마루에 앉아 명상을 하는 중년의 남성은 멀리서 보면 평온한 모습이었다.

‘이런 걸 보리라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의 기는 금방이라도 물이 넘칠 것 같은 그릇과 같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기의 동요가 멈추지 않고 그를 휘감는 게 보일 정도로 날뛰고 있었다. 건드리기도 말을 걸기도 애매한 상황임에 거리를 두고 지켜보고 있던 중 명상하던 남자가 말을 걸었다.

“화랑이냐?”

“…….”

“아닌가 보군. 물러나게나. 이리하는 걸로도 한계가 있으니.”

그의 몸에 흉흉한 기운이 감돌았다. 그 기운은 그가 쫓았던 기운이었다.

“…혹시 인간이 아닌 걸 보신 겁니까?”

“그걸 쫓아 온 건가?”

“예. 없애러 왔습니다.”

“내 제자가 그걸 쫓아 나갔네. 다만… 큭.”

격통을 느낀 것처럼 숨을 몰아쉬던 그가 눈을 떠 자신을 보았다. 붉게 충혈된 눈이 한계를 알려주고 있었다.

“자넨…. 내가 걸린 기운과 이를 푸는 방법을 알고 있겠지. 난 지금부터 스스로 점혈해 내가 움직이지 못하도록 막을 거라네. 그동안에 부탁 좀 함세.”

“갑자기 기운을 끊으셔도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동안 살면서 많이 겪어왔으니 자네가 걱정할 바가 아니네. 이지를 잃고 날뛰는 건… 다시 겪고 싶지…. 하아…, 이보게.”

“예.”

“내 제자에게… 잘 설명해 주게나.”

그는 그 말을 끝으로 기절했다. 앞으로 그가 쓰러지자 주체하지 못한 기운이 폭주해 솟아올랐다. 불꽃처럼 폭주하는 기에 날아가지 않게 자세를 수그렸다.

폭주가 잠잠해지자 곁으로 다가간 그는 쓰러진 사람이 편히 누울 수 있게 자세를 고쳤다. 숨을 쉬고 있었지만 흉흉한 기운이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걸린 힘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던 중, 누군가가 빠르게 날라오고 있다는 걸 알자 하늘을 봤다. 붉은 머리, 단정하진 않은 옷차림. 아마 그가 말했던 제자일 것이다.

‘나이는 나와 비슷한 것 같은데. 응?’

지면에 착지한 그가 다짜고짜 달려들었다. 날아오는 발차기를 양팔로 간신히 막았다.

“큭!”

“죽어!”

뒤로 밀려난 사이 발목을 차 중심을 잃게 만든 그는 다시 머리를 노렸다. 왼팔로 겨우 막고 밀쳐내 거리를 벌린 뒤 마주 보았다. 그는 금방이라도 공격하려는 듯이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진정해라. 난…”

“진정은 무슨. 네가 사부님을 쓰러뜨렸잖아!”

“오해다.”

“거짓말 하지 말라고!”

“하….”

쓰러진 스승 곁에 있는 수상한 인물. 당연하게 자신이 스승을 쓰러뜨렸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 하나 고민하던 중 알게 된 정보를 하나 말했다.

“네 이름 화랑이 맞나?”


다시 도장으로 돌아왔을 때, 수상한 인물이 사부님을 쓰러뜨렸다고 판단한 화랑은 대화보단 공격을 선택했다. 공격이 막히고 대화가 오가도 화랑은 그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자신의 이름이 나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네가 어떻게 내 이름을 알아?”

“네 스승님께서 부탁하셨다. 지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너한테 설명해 주라 하셨지.”

얼굴을 가리던 넝마를 뒤로 넘긴 그가 다시 말했다.

“내 이름은 카자마 진이다. 괴물을 쫓아 여기로 왔을 뿐이고. 좀 더 이야기 나눠볼 생각 없나?”

“…좋아. 자세히 좀 말해봐.”

“그럼 그 전에 네 스승님을 안으로 옮기고 마저 이야기하지.”

진이 사부님을 조심스레 안았다. 곁으로 온 화랑이 방을 소개해 옮겼다. 방에 눕혀드리고 방 밖으로 나온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었다.

“그러니까 지금 사부님이 저렇게 된 건 괴물의 영향이라는 거지?”

“그런 것 같다. 아마 기를 빼앗는 술법인 것 같은데…. 그것 말고도 다른 영향이 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스스로 실신하기로 결정하신 것 같고.”

화랑이 한숨을 내쉬며 양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그러자 진이 말했다.

“큰 걱정은 안 해도 괜찮을 거다. 괴물만 쓰러뜨리면 해결될 문제니까.”

“잠깐. 괴물은 내가 쓰러뜨렸는데.”

의아한 얼굴을 하던 진에게 화랑이 그동안 자신이 괴물과 싸웠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진이 다시 물었다.

“마지막으로 깨진 구슬이 형체도 없이 사라졌나?”

“그건 확인 못 했는데.”

“그렇다면 아직 살아있다는 게 맞겠군. 네가 떠난 틈을 타 도망갔을 수도 있겠지.”

“진짜냐? 그럼 당장 잡으러 가야….”

자리에서 다급하게 일어난 화랑을 진이 제지했다.

“왜? 왜 막는 건데?”

“괴물은 나 혼자서 충분하다. 발목 잡지 말고 너는 여기나 지켜라.”

“야 너… 뭐라고 했냐?”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본 화랑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밖으로 걸어가던 진이 다시 말했다.

“나 혼자서도 충분하니까 발목 잡지 말라고 했는데, 문제 될 게 있나?”

그 한마디가 화랑을 뛰쳐나오게 만들었다.

달려든 화랑의 공격을 피하고 물러선 진은 이해가 안 된다는 표정이었다.

“너….”

“누가 발목을 잡는다고? 누가 힘 다 빠졌다고? 네가 뭔데 어디서 명령질이야!”

진심으로 분노한 화랑이 진을 향해 돌진했다. 갑작스러운 공세에 당황한 틈을 타 화랑은 진의 명치 쪽에 발을 제대로 명중시켰다. 내공까지 실린 공격에 벽까지 날아가 부딪친 진이 신음을 내뱉었다.

“그렇게 자신 있으면 붙어 보자고. 난 너 이길 자신 있으니까.”

“…….”

자리에서 일어난 진이 화랑을 노려보았다. 서로를 지켜보던 두 사람이 이윽고 주먹과 발을 맞부딪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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