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귀환

[화산귀환] 검술

청명이 청문에게 생일 선물을 합니다.

Pumpkin Time by 화련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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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2. 04. 23. 화산귀환 전력 주제 '장신구'

※ 과거 및 설정 날조 주의. 웹툰 화산귀환 34화를 보고 작성했으나 따로 큰 스포일러는 없습니다. 퇴고 X 단문.


“이건 어떻소? 꽤 유명한 차라고 하던데.”

“저번에 등 떠밀려서 사파 새끼들 없애러 나왔다가 돌아갈 때 드렸다. 아직 사형 처소에 산더미처럼 쌓여있을걸.”

“……그럼 저건?”

단호한 청명의 대답에 머리를 긁적이던 당보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다른 곳을 가리켰다. 손끝을 따라 시선을 옮긴 청명이 고급스럽게 생긴 술병을 보고는 미간을 좁혔다.

“야, 생각 좀 해봐라. 장문사형이 저런 걸 드실 것 같냐? 그리고 그 양반은 독한 술 잘 안 마셔.”

“아니! 어쩌자고, 그럼!”

“그런데 이 새끼가?”

연이은 투덜거림에 버럭 소리치자 귀 한쪽을 막은 청명이 주먹을 휘둘렀다.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내지른 것이지 진심으로 때리고자 한 것이 아니었기에 그의 주먹이 당보의 얼굴 옆을 휙 스쳐 지났다.

“소리를 왜 질러! 귀청 떨어지는 줄 알았잖아!”

청문이 청명의 생일을 만들고 매년 축하해주었던 것처럼, 청명 또한 다른 누구도 아닌 청문의 생일만큼은 어떻게든 챙기려 들었다. 그것도 한두 번이지, 이제는 중원을 뒤집고 다녀야 줄 만한 선물을 찾을까 말까였다. 하필 제 사형이 잘난 탓에 대화산파 장문인 자리에 있기 때문이었다. 남들이 보기에 사치스러워 보이지 않으면서 그렇다고 촌스럽지도 않은 선물을 해야 했으니까.

그래서 그나마 저보다 바깥에 대해 잘 아는 세가 놈 하나를 불러다가 데리고 다니며 선물할만한 것을 찾던 차였는데….

“하여간 술 사줄 테니 선물 좀 골라보라고 저놈을 데리고 나오는 게 아니었는데, 성질머리 더러운 놈.”

청명이 남 욕인지 제 욕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한 진열대를 발견하자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청명이 그러거나 말거나 걸어가며 주위를 살피던 당보를 불러 세웠다.

“……야, 당보.”

“또 왜 부릅니까?”

“찾은 듯?”

“예?”

“기다리고 있어봐라. 다녀올 테니까.”

청명이 성큼성큼 걸어가 진열대 앞에 섰다. 붉은 수실로 매듭지어진 꽃 매듭이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촌스러워 보이지도 않았다. 매듭이 매화 모양일 수는 없지만, 매화 하면 화산이고, 화산 하면 매화 아니던가. 청명이 유심히 들여다보던 장식을 집었다.

생각해보니 청문이 자하신검에 달고 다니던 검술도 꽤 많이 상했던 것 같다. 청문이 자하신검을 넘겨받기 전부터 달려있던 것이었으니 그럴 법도 하다.

“이걸로 하나 주시오. 선물할 거니까 포장도 해주시고. 고급진 걸로다가.”

청명이 품에서 전낭을 꺼내어 값을 지불하고서 포장된 검술을 건네받아 품에 넣었다. 만족스러운 듯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당보에게로 걸어갔다. 이럴 거면 여태 왜 제게 딴죽을 걸어댔는지 모르겠다고 연신 투덜거리던 당보가 말했다.

"선물 샀으면 이제 술이나 마시러 갑시다."

"결국 선물은 내가 골랐으니까 술은 네가 사라."

"말코 새끼……."

 


 

“또 뭘 잘못했기에 살금살금 들어오느냐?”

뒤에서 청문의 목소리가 들리자 기척을 대충 죽이고 걸어가던 청명이 뒤를 돌아보며 말했다.

“제가 지금 온 건 또 어떻게 아셨수?”

“네가 작정하고 기척을 죽인 것도 아닌데 이 정도쯤은 눈치채지. 그래, 또 말없이 밖에 나가서 뭘 하다가 이제야 들어온 것이더냐?”

선물을 산 이후 술을 퍼마시다가 느지막한 시간이 되어서야 화산을 올라 담벼락을 넘어 처소로 돌아가려던 참이었다. 생일 선물은 이따 낮에 줘도 되니까. 장문인 처소에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지라 기척도 대충 죽인 것이었는데, 이렇게 걸릴 줄 알았으면 평소에 도망 다닐 때처럼 기척을 죽일 것을 그랬다. 되지도 않게 여유 부리다간 한 대 맞고 혼나겠다 싶어 청명이 품에서 포장된 선물을 꺼내어 건넸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청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느릿하게 끔뻑였다. 얼결에 받아든 선물을 천천히 풀자 붉은 실매듭이 손에 잡혔다.

“그으, 검 손잡이에 달린 게 다 낡고 헤졌길래요. 생일 선물도 챙길 겸.”

대화산파의 장문 자리에 앉은 사람이 다른 사소한 건 다 신경 쓰면서 그런 것은 왜 신경 안 씁니까? 누가 보면 화산에 돈 없는 줄 알겠네. 이어지는 침묵에 괜스레 민망해 고개를 돌린 청명이 연신 투덜거리며 사족을 덧붙였다.

'마음에 안 드나?'

청명이 목덜미를 긁적이며 슬쩍 눈알을 굴려 그의 반응을 살피려 들 때였다. 청명아. 청문의 부름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다.

“……고맙다. 잘 달고 다니마.”

청문의 얼굴에 어린 미소에 청명 또한 마주 보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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