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피그말리온의 사랑

동상 만드는 그노제스. 그노힌셔

240314

*애늙은이 그노제스 외전까지 스포

*그노제스 관련 날조 多 주의. 사망소재




"아, 오셨군요. 주문하신 건 다 마쳐놨습니다." 

문 밖에 선 키가 큰 여성은 체감상 그보다 훨씬 어렸다. 붉은 후드를 미사포 마냥 단정히 써 가린 얼굴에도 그노제스는 전번에 성문에서 보았던 그의 시원스런 이목구비와 옅은 말투를 여러 기사손님에 대한 기억으로부터 분리한다. 무던한 기색으로 인사를 마치고 들어와 내놓은 주문들을 확인하는 몸가짐에는 군더더기가 없다. 

"저 보라고? 오늘은 영 얌전하군."

"지난 번엔 무어에 그렇게 성을 냈던 거람."

반문 뒤에서 수근 거리는 소리를 등너머로 들으며 그노제스는 웃음에서 난처한 티를 내지 않으려 했다. 기사들의 무뚝뚝한 일이야 하루 이틀의 것이 아니고 그는 오늘은 문제를 일으키지 않으리라 단단히 다짐하고 온 듯 했으니까. 

"...전번에는 실례가 많았소."

그러니 값을 치르면서도 굳이 지나간 일을 꺼내어 건네는 사과를 받는 일이 그로서도 편치는 않아 아, 참 저쪽도 어지간히 묻어두는 성격은 아니구나 하였다. 전달을 하던 이쪽의 어색한 태도도 문제가 있었음이 분명했다. 어찌된 경우건 손님 앞에서 제 식구를 혼내는 취미는 없었으므로. 

"저희도 실수 했는 걸요. 불편한 곳이 있으면 언제든 고치러 오세요."

다만 그런 대답에 차린 예의와 함께 다음 거래에도 함께 해주십사 하는 화해의 요청을 넣는다. 

그로부터 칠 일도 지나지 않았을까. 생각보다 이르게 찾아온 AS의 요청은 그노제스가 직접 그와 그의 사부가 머무르는 기사들의 사택에 지나가는 김에 들러 이루어졌다. 낮은 문간에 걸리지 않으려 고개를 숙이며 들어가는 그의 등에서 밝은 금발이 흘러내린다. 그건 일평생 수도에서 봐온 금발과 비교하면 눈에 띄는 일광의 계열은 아니었으나, 가루를 내어 뿌린듯한 탁한 금색에서 은은하게 빛이 감돌았다. 묵묵하게 말을 건네온 상대는 그노제스를 복도 안쪽에 살롱으로 인도했다. 그다지 넓지 않지만 그와 비슷하게 전체적으로 노란톤으로 단장된 안락한 거실 공간. 사부와 둘이 지낸다는 것은 사실인 듯하다. 금새 들어온 재청에 긴장한 것과 달리 의뢰인은 그에게 너그러웠다. 아마 그보다 한 두살 어릴까. 사소한 조정이 필요한 무구는 들고 온 장비 중엔 마땅한 것이 없어 대장간으로 가져가야 했다. 그노제스는 곧 그의 무시무시한 인상에도 마음을 다스리며 일을 마치고 나오려던 참이었다. 뒤따라오는 그가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바쁜 거라면 내가 가게로 찾으러 가겠소."

문간을 지지하고 선 이에게선 정중하고 담담한 기색이 흐르면서도 아까보다 살짝 더 흐트러진 머리에, 아, 이사람. 서둘러서 나왔구나. 하는 것이 절로 알아진다. 그노제스로서는 아직 적응하지 못한 높이까지 고개를 꺾어 그를 올려다 본다. 기사 중에서도 꽤 크구나. 아마 평범한 검은 좀 짧을 테지. 

"그럼 열흘 뒤까지 맞춰놓겠습니다."

"그리고... 열흘 뒤?"

"...?"

"축제 때도 가게 문을 여는 거요?"

"네."

"당신이 있는 건가?"

"제가 있을 거예요."

통성명을 하고 난 건 축제날 홀로 당직을 서던 저와 빙빙도는 대화가 이어지고 나서였다. 저보다 네댓살은 많다는 얘기에 놀란 것은 물론이요, 그쯤 되어서야 그노제스도 드디어 훤칠한 ㅡ그러나 늘상 사람 많은 길에선 후드로 제 얼굴을 가리기 바쁜ㅡ이사람이 자신 앞에 머뭇대는 이유를 알아챈다. 이쯤 되니 모를래야 모를 수가 없다. 오해를 쉽게 사는 성격이었다. 알지 못하던 건 머잖아 그를 그토록 사랑하게 되리라는 미래였다. 


* * *

"왼편에 보이는 게 작년 완성된 파로스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조각으로...."


제국에 유일한 예술 종합 대학인 이곳 교내에는, 마치 여느 왕족의 갤러리를 겸하듯이 검게 마감된 긴 회랑을 따라 조용히 잠자는 조각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본디 장인들의 영역에 속하던 공업을 미술의 영역으로 합쳐 끌어올 생각을 한 건 제국이 세워진 이후 쭉 추진되어 왔던 시도라, 얼마 되지 않는 단대들이 모여 겨우 예술의 이름을 달고 교육의 영역에 들어선 것이 올해로 십 년차 되는 일이다. 황제의 지나친 간섭이네 지방 예술가의 말살이네 장인혼을 망치네 여러 말도 많았지만 그만큼 귀족들이 전유해오던 작품을 보다 다양한 형태로 집약적으로 비교감상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노제스가 무기 장인으로 인정받는 대장장이로서 그 십 주년 기념전시회에 초대를 받은 것도 그 즈음이다. 

금속 공예라, 다만 철과 쇳물을 다루는 거친 일에 더 익숙한 그가 발을 들여놓기에는 다소 거리가 있는 영역이란 생각이 스쳤으나 관심이 가는 건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친척 전부가 화가나 조각가, 공예의 일을 해 탈툰의 동생과 삼촌이 이곳에서 수학 중이라는 이유도 큰 부분을 차지했다. 


"이 편이 좀더 마음에 드실 거라 생각했죠," 

나긋한 미소 만큼이나 나긋한 성격을 지닌 탈툰의 삼촌 ㅡ툰데 교수는 과연 발소리 마저 울리는 흑백의 정갈한 회랑에 어울리도록 소리를 울려 말한다.

"어제 관람한 대리석도 아름다웠어요."

나이가 들고 나서 소리가 낮아져 예전만큼 사근하게 목을 굴릴 수는 없지만 그노제스는 부드럽게 대답한다. 어제 관람한 그 여동생의 졸업 전시의 칭찬을 겸하는 말이기도 하다. 툰데는 그에게 하고 싶은 말이 아주 많은 듯 했다. 그노제스가 머물기로 한 기간은 길지 않았고 그는 탈툰에게서 뿐만 아니라 장인에 대해 평소 들은 바가 있었기 때문이리라. 그들은 어제 처음 만난 것으로는 믿을 수 없이 그노제스는 그의 손에 홀리듯이 끌리어 전시장 내를 뱅뱅 돈다. 마치 작품이 아니라 대학의 총장가(家)가 지닌 재력을 과시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소장품이 지나치게 많은 부분을 차지해 이윽고 미술품 소개는 대학의 소개로 이어졌다. 어찌됐든 그는 툰데의 활기를 따라 건물의 안팎을 드나들며 거의 노을이 지도록 설명을 듣고 대학가 인근에서 셋이 함께 저녁을 들었다. 

개중 그노제스의 마음을 끈 것은 어제까지 본 대리석이나 회화 작품들이 아니라, 몇 십점 되지 않는 청동의 조각상이다.

"그노제스 씨도 만들어 보시죠? 작업실이라면 같이 써도 좋으니까요. 뭔가 만들고 싶은게 있지 않으세요? "

남자는 탈툰과 꼭 닮은 뾰족한 여우눈을 얇게 접고서 웃는다. 

만들고 싶은 거? 

며칠 전 툰데가 지나가듯 던진 그 말이 그를 내내 사로잡았다. 그러고 보니 무얼 만들고 싶은 거지? 장인은 그는 한평생 작업이라는 열기에 시달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종류의 일에 있어서는 그다지 깊은 고민을 해본 적이 없던 사실이었다. 창조, 라고 하기에는 심오할 것이, 그는 필요한 물건을 만들어내는 대장장이이므로. 

그노제스는 마치 튀어나온 부리 같이 그의 감각을 툭하고 자극하는 청동상 하나를 돌아본다. 

"...이 조각은 작자가 미상이군요?"

"적어도 백 년은 된 작품일 거예요. 어쩌면 제국 이전 부터 있었을 지도 모르고. 이번 전시를 위해서 니후젤 왕가에서 특별히 내어준 것이라나 뭐라나.."

대륙은 전체가 전시(戰時)인데도 한편으로는 또 이런 교류의 세계가 있구나. 그노제스로서는 생소할 따름이다. 

"그런데 여기 조각가의 서명이 있어요." 

투박하고 화상 가득한 손이 복잡하고 유려하게 날아간 조각의 어느 부근을 가리킨다. 잠시 큰 눈으로 놀란 안색을 했던 툰데가 다시 평이한 태도를 갖추며 대답한다. 여러모로 제 조카와 닮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다. 

"아, 그건 서명이 아니에요. 조각가가 남긴 글귀인데, 주문자는 그런 걸 넣을 생각이 전혀 없었죠. 청동이라 도로 깎아내지도 못하고, 그리고 나름 만족했다던데요, 제작을 주문한 왕족도."

"뭐라고 쓰인 거예요?"

왕족들의 눈에는 물론이고 중앙의 장인들도 인정하는 동부의 미감은 훌륭했으나 그 동부의 글자에는 까막눈이다. 그노제스는 부드럽고 청동상에 홀로 갑옷을 갖춰 입은듯 반듯한 정자로 쓰인 글자를 유심히 들여다 보았다. 마감의 끄트머리가 담긴 이의 서명이나 다름 없는 기색을 품고 있긴 하다. 

不返情.

"물이 흘러 돌아오지 못한다라... 이별을 했나 보네요. " 

중금의 쇠를 닮은 툰데의 시선이 진지하게 주철 위를 넘어가 버리고서도 남자는 그의 키보다 조금 작은 조각 앞에서 발걸음을 머뭇대는 그를 내버려두었다. 감상을 하던 것인지 명상을 하던 것인지 알 수나 없던 그노제스는 말 없이 조각을 오래 바라보다가, 그 동상을 만들어보라는 제의를 받아들이겠노라는 게 뒷날의 첫연락이었다. 



미술 대학 한 켠에서 저보다 훨씬 큰 점토 더미 사이에 자리잡은 그노제스는 꼭 만들어보고 싶은 조각이 있었다. 여기 저기 물집이 잡히고 찢어졌다가 아물기를 반복한지 오래되어 굳은 살이 자잘히 박히고 지문조차 없는 손에 망치 대신 어설프게 정(釘)과 조각도가 들리고, 철골로 고정된 사람 크기의 점토가 그를 내려다본다. 모델이 필요하냐는 툰데의 사려를 거절하고 나서도 그는 조카와 번갈아 작업장을 지켰다. 칠 일 쯤 지나고 나서야 찰흙을 유기체의 형태로 빚어내는 소조의 작업이 손에 맞아들어가기 시작한다. 어라? 어느새, 라는 생각이 들며 도구를 놀리던 그노제스에게 탈툰에게 기별을 전해야겠다는 영감이 머리를 스친다. 


탈툰, 고마워. 네 삼촌은 잘 만났어. 이곳의 전시들은 멋지구나. 

네 장식에서 느껴지던 섬세함이 여기에서도 느껴져. 네가 왜 그렇게 대학을 들리기를 추천했는지 나도 알 것 같다. 

여기에는 좀 더 오래 머물 예정이야. 니젤은 지금 봄맞이가 한창이겠구나.

...


휴식을 겸해 간단한 서신을 보내고서 ㅡ그것도 누군가에게 제 안부를 전하는 것이 얼마만의 일 일런지ㅡ그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작업대 위의 정을 일별한다. 바깥의 제국대학은 유달리 긴 추위에 여전히 교내가 삭막한 채로 누런 빛으로 굳어 있다. 새 하나 날아들지 않는 정적에도 다시끔 계절과 절기는 돌아오겠지, 그러나 그노제스는 그 속에서 기쁨보다는 무색함을 찾아낼 뿐이다. 


오랜만에 탈툰에게서 온 답장은 스승에 대한 반가움과 대장간과 관련된 자잘한 소식을 제하고 나자 별 다른 것이 없어 돌아오지 않아도 된다는 말로 받아들여진다. 실상 그의 어깨에 합금 몇 십키로 와도 비교되지 않을 무거운 짐들을 떠맡기긴 했지, 언젠가 자신의 대장간을 차리는 것이 꿈이었으니 내심은 기뻐하는 마음도 있었으리라 짐작했다. 그 역시 스승으로서는 좀 괴짜일지도. 무엇에 머무는 지는 따로 적지 않았음에도 오래간 전쟁터를 전전하는 일보다야 탈툰의 마음에도 안심이었다. 

매일 작업실에 가는 건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것과도 같아서, 그노제스는 손이 무디어가는 것도 모를 정도로 예상치 못한 형태의 작업에 빠져들어갔다. 처음의 짐작과는 달랐다. 

"그 부분은 더 섬세한 도구가 필요할 거예요." 

자신의 머리만큼이나 희미한 흙조각들을 붙이고 깎아내는 그에게 대관절 무기를 다루는 장인이 왜 이곳에 있냐는 눈으로 보던 학생들도 하나 둘 그가 있는 방에서 여러 조언들을 들려주고 가곤 했다. 

들어와 훈수를 두기도 하고 문간에 서서 지켜보고 가는 이들도 있었다. 작업실에는 늦게까지 밤의 불이 남았고 다음 날 아침 식은 소파 위에서 굳은 몸을 일으키는 일이 잦아졌다. 그럼에도 하루가 길지 않다. 손끝 부터 늙어가는 일은 아주 느리고 지루하게 일어나고 조금씩 쇠퇴하는 감각으로 와닿는 일로만 일어난다. 마치 일 분에 선율 하나도 다 지나지 않는 느린 음악처럼 그노제스의 삶은 아주 고요하게 흘러갔다. 

느긋한 성격은 아니었으나 성정에 인내심을 지닌 까닭이다. 해가 밝아오는 아침에 일어나면 그의 생각을 하고 잠이 들 때까지 동상에 대한 생각을 했다. 본디 멀리 전시해 놓을 도량이 아니라 그 소유자의 생활 공간에 두고 눈에 닿는 거리에서 모든 생활을 함께 지내는 장식품인 석상이나 동상들은 소유주와 같이 사는 것이나 다름 없는 물건이다. 그와 비슷한 기분을 느끼는 그노제스도 그 의미를 알 것 같았다. 

그 아침 당신은 창문가에 서서 나를 기다렸지, 집과 공방만 오가던 귀가로에는 당연스레 하나의 장소가 추가되었다. 제 집인 것 마냥, 익숙하던 사양의 풍경. 반듯한 이층의 창가에서 그를 내려다 보는 시선과 곧이어 붉은 옷을 입은 힌셔가 그를 만나러 나오던 정광. 같이 시간을 보내고, 밤을 지새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던 길고도 짧은 시간들. 무언 보다 대화가 더 많아지는 게 어색하지 않은 일이 되어갔다.

멀리 별채 한 켠에서 모루를 받치고 숯불에 녹은 철광석을 경쾌하게 때리는 망치질 소리가 음악처럼 울린다. 그의 심장이 뛰는 소리만큼이나 익숙한 대장간의 소음에서 벗어나며 그노제스는 점토의 흙결을 고르게 대패질한다. 한낱 대장장이일 뿐인 그의 투박한 손에 어울리는 건 이것보다 두꺼운 망치와 용해로의 불빛이므로 그가 아무리 쇠를 다루는 일에는 장인이라 할지라도 지금 걸친 곳이 그에게 맞는 영역이 아님은 자각하고 있다. 대학 내에는 당연히 공예학과도 있었다. 그는 이따금 자신을 부르는 듯한 망치 소리를 용을 쓰고 외면해야 했다. 

불은 그노제스를 그리워하고 그는 자신의 연인을 더욱 그리워했다. 조각으로 만든 오똑한 콧대는 같은 계절 마주하던 서른 한 살의 것이다. 너무나 늙고 낡아버린 기분을 애써 털어내며 그노제스는 거울 앞에서 단장하던 손을 멈춘다. 

힌셔는.. 당신은 어떻게 생겼더라.

얼굴이며 그 망토와 옷을 만드느라 치수를 재었던 것은 여전히 힌셔의 미소와 함께 남은 선명한 기억이었고, 그는 도움을 받아 도안을 짜고 점토를 덧입히고 다시 한번 섬세하던 붉은 의복자락의 주름을 되살려냈다. 힌셔는 그에게 불을 닮은 사람이었다. 의문이나 의기에 쉽게 펴지지 않는 얼굴의 각진 부분들에서 금빛 그림자가 떨어져 나가고  진가를 드러내는 광경은 말 그대로 그의 마음에 깊이 박힌 것이다.  

그들 사제의 유별난 것 중 하나는 제국식의 평범한 의복을 입지 않는 일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축제를 즐기는 날에도 화로의 불씨앗을 돌보러 나오는 그야 당연히 매일이 작업복 차림이었지만, 가끔 평범하게 금수를 놓은 검은 옷은 커녕 기사들의 제복도 입지 않는 힌셔를 보고 의아함이 가득 찼다.  

그러던 중 그가 무장을 하고 황궁으로 다니는 모습을 한번 볼 기회가 드디어 주어졌다. 서부의 광범위한 반란을 퇴치하고 온 사제를 위한 개선식이 열릴 때였다. 넓은 주작대로는 그들을 칭송하는 붉은 화관과 제국의 상징인 용의 무늬로 덮였다. 당시 처음 보는 힌셔의 사부는 그만큼이나 키가 높고 갑옷은 피를 덜 닦은 것 마냥 불그죽죽한 색이었고 힌셔는 비슷한 형태의 광택이 적은 검은 갑옷을 입고 등에 검을 매고 있었다. 늘 훈련복 차림새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모습에 익숙해지다가 인파 앞에서 당당하게 모습을 드러낸 그를 보니 그노제스는 어쩐지 주체할 수 없는 감정에 휩쓸렸다. 단단한 무장조차도 왜인지 힌셔에 비해서는 수수했다. 굳이 철갑으로 치켜 올리지 않아도 굽힘 없이 옆으로 뻗는 어깨와 등근의 선. 그의 어깨 위에, 최초의 기사라는 한세대 전 기사에게 걸렸던 붉은 색의 화려한 망토가 걸린 듯 보인건 그 순간 얼마나 깊이 그에게 빠져들어 있었는지.  눈이 마주친 힌셔는 말을 몰고 그에게 다가와서 작은 물건 하나를 건네고 갔다. 덩달아 앞서 가던 사부의 눈이 그에게 따라와 머물렀다. 먼지 하나 없는 갑옷에, 앞머리를 잘 정돈해 올려 이마를 훤칠하게 드러낸 이가 주니 전리품이기라도 한건가, 하며 얼결에 내민 손에 놓인 것이란. 

끊임없는 반복을 통해 조금씩 형태를 찾아가는 형상은 하염 없이 근엄하던 기사의 모습은 아니었다. 다른 이들은 그렇게 표할지 모르나 툰데는 흙상이 어딘가 이성적인 사람 같아 보인다고 했고, 그노제스는 그가 처음 만나던 시절의 힌셔도, 아직 갑옷으로 무장을 하던 때의 힌셔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어느 시절의 모습이고 그는 떼어낼 수 없이 자신과 함께 있었다. 

 

대학은 근교에 너른 초원을 바라보고 있었다. 주말이면 툰데는 광합성이 모자라 보이는 어느 대장장이를 데리고 그곳으로 바람을 쐬러 갔다. 히비스커스나 양방향으로 잎이 갈라져 나는 일년초들은 그 짧은 기간에도 한주마다 다르게 창연하고 푸르게 피어올라 어느새 들의 저끝까지 덮어내곤 했다. 그노제스는 머리를 식힌다는 그 표현에 한주간 굳어있던 입가의 근육이 빠르게 풀리는 걸 느꼈다. 어느 곳이던 끓는 쇳물이 이리저리 튀고 내내 긴 옷을 입어야 하는 대장간 안에 비하면 지독히 고요하고 냉정하게 느껴진 다는 걸 이들은 알까. 들에 살짝 거리를 둔 채 앉아 그가 입을 열고 자신이 되받던 길고 짧은 순간들을 되짚다보면 어느새 사양이 짧은 풀들에 긴 그림자를 드리웠다.  

그 광경, 그 시간은 그에게 다른 약속의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제자를 아끼는 구나, 그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애정은 그곳에도 있었다. 끽해야 대장간에서 고된 노동을 자처하는 대장장이들을 별판 없다는 듯 훑고 지나가는 기사들이 있는가 하면, 그노제스에게 향하는 예리한 눈빛에는 관심을 숨길 수 없었다. 사부가 그러했기에 제자인 힌셔도 주위를 박대하지 않은 걸 생각하면 그노제스는 그 두사람을 좋아하지 않을 수 없다. 그노제스는 문득 힌셔가 자신을 뭐라고 소개했을지 우스워진다. 언제부터 제 얘기를 한 거예요? 알고 계시는 것 같던데요. 힌셔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며 멀뚱한 표정을 한다. 그 사부의 눈치가 빠르거나, 혹은 기사들은 보편적으로 그러하고 자신의 사랑스런 연인만 유독 이러하거나. 어느 쪽이던 샹냥스럽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걸 자제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날 힌셔가 돌아오지 못한 다면 그건 전투에서 잘못되어서가 아니라, 길을 잃었을 것일 터였다. 그가 힌셔를 돌려보내지 않을리가 없다는 확신은 주관적이었으나, 이미 번져가는 변수들로 그럼에도 돌아오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언뜻 안은 채로 그를 배웅했다. 그토록 소중히 여기고, 그토록 사랑했음에도. 그노제스는 그들이 떠나고 흘러가는 시간에 홀로 버려진 해질녘이었다. 

그는, 어쩌면,

여전히 그 말은 그를 힘들게 한다. 


무기를 만드는 장인의 입장에서 창과 방패는 본질적으로 같은 재료를 쓰기 때문에, 얼마 되지 않은 합금 내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는 강해서 방패는 필요 없어.

그것이 그들 사이에 일치된 의견이기도 했다. 그노제스는 오랜만에 하마턱을 구상하던 때를 떠올리고 있었다.  그와 툰데가 앞에 둔 산처럼 거대하고 무른 청동 덩어리를 두고 그 쓸모가 어디에서 기인하는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귀족들에게 말해보면 어때요, 너도 나도 후원을 한다고 달려들겠죠."

"음... 전 별로 내키지가 않아요..."

일부를 떼어 세워둔 하마턱은 철골과 완충재로 대부분의 틀을 잡은 뒤 적은 양의 점토만 입혔기 때문에 모양만으로도 그들을 진땀 흘리게 했다. 섬세한 부분들이 완성 되어가고 동상의 주물작업에 대해 이야기하며 툰데는 후원의 이야기를 꺼내든다. 그가 설득하는 바를 그노제스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망설이게 하는 까닭은 단지 힌셔의 동상이 그의 개인적인 작업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는 평범한 기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암을 곱게 빻아 양지에서 섞어 뿌린 것 같은 볕이 이층의 넓은 훈련장을 가득 부유하고 가운데 몸을 숙인 이에게서 턱 끝을 타고 땀이 떨어져 청석 바닥이 검게 탄 젖은 자국이 났다. 탄식 섞인 기합에서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바닥을 향해 꺾인 고개가 벽창을 타고 들어온 채광을 받아, 얼굴 피부의 한면이 금빛으로 타들어갔다. 

눈이 부신 광경이었다. 

그노제스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심장이 쿵쾅 대는 느낌에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게 멍하니 그 모습을 응시하고 있을 때였다. 목검이 부러져 두 동강이 나고 크게 숨을 들이쉬는 소리를 내며 이윽고 바닥으로 털썩 등을 대는 진동이 문간까지 전해졌다. 숨이 가쁜지 그가 미간을 찌푸리고 눈을 감은 채로 숨을 고르자 가슴팍이 가쁘게 오고 내린다. 사부 ㅡ거미ㅡ는 오늘 부재 중인지 넓은 훈련장에 그 혼자 누워, 헐떡이는 호흡이 발버둥과 같았다. 

곧이어 일어서 아무 말도 없이 훈련에 열중하는 광경이 사방으로 뻗쳐나간다.  

빈 공간으로, 그가 퍼트리던 열기가,

어쩌면 오기라고 할 수도 있겠다. 기사들이 그런 식으로 수련하는 모습은 처음 보던 것이다. 

그 기세, 그 호흡.

그리고 그 과정 끝에 제 사부와 같은 빛으로 변하는 눈이 시선을 앗았고, 동적인 움직임들은 그가 만든 무기들을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바꾸어 놓는다. 사부가 딱히 부재 중이 아니더라도 힌셔는 그런 식으로 종종 수련하고 있었고 그가 수련을 하는 모습은 늘 좋아한다는 표현으로도 형용하기 모자란 일이었다. 누가 무어라해도 그노제스에게 그는 기사였다. 열 번쯤 다녀갔을 때인가 저도 모르게 바닥에서 잠들어 있던 힌셔가 그제야 그가 왔음을 알아차린듯 허겁지겁 졸음을 쫓으려 했다. 

"언제 왔소? 피곤해서 그만.. 늘 이런 것은 아니오."

멋쩍게 맴돌던 시선이 그에게도 와닿는다. 체온 이상의 따뜻함이 있다면 그런 것이겠지. 

공중으로 두 팔을 들어 올려 구를 잡듯이 손가락을 둥글게 말고서 보이지 않는 구를 돌리듯이 이리저리 손이 움직인다. 보이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만지듯이. 흰 속눈썹을 어렴풋이 닫은 채 장인의 손끝이 섬세하게 치수를 재고 기억을 더듬는다. 기억 속의 힌셔의 얼굴은 그때와 같이 땀에 젖고 애정에 젖어 그에게 미소를 짓는다. 


수도의, 기사들은. 힌셔를 기념했다. 그것이 그를 힘들게 했다. 겉치레로 세운 빈 무덤도 하나 없이, 그렇다고 영가를 부른다면 그것이 더욱 그를 미치게 할 터였지만 힌셔는 기어스를 버거워 하는 기사들에게서 어떤 지주목이 된 양이었다. 마치 현실에 없는 존재를 대하듯 마음으로만 되새기고 기념하는 일. 그것도 오색으로 배합된 구리와 청동 같이 아름다움을 가장해서 온 수도를 불규칙한 무늬로 덮어낸듯했다. 

기사들 사이에서 알음알음 기념하던 것이 매년 기어스와 악마기사의 토벌을 되새기는 의식이 되어 치러졌다. 

흩날리는 깃발과 종이 꽃의 향연. 아름다운 청동의 빛깔로 구현된 두 사람의 이야기. 장인은 볕이 산산히 부서지던 수도에서 도망을 친다. 그를 위한 무기를 만들던 일을 생각케 하는 모든 장소와 사람으로 부터. 제련의 과정에는 적절한 주석과 구리가 배합이 되고 불순물이 섞여들어서는 안된다. 황이 온도가 식으며 불규칙한 무늬를 만들어내며 아름다운 장식을 하지만, 과하면 밀도가 균일하게 섞이지 않은 부분의 내구성이 내려가 깨지게 된다. 섞이면 안되는 불순물은 비단 물질적인 잔여물 뿐이 아니다. 

하지만 조각은 그렇지 않았다. 그는 어느새 금속에는 차마 담지 못하던 말들을 담고 있었다. 

힌셔, 당신은 죽음을 겪었나요?  그가 말없는 점토에 그려넣은 각진 두상과 아직은 중간이 뭉개진 머리카락, 쌍커풀 없이 들어간 두 눈은 저도 모르게 유상을 만드는 중이었나?  어느덧 다시는 보지 못하는 얼굴이 되어버렸다는 걸, 동상에 비언이나 밀어로 새겨넣은 감정은 그리움으로 물갈이 되고 이제는 추모로 들어서는가? 이건 이별을 준비하기 위한 방법도 무엇도 아니야! 끌의 끝이 손 안에서 갈라진다. 흉터 투성이의 재를 바른 손이 하마터면 반 년에 가까운 작업물에 날아들뻔 했다. 

"힌셔..." 

결국 그는 비척하게 뒤틀린 고개를 들어 반듯한 돌들이 둘러싸고 축축하고 희물진 볕이 내리 드는 하늘의 모서리를 보았다. 지나치게  많은 새의 무리가 창밖을 사선으로 날아오른다. 사랑이 그를 파괴했다. 죽더라도 잊지 못하는 연인에 대해 그가 마지막으로 남기는 이기심이 연인의 모습을 하고 그를 내려다 본다. 

그노제스는 언제까지나 힌셔가 그와 같은 방식으로 돌아온다면, 하는 생각이 들어 흙얼굴의 그림자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나 자신의 무력을 저주해도, 돌이키지 않았던 타인들의 부주의나 시대의 어지런함을, 때로는 연인을 기사의 길로 몰고간 모든 것을 저주해도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다지 원하는 데도 왜 만날 수 없는가. 왜 이 안에서 볼 수 있는데도 당신이 될 수는 없는가. 

그노제스는 다시 자신의 어리석음을 저주했다. 조용히 피가 맺힌 손을 감싸고 흙상 앞에 의자를 끌어오고 두손을 맞잡아 몸 앞에 두고 눈을 내리감는다. 

훈련장에 혼자 누워서 쉬고 있던 그. 지쳐 누운 채로 물을 먹기 위해 손가락을 까닥일 힘조차 없이 갈증에 숨을 태우면서도 땀으로 흠뻑 젖어있던 힌셔. 짙은 표정 아래 늘 배경처럼 깔려 흐르던 애정. 다정치 못한 자신을 때로는 책하던 위구스런 용기. 누구에게도 가혹하게 굴지 않았던 그와 그의 사부. 끝내 돌아오지 못할 문 밖의 길과 함께 사라지던 기사들의 무리. 

그런 상고 속에 한참 젖어 들어간다. 밖을 나르던 새의 무리는 멈춰있다. 


다음날에는 의외의 소식이 날아든다. 

"익명의 후원이, 그것도 꽤나 거금이 들어왔어요."

"...그래요?"

그런 연유로 그노제스는 대학에서 좀 더 넓은 작업실을 좀더 여유롭게 쓸 수 있었다. 주물 작업에 대한 부분도 그것으로 일단락 된 셈이다. 원체 흰 머리는 분진이 내려앉아도 먼지로 인하여 희어진 것인지 본래의 색인지 알 수 없다. 툰데는 말을 하지 않는다 장담했건만 어디서 말이 새어나갔는지 모를 일이다. 어차피 대가 없는 후원을 할 만큼 부가 습관이 된 이들은 정해져 있어 그 정체가 궁금하지는 않다. 

같은 이유로 작업은 비살이 돋친 듯 진척 되어간다. 밤이면 칠야를 바른 것 같던 그의 짙은 눈빛이 떠올라 몸부림 쳤다. 그러나 힌셔의 어느 엉뚱한 면은 말할 것도 없이 그를 밝히었으며 그가 함께 하는 밤이면 무엇도 어렵지 않았고, 암울하지 않았고 단잠에 빠질 수 있었다. 힌셔는 그 손 끝으로 어둠을 걷어내는 사람이었으므로. 그노제스가 밝히고 싶은 등잔의 등화 같은 이었다. 혹은 결코 산화하지 않는 불길이었다. 모든 작업에 불을 써오던 대장간의 열기가 만성적으로 배어들어 그를 열과 땀과 환상에 젖게 했다. 작업은 그토록 타오를 때와 같이 스륵 스륵 그를 짓밟아간다. 흙 안에서 조금씩 그의 얼굴이 드러날 적마다 숨이 턱 멎었다. 힌셔는 살아있는게 아닌가 하는 실없는 생각이 이미 가물린 잿불 같았던 자신에게 여전히 동력이 되어준다. 눈이 마르는 감각 속에서도 손을 움직이게 하는 어느 장면이 계속 머릿속에서 물레를 돌려 선연하게 떠오른다. 

꽃이었다. 그날 개선 행진을 받으며 돌아온 기사는 인파사이에 서있던 그에게 문득 다가와 대뜸 작은 다발로 묶은 꽃과 선물 하나를 주고 도로 대열에 합류했다. 열어보니 물건은 전리품이 아니라 리넨 손수건과 작은 귀금속으로 골라서 산 수고가 분명한 새 것이다. 황성에서 돌아온 둘은 다시 사택 주변의 하천가로 향했다. 좋아할 것 같아서, 꺾어왔노라는 그 얼굴에 서린 쑥스러움은 대관절 무슨 까닭이냐고. 기사들은 쉽사리 노화를 겪지 않아서 인지 그보다 명백하게 연상인 기사는 여전히 어려보인다. 얼굴로는 웃음을 띄우면서도 다소 손을 떨며 옆에 선 이의 기척을 찾았다.

"그노제스."

그래, 어떻게 당신을 만날 수 있었을까, 

병사보다는 병기에 가까운 기사들의 힘이 재앙적으로 사용되는 광경은 대륙의 전쟁의 모습을 더 암울하게 했다. 그 중에 남겨야 하리라 한 것은, 희망과 영웅적인 내용이 아닌 파괴와 허무 속에서 날아가던 홑씨들이었다. 오랜 전쟁을 지속하는 왕국들에게 제국은 그들을 버림으로서 대가를 치르게 했다. 반란이라 불렸으나 힌셔의 사부가 한 편의 왕족을 학살해서 균형을 깨트리고 그 후에 날튼 근방의 수많은 피해를 줄인 걸 생각하면 황제가 얼마나 정치적인 수를 뒀는지. 그 뒤로 기사도 배치해주지 않으면서 날튼을 완전히 묻어버린 게 중앙의 모습이었다. 황폐해져 버린 제국을 돌며 제국이 대륙을 버린 건지 혹은 대륙이 제국을 버린 건지 알 수 없는 현실이 그노제스의 눈에 담겼다. 난세를 살아나가는 이들의 필연인 터다. 점점 피폐해져 가던 정신으로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붙잡고 싶은 것이 그 전장의 연기 속으로 사라져간, 그의 연인이다. 

그는 작업이 끝나기 전까지 용해로의 열기가 다하지 않길 바라며 맥동치며 서있는 형상에 조용히 풀무같이 숨을 불어넣는다. 

주화에 달떠 헤매던 그는 금사 같이 흔들리던 그 짙은 등화를 마주할 것 같았다. 

"힌셔,...힌셔?"

"저예요. 탈툰."

이마를 짚는 수건이 바싹 마른 얼굴을 닦아낸다. 그는 희뿌연 시야에서 필시 거기 있을 터인 탈툰의 손을 향해 팔을 들어올린다.  

"동상은 놓는 위치도 중요해, 부탁해, 탈툰, 꼭..."

맞잡은 손에 딱딱한 뼈만 잡힐 정도로 야위어 탈툰은 그의 몫까지 힘을 준다. 

"걱정 마시라구요. 스승님의 묘는 어디에 세우면 될까요?" 

"....적당한 곳에."

"그러지 마시구요. 농담이라도 재미없어요."

"...그럼 적당히, 

양지 바른 곳으로 해줘. 그리고 동상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

잊혀져도 잊혀지지 않는 것. 잊혀도 잊지 않는 것. 잊혀도 잊을 수가 없는 것...

언젠가는 그 사람이 걸어 들어오리라 믿었던 수도의 정문으로.


그가 행한 일은 인간을 살리는 일이었을까, 정의를 구하는 일이었을까, 악을 사르는 일이었을까. 

힌셔를 지키는 일이었을까. 그를 사라지게 한 일이었을까.

그를 만난 일이었을까...


1344.X.XX

대장장이이자 마스터피스의 아버지 그노제스는 전쟁터를 돌며 얻은 부상의 후유증으로 니후젤 근방의 미술대학에서 작품 활동을 하며 짧은 요양기간을 가진다. 이 시기에 남긴 소조 작품이 청동 '검붉은 하마 힌셔' 동상으로 그의 유일한 동상 작업물이며 또 실물에 가까운 크기로 제작되어 큰 가치를 지닌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노제스는 이후 다시 여러 전장을 향해 유랑길에 오르나 머지않아 부상이 도져 합병증으로 향년 39세로 이른 나이에 세상을 뜬다. 

그노제스의 유해는 그의 유언대로 니젤로 옮겨져 수도의 정문을 향하여 안치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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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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