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이 이리도 일찍 피어.
가는 곳 묻지 마라.
“침잔히 바람결에 흩어지니 가는 곳 어디인가? 골골이 향에 취했는가. 바람아 바람아····· 어이 이다지, 뭇 산천 나뭇잎 휘쓸고 내 마음도 쓸고 가니. 소금에 절여진 당신의 화사하던 자태를 누굴 탓하리? 비바람에 지는 시절의 잔혹을 이리 기억하고 있건만, 어이 그리도 가자고 재촉하는가. 잠든 나를 깨우지 마소. 곤히 자고 있는 나의 단잠을 깨우지 마소. 잠든 그 시간이 내 해방이오! 아무 거리낌 없는 꿈속의 일출이여. 협협한 산골 산마루에 해와 달이 떠서 내 마음 비추니! 그 햇살에 마음 밝히며.” 소녀가 유려하게 슥슥 글을 써갔다. “응! 이 정도면 됐겠죠. 내 작은 선물인데, 선배님이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네요. 짧은 시에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편지를 이내 써가는 것이다. 이것의 출처는 마음속에서 빛나는 한 등불이었던 「정녹하」 이다. 이 난리가 종식된 이후에도 그녀는 이내 잊을 수 없었던 것이다. 동봉하고, 꽃다발까지 준비해놓은 임수향이다. 이 아이 나름의 작은 추모겠지. 옆에는 만년필 여분과, 가득 쌓여있는 서류 뭉치들이 가득했다. 추모글 이외에도, 여름캠프에서 벌어졌던····· 당시에 느꼈던 감정선을 간단하게 날짜별로 일기 형식을 빌려서 써놓은 모양이다. 스마트폰에 적었던 메모들을 옮겨적느라 그녀는 바빴다. 그것을 들여다볼까!
Day 1-2.
자기소개의 시작이다! 두근두근 내 마음을 울리게 만드는 여름 청춘의 서막. 네에! 1학년 6반, 임수향입니다!! 내 애장품 1호인 쇼콜라와 발걸음을 디뎠어요. 선생님의 조례가 끝나자마자 나는 신나서 방방 뛸 수밖에 없었어요. 뭐, 실제론 엎드려서 잤지만요. 그렇지만 지루한 걸 어쩌나요·····. 아, 그래도 상냥하신 선배님들과, 멋진 친구들과의 만남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으니!
Day 3-4.
난리가 났어요. 괴물들이 돌아다니지 뭐예요?! 이거, 영화에서 나오던 그으! 좀비 아니던가요!! 좀비와 사랑에 빠지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나?! 실제로 그런 영화도 있는데!! 201x년에 개봉했는데, 에헤헤. 남자 주인공이 참으로 아름답게 생겨서·····. 엣. 제 말 좀 들어봐요?! 우스운 장난이 아니라, 잘해보면 교류가 가능할지도 모른다고요. 제 나름의 진지한 고민인데!!
Day 5-6.
주아 선배님??? 강한······· 선배님. 내 온실 속의 평화로움이 깨지는 것은 순식간이었다. 계단에 발을 내딛는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였어야 했어요. 왜 당신들이 고통을 받아야 하는 거죠? 어······· 째서. 아, 아무 잘못도 없잖아요. 우리들은!! 그저 여름 캠프에 참여했을 뿐이었는데. 좀비는, 맞서싸워야 하는 대상임을 이때 제대로 체감하게 되었다.
Day 7-8.
결국은 못 버티고 좀비화로 변해버리고 만 것이다. 이것만으로 정신이 나갈 지경인데, 이후엔 내 정신이 완전히 무너져버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상 씨!! 녹하 선배님!! 울부짖으면서 문을 쾅쾅 두들겼다. 결말은 참혹했다. 녹하 선배님은 사망하고, 이상 씨만 살아돌아왔다. 미안해요. 그때, 나만 탈출해버려서. 그럼에도, 여전히 살아남고 싶어요. 한심해요. 이런 추악한 자신.
Day 9-10.
그럼에도, 우리는 맞서 싸워나갔어요. 이게 맞잖아요? 누가 죽고 싶겠어요. 안녕. 웃는 모습으로 다시 만납시다. 나도 당신들처럼 강해져볼게요. 구차하게 굴지도 않을 거야. 이제부터라도. 서로의 자리에서 행복하자. 아름다워, 내 당신들. 네···! 내게 우정과 사랑 간의 거리는 꽤나 가까워서, 그게 착각이었는지 사랑이었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젠 알아요. 확실한 우정이구나! 끈끈한 유대감의.
이 모든 것을 함께한 나의 당신들에게, 행복을 기원하고 있어요. 고마워요. 잊지 않을게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임수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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