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
슬램덩크 정대만 드림
돌아오는 봄에는 같이 꽃놀이를 하자. 난데없이 들려온 말에 정대만의 고개가 옆으로 기울었다. 벚꽃이 보고 싶었으면 미리 말했어야지. 지금은 이미 다 떨어지고 새 싹이 날 시기 아니냐. 입 밖으로 볼멘소리를 뱉으며 돌아본 옆자리에는 눈을 다 가린 앞머리 사이로 드물게 맑게 눈을 빛내는 서문현주가 보인다. 한참 꽃이 예쁘게 폈을 때는 아무 생각 없는 듯 말없이 담배나 태우고 남들이 하자는 것만 슬렁슬렁 따라다니는 꼴이었는데 왜 갑자기 이러는지. 무슨 생각을 했길래…….
정적이 흐른다. 정대만의 질문에 아무런 답도 하지 않은 서문현주 탓이다. 그러고 보니, 그가 엇나가기 시작한 뒤 만나 제법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정대만은 서문현주의 개인적인 취향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 담배를 피우자면 그러마 하고 따라 나가 몇 대를 태우고 왔고 빠칭코에 가자면 군말 없이 따라가 구슬을 몇 번 넣다가 멍하니 자리만 차지하다 오곤 했다. 그 정도로 호불호 없고 생각 없이 지내는 사람이었는데 무슨 바람이 들어서. 거기까지 이어진 정대만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든 일단 들어주겠다 속으로 생각한다.
알다시피 내가 항상 얼빠지게 다니지 않냐. 그래서 벚꽃 다 떨어진 지금 벚꽃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는지도 모르지. 나지막한 목소리가 한참 이어진 정적을 깬다. 꽃놀이를 하자는 말은 별 어려운 것도 아니었고, 정대만은 아무 생각 없이 그러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랬었다.
지금껏 꽃은 많이 봐 왔다. 그리고 이제 보는 꽃은 우리가 성년이 된 후에 처음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 서문현주의 꼴은 엉망이다. 덥수룩한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눈동자는 언제 맑게 빛났냐는 듯 아주 흐리멍덩하다. 보이는 풍경은 온통 분홍빛으로 물들어 밝은데도 서문현주 홀로만 색이 없다. 이게 다 네가 나를 떠나서 그래. 너 때문이다, 대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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