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요 절망
8월 10일 토요일 마감
“그 남자도 다 알아, 아버지가 널 유난히 아끼셨다는 거.”
내 두 귀를 의심했다. 미즈키씨가 안다고?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는 치부를 청각에 이상이 있길 바라며 돌아봤으나 그의 친절이 나를 더더욱 짓밟을 뿐이었다.
모두 끝났다.
내가 너무 많은 걸 바란 것일까. 이 끔찍한 고향을 벗어나, 진정한 나 자신을 봐주는 사람과 사랑하며 사는 것이, 내가 가질 수 없는 무모한 꿈이었을까. 어머니의 말씀을 부정할 수 없다는 사실에 일어설 힘도 생기지 않았다. 내가 그렇게 잘못한 것일까. 사람답게 산다는 소망이 이 지옥에서 빠져나갈 수 없는 족쇄가 되는 일이었을까.
미즈키씨도 그러잖아. 그래서 씌인 거라고. 그래서 사람을 죽인 거라고.
그래, 다 너희들 때문이야. 다들 내 이름만, 내 피만을 보며 다가오고. 날 힘들게 하고. 날 괴롭게 하고. 하지말라고 거부하는데도 날 억지로 탐하고. 겨우 만든 구명줄을 끊으려고 하고. 새로 생긴 탈출구를 막으려고 하고. 내 말을 듣는 게 그렇게 힘들어? 내가 죽으라고 한 것도 아니고, 그저 평범하게 대해달라고 하는 게 그렇게 어려워?
사실은 알고 있었어. 더렵혀진 내가 여기를 벗어나봤자 제대로 살 수 없다는 것을. 계속되는 꼬리표를 누군가에게 들킬까봐 내내 두려워하며 살 바에야 죽는 것이 더 편하다는 것 쯤은 지금까지 살면서 뼈에 사무칠 정도로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 그 사람이 죽어서 겨우 벗어날 수 있을까 했지만, 나에게 겨우 찾아온 희망도 결국에는 절망으로 바뀔 것도 전부 알고 있었어.
도망치기 위해 이용하려고 했지. 외부인이 날 알 리가 없으니까. 모른 체 넘어가려고 했는데.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미즈키씨가 착한 사람이란 사실밖에 알 수 없어서. 좋아할 수 밖에 없는 사람이라서. 이 사람과 함께라면 행복할 것 같아 밀어붙이기만 했지. 진정으로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외면했었어. 사실대로 말할 수 없는 그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내가 원하는대로만 생각했었지. 행복하고 싶었으니까. 이 상황에서 행복을 찾는 난 비정상인 건가.
난 왜 행복해질 수 없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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