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타로 탄생
8월 11일 일요일 마감
울음소리가 들렸다.
폭우가 쏟아지는 오밤중의 묘지에서 들리면 안되는 소리였다. 이곳에 본인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다는 사실을, 죽은 그녀를 묻으며 이미 확인했던 그는 들려오는 소리에 급하게 몸을 숨겼다. 이 세상 것이 아닐 가능성이 컸기 때문에.
그러자 무덤에서 아이가 나타났다. 울면서 입 안에 머금었던 흙을 뱉어내며 기어나오는 모습을, 그는 실제 두 눈으로 보면서도 믿을 수 없었다. 이미 숨이 끊어진 몸에서 어떻게 새생명이 태어난단 말이냐. 하지만 분명 그 아기는 생기를 띈 울음소리를 내고 있었다. 갓 태어난 신생아의 목소리였다. 비와 함께 쏟아지는 벼락은 그에게 괴물의 자식이 태어났다고 그에게 알려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이 불길한 징조를 없애야 된다고 생각했다. 아이의 모습을 한 생명을 해하려는 마음이 편치 않지만 어쩔 수 없다며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팔을 올린 순간.
뚜벅
그의 귓가에서 소리가 들렸다. 아니, 떠올렸다는 게 맞을 것이다. 그 소리와 함께 시야에 가득 담긴 벚꽃 아래의 그 남성, 그가 아기를 해치려는 것을 말리는 것만 같았다. 얼마 전에 잃었던 기억의 파편이 그 자신을 위해서도, 그 아이를 위해서도 이래선 안된다고 타이르고 있었다.
정신이 번쩍 들어 팔을 내리고는 아이와 눈을 맞췄다. 이제 막 세상을 눈에 담기 시작한, 맑은 눈동자였다. 그는 의문이 들었다. 묘지에서 태어났다고 아기를 해치는 것이 맞는가. 울기 밖에 하지 못하는 새생명을, 단지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죽이는 일이 타당한 일인가. 많은 죽음을 가까이서 겪으면서 삶의 소중함을 몸소 체험한 그는 결단코 아니라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었다. 아이는 지켜야하고, 보살피고, 사랑으로 품어야 하는 존재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아이를 소중하고 조심스레 안아주었다. 자신의 어리석음에 대한 사죄를 담아 품에 안자 그 아이도 그의 팔을 잡아주었다. 아이는 그저 기댈 곳을 찾은 것 뿐이더라도, 죄책감을 가지고 있던 그는 용서를 받는 것 같아 자신이 잘 키우리라 다짐했다.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자라며, 자신의 사랑을 나눠줄 수 있는 유령족의 아이는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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