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ㄱㅇ : 0ㅅㄹㅎㅎㅇ

[글] [ㄱㅈㄷㅇ] 주인 없는 꽃을 샀다.

backup by 해마

* ㅍㅅㅌㅇ에 올렸던 글 그대로 백업했습니다

🐤 포타 연성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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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 : 주인 없는 꽃다발을 샀다.

https://t.co/kmcYkojxHJ

 마지막으로 꽃을 사 본 게 언제였지. 아마 어버이날을 맞아 부모님께 드릴 카네이션을 골랐던 중학생 때였을 것이다. 자랑은 아니지만 그 후로는 꽃을 사 본 적이 없었다. 어버이날 선물은 다른 것들로 채워져 갔고, 각종 행사나 기념일에는 어디에나 널린 조화를 들고 갔으니. 꽃은 그렇게 일상에서 멀어져 갔다.

 하지만 윤강재는 꽃을 싫어하는 것은 아니었으며, 오히려 그는 꽃을 꽤 좋아하는 편에 속했다. 연애를 시작하고 나서는 더욱 그랬다. 때때로 그는 처음으로 생긴 연인에게 꽃을 선물하는 상상을 하곤 했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생긴 로망 중 하나였다. 연애하면, 꼭 한 번쯤은 데이트 할 때 꽃을 사서 가보고 싶다는. 

 그리고 동시에 그는 이런 로망이 구닥다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한참 유행이 지난 드라마에나 나올 법한 장면을 그대로 따라하기엔 그는 소심했다. 더군다나 그의 애인은 그닥 꽃을 좋아하는 쪽은 아닌 듯 했다.

'남자가 무슨 꽃이야. 안 어울리게.'

 몇 년 만에 사보는 꽃은 단촐하기 그지 없었다. 화려한 장미꽃도, 형형색색의 튤립과 수국, 크로커스 그 무엇도 살 수가 없었다. 주고 싶었던 꽃은 이렇게나 많았는데, 꽃을 받아 줄 사람은 없다. 꽃집 어디로든 시선을 돌려도 그의 연인이 생각났다. 뜨거워지는 눈시울을 가라앉히려 애꿎은 마른 세수만 반복하다가, 결국 꽃집을 나와 손에 쥔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바라보며 조용하게 무너져 내렸다.

"그러니깐. 남자가 무슨 꽃이예요, 형."

그는 영정 사진도 각 잡힌 증명사진이었다. 정말 마지막까지 그 답다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사진 앞에 놓인 흰 국화꽃은 더없이 낯설었다.

"......진짜 안 어울려요."

 그러니까, 더 잘 어울리는 다른 꽃들을 주고 싶었어요. 

차마 할 수 없는 그 말을 입안으로 삼키며 또 다시 손바닥으로 눈물을 훔쳤다. 그가 꽃을 반기지 않을걸 알면서도, 그래도 한번쯤은 무작정 꽃다발을 안겨줄 걸 그랬다는 후회가 뒤늦게 들었다. 그는 꽃무더기를 보면서 어떤 표정을 지을까, 어떤 말을 할까. 꽃다발을 품에 안은 한동우의 표정을 모른다는 게 후회로 남을 줄은.

 한참을 그 자리에서 조용히 눈물을 삼키던 그는 이내 맑은 표정으로 자신을 응시하는 연인에게 말했다. 이제와서 너무 늦어버린 말을. 

또 올게요, 다음에 봐요.

혼자 남겨진 창백한 꽃 한 송이는 왜인지 슬퍼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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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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