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터X헌터 드림 작업물

글이 간절할 때 열리는 타입

Commission by 김창식
12
0
0

해는 뜨고 태양은 진다. 그것은 영원불멸의 명제이다.  K는 땅바닥에 드러누운 채 노을이 지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거칠게 내쉬는 숨소리에서 혈향이 배어 나온다. 피가 울컥이는 것을 보아 내상을 제대로 입은 듯했다. 허탈한 웃음이 샌다. 무겁게 감기는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한다. 고개를 돌리면 보이는 것은, 나의 태양이었다.

 

 

 

해는 뜨고, 태양은 진다. 그러나 나의 태양은 지지 않는다. T. 나의 태양. 나의 온전한 태양이자, 지지 않는 해. 언제나 맑은 하늘 속에서 영원히 떠 있을, 제가 올려다보아야만 하는. 누가 그를 왕족의 짐승이라 일컫는가. 이렇게 바보같이 웃는 이를. 태양과 시선이 맞닿자 눈을 찌푸린다. 싫어서가 아니었다. 너무나도 눈이 부셔서. 진실은 비틀린 길 위에서 쉽사리 왜곡되기 마련이나, K는 굳이 진심을 밝히지 않았다. 제가 숨기고 있는 것은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예를 들어 제 마음 같은 것 말이다. 제가, 저의 태양을 올려다볼 때마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억지로 욱여쥐고 있다는 것조차. 저의 태양은 몰라야 한다. 우리는 친구이지 않던가. 그마저도 쉽사리 끊어질 인연이지 않은가. 비록 눈이 먼다 하더라도. 제가 끝까지 올려다보는, 태양과 그늘진 곳의 해바라기. 그것이 우리의 관계이니.

 

 

 

왜 그래, K. T는 웃었다. 햇살처럼 웃었다.

햇볕은 뜨거웠다. 태양에는 흑점이 존재하듯, T에게는 혈흔이 묻어 있었으니까. 그것은 저도 마찬가지였으나, 저 자신은 제가 신경 쓸 바가 아니었다. 칠흑빛 눈동자에 담기는 것은 오로지 빛나는 햇빛뿐이므로. 저 자신 따위 담길 여유는 없다. 태양의 이마에서 피가 흘러내렸다. 아무렇지 않다는 마냥 웃는 저의 태양에게 손을 뻗는다. 떨리는 손가락을 뻗어 흐르는 피를 닦아낸다. 바보. 이번에도 진심은 거짓 뒤로 감춰진다. 그러게 왜 내 앞을 가로막아. 그야, K가 위험했으니까. 내가 위험하면, 너는 안 위험해? 멍청이. 그리 말하면 헤실 웃는 저의 태양이 눈에 선했다.

 

 

 

K는 T를 향해 몸을 돌렸다. T는 언제나의 웃음을 머금더니, 그를 따른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피가 묻지 않은 손을 뻗는다. 잡는다. 맞잡힌다. 그래, 이것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두 사람이 함께할 것이라는 의미가 되기도 하였고. 두 사람의 마음이 맞닿아 있다는 뜻이 되기도 했다. 두 사람만이 눈치채지 못하고, 두 사람만이 숨기려 드는, 이어진 우정. 이어진 마음, 이어진 사랑.

 

 

 

바보.

 

그 말에 T는 웃었다.

카테고리
#기타

해당 포스트는 댓글이 허용되어 있지 않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