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일지

to be continued...?

ARK by 척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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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사일지


안녕하세요. 저는 최근 어떤 선배를 조사하고 있어요. 어? 말이 조사지, 사실 스토킹하고 있는 거 아니냐고요? 무슨 오해의 말씀! 이건 ‘조사’가 확실하다고요. 제가 그 선배를 조사하게 된 이유를 먼저 들어보실래요?

저는 사실 후플푸프 2학년 학생인데 저희 기숙사, 아니 교내에 소문이 돌더라고요. 무엇이든 들어주는 선배님이 있다는 소문이 말이죠~ 그 선배가 후플푸프 6학년 선배라는데 같은 기숙사 후배인 제가 어떻게 흥미를 안 가지겠나요? 후플푸프 6학년 선배들 중 누구일지 여기저기 탐문하고 다니다 최근 어떤 선배인지 특정하는데 성공했답니다.

“선배, 저 힘들어서 그런데 서쪽 탑의 부엉이장까지 업어주시면 안 될까요?”

“… 그래.”

보셨죠? 들으셨죠? 선배가 절 업어서 서쪽 탑의 부엉이장까지 데려다주시고 가셨어요. 하지만 바로 확신하기엔 증거가 부족해서 또 부탁을 드려야겠어요. 선배가 자주 출몰하는 곳은 연회장 아니면 도서관이라 찾기 쉽거든요. 오, 지금은 도서관으로 가는 복도에 있네요. 얼른 달려가야겠어요.

“선배~ 저 대신 과제 해주시면 안 될까요?”

“그래.”

농담으로 받아들이실 줄 알았는데 어떤 과제인지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에 선배가 양피지 묶음을 주셨어요. 보니까 부탁드렸던 과제가 적혀있더라고요. 너무 궁금해서 그걸 그대로 교수님께 제출했는데 글쎄… 통과가 됐답니다! 아, 이거 너무 한 거 아니냐고요? 어쩔 수 없어요. 조사를 하기 위해선 이런 일도 감수해야 하는 거 아니겠어요? 그러니 교수님께는 비밀이랍니다. 아무튼 그래서 조사에 착수하게 되었어요. 궁금하지 않나요? 그 선배가 어디까지 도와줄지, 거절하는 부탁이 없는지 말이에요! 어라, 그런데 오늘은 먼저 찾아온 손님이 있네요?

“있잖아, 그 애를 괴롭혀 주면 안 돼?”

“…”

“응? 다른 부탁은 다 들어줬잖아. 그럼 그 순수혈통 자식한테 예전처럼 주먹이라도 휘두르면 안 돼?”

“…”

“너 진짜 많이 바뀌었다. 손부터 나가던 녀석이었잖아. 기숙사 감점 같은 건 신경도 안 쓰고 주먹 휘두르다가 여기저기 불려 가던 넌 어디 가고 … 애들 심부름이나 해?”

“…”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이거, 제가 들어도 되는 걸까요? 기둥 뒤에서 힐끔힐끔 보고 있긴 합니다만 솔직히 궁금하잖아요.

“무력보다 대화로 누가 해결하라고 … 그랬거든.”

“거짓말.”

“…”

“너도 결국 순수혈통 녀석들 눈치 보는 거잖아. 내 말이 틀려?”

“…”

“그런 식으로 굴 거면 착한 척 하지를 말던가. 다 들어줄 것처럼 굴면서 왜 안 들어주는데?”

한참 실랑이 하더니 결국 먼저 온 손님이 나갔네요. 포기하고 돌아가야 할까요? 아뇨, 포기할 수 없죠. 이럴 때일수록 조사를 진행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건 기회일지도 몰라요.

“선배!”

“아, 안녕. 식사는 했어?”

선배가 친절하게도 살구 파이를 건네주시네요. 음~ 맛있다. 역시 헬가의 요리법으로 만들어진 호그와트 요리가 최고네요. 아, 이게 아니라!

“선배, 저 궁금해서 그런데요. 질문 해도 되나요?”

“어떤?”

“제가 우연히 들었거든요. 원래 선배가 무력을 잘 사용하는 다혈질의 성격이었다고요.”

“아… 그랬었지?”

“하지만 제가 알고 있는 선배는 그렇지 않거든요. 친절하고, 부탁도 잘 들어주시고… 무력보단 대화로 잘 해결하시는 걸로 보이시거든요.”

“그렇게 날 봐주고 있었다니 부끄러운데.”

“헤헤, 그런데 선배는 어쩌다 지금의 모습이 되신 건가요? 계기라던가, 마음의 변화! 같은 게 있으셨나요?”

살구 파이를 와작와작 입에 넣고 질문해서 그런 걸까요. 선배가 꿀이 들어간 따뜻한 우유 잔을 밀어주셨어요. 원래는 설탕이 들어가는 우유일 텐데 꿀이 들어가서 일까요. 술술 잘 넘어가요! 선배가 한참 답이 없다가 이상한 말씀을 하셔서 금방 자리를 파했어요. 선배는 왜 그렇게 대답했을까요? 사실 지금도 잘 모르겠어요. 조사는 이제 시작이니까요. 언젠가 알게 되겠죠!

“마지막 거품을 뱉었거든. 그래서 가라앉은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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