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뺨 맞고 복수하는 여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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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위에서 여린 손으로 악기의 현을 매만지던 아이는 문득 저 멀리서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는다. 무표정하던 얼굴에 생기가 돈다, 숨을 크게 들이쉬며 옷매무새를 정리하고는 마루 아래로 가지런히 놓아둔 게타를 신고 소리가 들린 곳으로 빠르게 걷는 것이다. 이처럼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데 필요한 건 뭘까. 답은 간단하다. 바로 애정이다. 참된 어른의 보호와
그와의 인연은 별로서 기억한다. 다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의 모든 과거를 잊었다. 짐승은 제 앞에서 찬연한 모습을 한 이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디에서 이렇게 잔뜩 닳아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변은 운무가 어둠처럼 짙게 깔렸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능력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와 같은 전장에 선 적 없으니. 그런데 왜 이렇게
피투성이 몸을 이끌고 전장에서 돌아온다. 몸에서 계속해서 검붉은 뜨거운 액체가 뚝뚝 떨어진다. 명예로운 삶에서 비롯된 상처이다. 불명예로서 멀쩡한 몸보다는 훨씬 살아있다는 감각이 짙었다. 사신처럼 시커먼 그가 다가오며 버티고 있는 등을 툭 쳤다. 상체가 맥없이 앞으로 고꾸라지다가 도로 균형을 잡았다. 그 시간 안에 두 손으로 그를 쥐었기 때문에 그의 옷자락
여러 개의 훈련 봇이 반 즈음 관통당해 흐느적거리는 가운데 유독 멀쩡한 이 둘 서 있으니. 그것은 순결한 저의 계약자와 저 자신이다. 짐승은 그런 계약자의 뒤에서 보조역을 맡으며 그를 따르는 악마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아무래도 유독 눈에 띄는 것은 어릴 적부터 보아왔던 동물 형상의 악마다. 그것은 제 계약자의 상징과도 같은 것인지라 짐승은 그 움직임을 유심
웅얼거림? 혹은 무어지. 여태 들어온 모든 선율 중 가장 무거운 것을 담고 있는 것 같아 짐승은 조용히 그것을 듣는다. 그 속에는 연주자 자체의 경험이 담겨있어 간접적이나마 그의 여행을 느낄 수 있었다. 얼마나 어디를 간 것인지. 혹한에 설산에 접어들었다가 제겐 익숙한 불길 위로도 접어든다. 심하게 흔들리는 차체에도 있었다가, 마음과 생각의 흔들림에도 있었
오싹한 느낌에 눈을 떴다. 지원계. 타인의 이능을 직접 받아본 적이 적지는 않다지만 러브가 말했던 대로 이 연기는 환각과 구토, 어지럼증을 동반하는 감이 있다. 보아라. 눈이 떠있음에도 눈가가 무언가로 덮인 느낌이다. 아마 인간의 손이 아닌가 싶은 감촉이었다. 억지로 눈을 치뜨니 약간의 걱정스러운 얼굴을 한 사랑스러운 별이 손 틈 사이로 비치고는 했다.
짐승은 생각한다. 저는 그를 기억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제는 그의 많은 것을 잊었다. 무안한 얼굴로 이름을 발음하다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와 그의 웃음을 기억한다만 그와 무슨 관계를 맺었었는지는 저 스스로 잊어 기억나지 않으니, 그러니 이름을 읊는다고 무언가가 생길 리는 없었으니까. 그 어느 때든 전장으로 나가는 일이 없을 때는 일절 아무런
모든 것이 평등한 가치를 가진 이상세계로. 다 찢긴 인간의 역사 아래 우리는 모두 짐승일지어니. 총성. 이 전장엔 이상향을 쫓아 꿈속을 드나드는 짐승이 있다. 반 즈음 날아간 턱이나 피투성이가 된 새하얀 피부, 누군가의 살점을 물고 있는 가지런한 하얀 이와 섬뜩한 무표정까지, 인간의 탈을 쓴 그것은 재미없게 오직 살생만을 추구하는 짐승의 모습을 한다
스물다섯. 무관심하게 연도를 센다. 누군가는 저를 마주하면 흠칫 놀라며 급히 인사를 한다. 시비를 걸고 싶은 것인지 플러팅을 하는 것인지 모를 시선에 별 관심은 없다. 손이나 흔들어주었다. 저의 모든 신경은 여전히 이상을 향해 향해있다. 제 목적을 위해서 주요 인사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날마다 그들이 묻는 정보를 기계처럼 재확인하고 있는데도 그들
휘청거린다. 곧 팽팽하게 긴장된 몸을 딱딱한 검신으로 지탱하고 선다. 고개가 삐딱하게 기울었다. 한없이 연약해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공터 여기저기에 파인 홈과 그슬린 자국은 그가 만든 것이다. 다시 검을 쥐고 한 걸음 물러섰다. 그리고 휘둘렀다. 생각지도 못한 불길이 불쑥 검신을 타고 오르더니만 목표한 곳에 내리꽂아지며 상상으로 만든 목표를 불태웠다. 곧
들고 있는 상자에 이름 잊은 것들을 넣는다. 로웬은 차분하게 제 몫의 방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쌓인 물건들은 대다수 쓸모를 잃은 것들이었다만 정리하며 모든 물건의 추억을 돌아보기 시작한 로웬에게는 버리는 것을 용납할 수 없는 것들인지 대다수 것이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런 식으로 오늘 온종일 정리했지만 오 년 동안 쌓인 것들을 정리하자니, 동시에 전
나의 이번 사인은 몸의 내구성을 과대평가하여 마수의 잇새에서 으스러진 것. 로웬은 피투성이가 된 몸으로 어금니를 꽉 물며 마지막 마수에게 칼을 박아 넣고는 이번 부상의 이유를 스스로 문답한다. 칼이 박힌 마수의 눈에서 불길이 치솟았다. 겉으로 새어 나오지 못한 불길이 구멍이란 구멍은 전부 파고들어 시체를 난도질했다. 이능으로 인한 화염 조각이 넘실거리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