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훈련 - 04 with Violet.

하... ..... 훈련이 이렇게 힘들었나?

그와의 인연은 별로서 기억한다. 다만 그것과는 상관없이 그의 모든 과거를 잊었다. 짐승은 제 앞에서 찬연한 모습을 한 이를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바라본다. 어디에서 이렇게 잔뜩 닳아 온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주변은 운무가 어둠처럼 짙게 깔렸었다.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능력이다. 아마 그럴 것이다. 그와 같은 전장에 선 적 없으니. 그런데 왜 이렇게 익숙한 기분이 들까. 미묘한 얼굴로 바라본다.

“ 님께서… 볼만한 능력은 아닐… …다. ”

이건 꿈인가? 현실인가? 도대체 너의 음낮이를 따라 한 이 목소리의 정체는 누구인가? 얼핏 들리기에 자세한 것을 알 수 없다. 다만 약속, 미소, 동질감, 다정한 말투를 보아하니 친밀한 이었다는 것은 알 수 있다.

“ 약속… 불가해… 매력……입니다. ”

얼굴은 알 수 없다. 다만 곧이어 한 번도 간 적 없는 공간에서 웃고 있는 둘을 보면 소스라치게 놀란다. 지금보다 네 어린 얼굴. 이건 기억인가. 잘 판단이 되지 않는다. 이상한 것이 자신에게 얽히고 있음은 알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금 제 앞에 서 있는 너와 말 거는 네가 다른 이라는 것이지. 너는 기억하지 않는 편이 좋을 거라고 했지만 역시 예전에도 제법 인연이 있었던 모양이구나. 고개를 갸웃대며 제 볼을 잡아당겨 보았다. 살짝 아픈 것이 생생한 느낌이다. 그럼 방금 떠오른 그 장면은 우리의 기억이려나.

“ 로웬. ”

공명이 들린다. 조금 더 성숙해진 목소리를 따라 돌아온다. 왼손을 들어 제 눈 위로 겹쳤다. 이마 위에 송글 송글 맺힌 땀이 느껴진다. 도로 손을 떼었다. 이 회상으로 알게 된 것은 없지만 어쩐지 조금은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다. 서서히 눈을 뜨면 실존하는 네가 있다. 너는 과거를 기억하지 않아도 좋다 말했고 나는 너를 비롯한 모든 별을 지키기로 마음먹었지. 나에게 유의미한 약속은 이제 그것일 뿐. 뿌연 윤무의 덩어리로 뭉쳐진 약속은 더는 기억하지 못하기에 의미가 없을 것이다. 아무 말 없이 서로 응시하다가 짐승은 먼저 웃었다. 그래. 저는 이제 영원할 수 없는 그 모든 약속을 떠나 태초의 낙원을 되찾고 네 웃음을 지켜줄 것이다. 그거면 됐을 것이야.

하지만 궁금하니 언젠가는 답해줘 나는 과거의, 이제는 기억도 하지 못하는 너와의 그 약속을 지금도 지키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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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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