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커미션

샘플 2

커미션 by 뽀끔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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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 일상/학교/수업

"오늘이 15일 이니까... 여기서부터는 15번이 일어나서 읽어보자."

R가 움찔 하며 낙서하던 펜을 내려놓고 급하게 페이지를 넘기더니 눈동자를 빠르게 굴리기 시작했다. 마치 의자가 걸린듯 덜커덕 거리는 소리를 여러번 내며 시간을 벌고 있었는데, 옆자리의 유우가 한숨을 내쉬더니 다음장을 넘겨 검지손가락으로 두번째 문단을 콕콕 집어주었다.

"... 사랑스러운 민들레는 우리 집 마당에서..."

R의 맑은 목소리가 교실을 채우고 같은 반 학생들은 책 대신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항상 이런식이지, 등교하는 날에는.

"그만, 그 다음부터는 왼쪽으로 넘어가서 한바퀴 돌자. 세번째 문단부터 읽으면 되겠다."

"병아리를 집으로 데려온 날, 우리 가족은..."

유우가 곧바로 일어나더니 망설임없이 문단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작게 헛숨을 들이삼킨 R는 위기를 넘긴 기쁨을 만끽하며 자세를 고쳐앉고 유우의 목소리를 따라 교과서를 훑어내다가 문뜩 느껴지는 시선에 고개를 올렸다. 아, 수업시간에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쳐다봐도 되는거야? 유우는 신경도 안쓰이나? 유우가 문단 끝까지 읽어낼 동안 학생들의 시선은 한 곳에 머물러 있었다. 교사의 지시가 있을때까지 다들 당당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일상이라는듯 자연스러운 이 상황속에서 R는 묘하게 속이 불편해지는 듯 한 기분이 들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R는 쏜살같이 가방을 챙겨 교실을 빠져나왔다. 운동장을 가로질러 교문앞을 나서려는 도중 두고 온 열쇠가 생각나 걸음을 멈추던 순간, 소리없이 뒤따라오던 유우와 부딪혀 둘은 비명소리와 함께 운동장 바닥에 엎어졌다.

"아야... 너 뭐야?!"
"너야 말로 뭔데?!?"
"뭐가 뭐야!!!!"
"뭐가 뭐라는거야!!!!"

서로 한참을 씩씩거리다 툭툭 털고 일어나 떨어진 가방을 고쳐메더니 R가 말없이 다시 길을 나섰다.

"너 오늘 왜이래? 학교도 간만에 나왔으면서 뭐가 그렇게 마음에 안들어? 말을 해야 도와줄거아니야."
"네 도움따위 필요 없거든!!!! 니 친구들이랑 가서 놀아!!!"

그 말을 마지막으로 R는 따라잡을수 없게 전속력으로 교문을 나서 차량에 탑승했다. 유우에게 베- 하고 혀를 빼꼼 내밀어준 후 벤의 문이 닫히자 곧 유유히 사라져 버렸다. 허, 하는 어이없는 헛숨소리와 함께 유우는 멍하니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다가 내일 어차피 집에서 놀기로 했으니까... 라며 작게 중얼거리고 무릎의 먼지를 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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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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