젬스티

안개

2022.03.26


스콜세시에게선 언제나 안개 속에 가려진 연꽃의 향이 난다. 그 연못의 축축한 물기, 그 밑으로 깔린 자갈이 끄트머리로 밀려나고, 그것 사이 사이에 이끼가 껴 습기를 그대로 머금고 있는 향. 수련이지만 결코 정적이지 않고, 그보다 더한 꽃내음이지만 결코 생명력이 느껴지지 않는다. 안개 속에서 제 모습 하나 수면에 비춰보지 못하는 수련. 그것이 미스티 스콜세시의 본질이다.

"……."

말려 올라간 치맛자락을 개의치 않고 허벅다리를 더듬는다. 얇고 둥근 무릎에 손끝이 닿으면 두 무릎을 끌어당기고, 양 팔로 그녀를 가볍게 들어올린다. 그리고선 짧게 고민한다. 객실로 돌아갈까, 이곳에서 깨어나길 기다릴까. 기껏 준비한 샐러드가 아쉽게 되었지만 편안한 환경에서 눈 뜨는 것이 좋겠지. 가볍게 생각하곤 웃옷이며 짐을 챙길 수가 없어 단신으로 주방을 나섰다. 모쪼록 뒷사람이 물건을 옮기지만은 말길. 가볍게 바라며 계단을 오른다.

어쩐지 익숙한 복도다. 자세를 낮춰 제 허벅지 위로 의식을 잃은 미스티를 앉히고, 허락도 없이 주머니로 손을 밀어 넣는다. 잠든 뺨에 마른 눈물자국을 내려다보고, 거칠게 소금기가 남은 길을 열쇠를 쥔 손으로 쓸어내린다. '과했어.' 뇌까린다. 작게 벌어진 입술 사이로 뽀얗게 자리한 앞니를 시선에 담는다. 그리곤 일전의 입맞춤을 복기하듯 저도 모르게 입을 벙긋거린다. 그대로 아랫입술을 짓씹으며 제 뒷목을 주무른다. 짤랑이는 열쇠로 스콜세시의 객실 문을 연다.

하얀 시트 위로 별반 색이 다르지 않은 그녀를 눕힌다. 기절한 환자는 어찌 대해야했더라. 압박될 수 있는 물건은 풀어주는 편이 좋다 들었던 것 같은데. 다리를 매트리스 아래로 축 늘어뜨린 모양새를 따라 제임스는 무릎을 꿇는다. 도자기로 된 어떤 공예품을 다루듯이, 정강이를 쥐고는 언제나와 같이 힐을 벗겨낸다. 그리고선 탈진해 누운 여자를 본다. 태울 것이 없어 스스로를 연료삼는다 말하기에 그녀는 차갑고, 울음으로 얼룩져 있다. 오히려 스스로의 눈물로 연못을 메우고, 안개를 피워낸다 말해야하지 않을까. 희뿌연 얼굴을 바라본다. 그러나 제임스에겐 또렷한 이목구비를 본다.

"자기…."

그렇게 불렀단 말이지. 고개를 홀로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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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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