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네를 기리며.
시노하라, 나의 마스터. 나의 조수. 나의 이해자.
선명히 울음 짓던 자네는 이제 곧 별이 되겠지. 문학적인 의미로 말일세. 자네가 나를 마지막으로 단단하게 붙들어준 것을 영기에 새겨두었어. 나를 사랑했던, 그 누구보다 제멋대로였던 영령을 사랑했던 자의 마지막이라고.
다른 영령들의 비탄을 이해하기에는 나는 아직 부족함이 많은 것 같아. 우리의 존망은 이제 그 작은 손과 등 하나에 붙잡히지 않지. 그 누구도 자네에게 '세계를 구할 마지막 희망'이라 하지 않아. 그럴 필요가 없어졌으니.
비로소 자유라는 의미일세.
모든 싸움이, 고통이 끝나고 희망이 삶으로 변모하길 바랐는데 말이야. 이제 쉴 생각이 든 모양이더군.
선택은 존중해. 누가 자네를 그 선으로 떠밀었는지 알고 있으니까.
작은 몸으로, 어린 정신으로, 그 연약한 목숨으로 잘 견뎌주었어. 그렇기에 더 오래 나의 봄으로 남았길 바랐지.
허나 인간은 만능이 아니야. 인간이 만들어낸 신비 역시 만능이 아니지. 다빈치 여사는 늘 자신은 만능한 영령인 것 처럼 말하고 있지만, 우리의 존재는 자네 하나의 존속에 의지하고 있지. 그러한 것을 일반인이 견뎌낼 수 있겠는가?
자네는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흐름에 휩쓸리고 있을 뿐이었다네.
모두가 그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자네에게 말하지 않은 것은 자네 역시 그 사실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기 때문이라네.
홈즈는 왜, 어째서 나한테 이런 말을 하는거야?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단순히 진실을 은폐하는 것은 내 성미에 맞지 않기 때문이라네. 그런 일차원적인 문제가 아니어도 자네가 직면한 사태는 심각하니까.
단도직입적으로 묻지, 나의 마스터. 두려웠나? 모든 현실이 괴롭게 느껴졌나? 어쩔 수 없는 일이야. 그것은 자네의 문제만은 아니야. 자네의 상태를 알면서도 침묵을 고집한 모두의 잘못일테지.
미안하네. 나를 옆에 두고서 속을 썩히고만 있는 것이 불만스러워 조금 심술을 부리고 말았어.
작가들이 독자들의 여운을 위해 흔히 남기는 ' 열린 결말의 에필로그 ' 처럼 그리 희미하게 남아있으면 했어. 봄을 맞이하고, 여름을 만끽하고, 가을을 느끼며, 겨울을 준비하는 인간의 허탈한 삶을 살아가길 수많은 별이 소망했어.
운명 그 자체가 그 행위를 부정할 줄은 몰랐지만.
자네가 눈을 뜨지 않은지 한 달, 두 달, 석 달이 다 되어갈 때 즈음 그들은 자네의 죽음을 규정했어.
마지막 유예, 죽음의 신도 내리지 않았던 선고를 결국은 인간들이 내리더군.
회생 가능성이 없는 인물, 그 인간에게 휘말리는 사람, 별, 신, 모든 것들이 그들에게 퍽 곱게 보이지 않았겠지.
마스터, 우리는 꿈을 꿀 수 없음에도 감히 꿈을 꿔. 영령으로 할 수 없을 모든 일을 하고 있어. 꼭 살아있는 것 처럼.
숨을 쉬며 앞으로의 미래를 속삭일 것 처럼 말이야.
아아ㅡ, 그러니 부디 바라건데. 좋은 꿈을 꾸게. 나의, 봄.
레이디를 기다리는 미스터가 있음을 잊지는 말게. 오늘 밤도 기다리고 있겠네. 팔에 붙은 패치는 떼지 말게나. 나는 자네의 꿈을 꾸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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