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노쨩 칼데아

Miss Shinohara.

비효율적인 의사 전달일세, 미스 시노하라.

계획 수립 단계에서는 제법 나쁘지 않은 생각이었는데 실제로 실행에 옮기니 이리 구멍 투성이일 줄이야.

나는 예견하지 못한 상황에 꽤 잘 대처하는 편이네만, 본래 임기응변에 재주가 좋은 영령이 아니어서 말일세. 차마 확정하지 못한 가설들을 입 밖으로 내지 않는 것도 같은 원리지. 뭐, 이 이야기는 후에 더 이어가는 것으로 하겠네.

자네는 내가 자네에게 편지를 쓰게 된 이유를 더 궁금해 할 것 같으니 말이야.

미스 시노하라, 최근 자네의 건강이 좋지 못하더군. 불안감에 시달리는 탓일지도 모르겠네만, 자네의 건강은 이곳, 칼데아의 중요한 자원 중 하나일세. 정확히는 '가장' 중요한 자원이지.

이해가 가나? 건강 관리 좀 하게.

내가 할 말은 아니겠지만, 자네도 자네의 무너진 리듬을 확신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네. 나는 영령의 몸인지라 적어도 컨디션에 영향이 가지는 않는다네.

음, 뭔가 책망하는 듯한 내용만 담긴 것이 신경 쓰이는군. 이런 말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러니 몇 글자 더 떠들겠네.

타인과의 교류가 부족한 점은 다빈치에게도 지적받고는 하지만 태생이 섞일 수 없는 부류 아닌가. 아무 생각 없이 걷는 것 만큼 유쾌하지 않은 일도 드물지 않나. 이런 점이 문제일지도 모르겠어!

하하. 자네가 아마데우스를 떠올리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조금 마음이 아프군. 나는 확실히 인간이라기엔 조금 어긋났지만, 인간성을 버리진 않았다네.

좋아. 이제 무슨 이야기를 더 적어볼지에 대해 논의할 시간인가... 아스클레피오스에게서 이 글을 써 달라는 의뢰를 받았을 때는... 정말, 흥미로운 일이라고 예상했네.

하지만 전혀, 아니었어. 타인의 민낯을 볼 수 있는 광경과 달리 내 민낯을 적어야 한다니. 탐정은 자신조차 추리에 넣을 수 있어야 해. 객관성을 잃어버리는 글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의견 역시 개인의 의사가 듬뿍 반영되어 있으나 객관성을 보존하기 위해 얼마든지 고칠 수 있네. 허나 편지는 그럴 수 없네. 아주 순수한 묵묵함이란 말이야. 이런 건 내 성미에 맞지 않아.

다음 번에 이런 취미가 생긴 상태로 현계한다면 더 적어보지. 그럼 줄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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