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드림으로 드림주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된 대만이가 보고 싶다

진짜 친구 집이라고... 있어, 농구부 친구. 준호라고... 아, 그럼 어떡해. 이 비바람을 뚫고 가라고? 엄마 아들 무릎도 시원찮은데 날아가요.

태풍 때문에 드림주 집에 발이 묶이고 만 불꽃 남자가 보고 싶다. 차마 지금 여자친구 집이라고 실토할 수가 없어서 친구 팔아 가며 (준호둥절222) 집에 거짓말하는 대만이가 보고 싶다고... 아무리 목소리를 낮춰서 얘기하더라도 혼자 사는 좁은 집에서 들리지 않을 리 없으니 따뜻한 차 내오는 드림주 턱에 잔뜩 힘 들어가 있었으면 좋겠다. 웃음 참으려고.

사실 대만이 드림주 집에 들어설 때부터 초긴장 상태였겠지. 감기 걸린다고 빨랑 따뜻한 물로 씻고 나오라고 억지로 욕실에 밀어 넣었을 때는 몰랐을 것임. 근데 씻고 나서 갈아입으라고 앞에 놔뒀던 자기 박스티랑 허리 쭉쭉 늘어나는 고무줄 수면 바지 입고 나온 대만이 얼굴이 누가 봐도 걱정할 정도로 벌겋게 익어 있는 거 보고 드림주 그제야 아... 했을 듯.

흠, 뭐... 비 그칠 때까지만 신세 진다. 그, 얌전히... 있을 거니까. 걱정하지 말고...

대만이 정작 드림주는 아무 소리도 안 했는데 지레 찔려서 주절주절 말꼬리가 길어지겠지. 와중에 허리는 어디 죽을 데 들어온 사람처럼 빳빳하게 세우고 긴장해 있는 거 다 보였으면. 뭘 어떻게 얼마나 얌전히 있겠다는 건지... 사뭇 비장한 투로 말하다가 본인도 멋쩍어져서 아- 하고 뒷머리 긁적이는 모습에 드림주 결국엔 빵 터지는 게 보고 싶다.

알았으니까 ‘얌전히’ 밥이나 먹자 그러면 뒤늦게 놀림 받는 중인 거 알아차리고 투덜거리는 대만 군 졸귀겠다. 그리고 음식 하는 드림주 옆에서 자기도 거든다고 괜히 얼쩡거리는데 솔직히 요리는 젬병이라... 재료 얼마만 한 크기로 썰어야 되는지 일일이 물어보고 확인받으려 그러고 눈 맵다고 질질 짜고 그래서 결국엔 등짝 두들겨 맞고 쫓겨날 거 같음. 하여간 사람이 선의로 도와주는데 매정하게... 구시렁거리면서 꽁하니 앉아 있는 뒷모습 나만 보고 싶냐고.

그런데 저녁을 먹고 난 뒤에도, 같이 영화 한 편을 다 보고 난 뒤에도 (와중에 자기는 절대로 은근슬쩍 눌러붙을 생각이 없다는 걸 보여 주기 위해 2시간 내내 벽에 등을 기대지 않은 의지의 포모남) 비는 그칠 기미를 안 보여서 슬슬 어떡하지 싶어진 두 사람...

결국엔 TV 일기예보에서 밤새 강한 바람을 동반한 폭우가 계속된다고 하는 거 보고 드림주가 그냥 자고 가라고 하면 정대만 동공 지진 일으키면서 침 꿀꺽 삼키는 거 너네도 봤냐? 나는 확실히 봤다.

거, 걱정하지 말고...! 절대 안 넘어갈 거니까...

나는 하나도 걱정 안 하는데 얜 되게 걱정되나 보네... 드림주 집에 있는 베개며 쿠션, 담요까지 싹 다 끌어모아서 이부자리에 38선 그어 놓는 대만이가 이제는 좀 애잔할 지경일 듯. 이거 뭔가 포지션이 바뀐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저렇게 바르르 떠는 모습이 오히려 더 엄한 생각 들게 한다는 걸 정녕 모르는 건가 싶고...

그렇게 베개 장벽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누운 두 사람 수련회st로 천장 쳐다보면서 이런저런 얘기하는 게 보고 싶다. 그러다 어느 순간 드림주 대답이 뜸해지더니 색색 고른 숨소리만 들려오겠지. 그럼 대만이는 그제야 탁 하고 긴장이 풀려서 안도 반 아쉬움 반으로 한숨 쉬면서 본인 얼굴 쓸어내리는 거.

그런데 이렇게 아무 일도 없이 이 이벤트가 지나가 버리면 재미없겠지. 그러니까 잠버릇 심한 드림주가 데굴데굴 굴러서 38선을 넘어갔든, 아니면 결국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져 버리고 만 (구)포모남 (현)쉽게 포기하는 남자가 새벽 3시 14분쯤에 그냥 살짝만 안아 보는 거다...! 하다가 그대로 잠들었든, 아침에 일어나 보니 드림주 대만이 가슴팍에 코가 닿을 정도로 폭 안겨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이렇게 될 걸... 픽 웃음 터진 드림주 도로록 눈만 굴려서 대만이 자는 얼굴 좀 구경하다가 (존잼이었음) 씻으러 가는데 욕실 문 닫히는 소리와 동시에 두 눈 번쩍 뜬 대만이 우와~... 하고 자기 얼굴 가리고서 소리 없는 비명 지르며 몸부림치는 그런 아침이 격하게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