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팔베개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는 잔디 갑판 위에 담요를 깔고 엎드려있는 그녀의 모습에 입가에 미소가 번졌다.

다들 볼일을 보러 가고 먼저 볼일을 보고 돌아온 상디와 그녀는 배를 지키고 있던 조로와 교대했기 때문에 배에는 두 사람밖에 없었다. 마침 정박해있던 섬도 날씨가 좋은 섬인 터라 갑판 위에서 한가롭게 여유를 즐기더라도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간식거리 좀 만들어왔어요.”

 “고마워요.”

  

담요 위에 엎드려서 소설책을 보고 있는 그녀는 옆에 놓여있던 책갈피를 집어, 책 사이에 꽂은 뒤 몸을 일으켰다. 머리카락이 어깨에서 스르륵, 하고 흘러내리는 것에 상디의 시선이 그녀의 어깨로 향했다. 그녀가 그런 상디의 시선이 고개를 갸웃해 보이자 아무것도 아니라며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낮잠 자기 엄청 좋은 날씨인 것 같아요.” 

“그러네요. 바람도 선선하고. 한숨 주무실래요?” 

“그럴까요?”

  

그녀가 냉큼 담요 위에 그가 누울 수 있을 만큼 자리를 만들어냈다. 원래 큰 담요는 아니었던 터라 정말 몸만 누울 수 있을 정도였다. 눕지 않고 계속 자신을 쳐다보는 그녀의 시선에 상디는 의아해하면서도 담요 위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안 누워요?”

 “네?”

 “낮잠, 자자면서요.” 

 

상디는 그녀의 눈빛에 그런 의미로 한 말이 아니라는 것을 말할 수가 없었다. 어차피 다들 돌아오려면 시간도 좀 걸릴 테고, 그는 절대로 잠들지 않을 테니 만약에 상황이 닥치더라도 절대로 그녀를 위험하게 할 생각이 없었다. 상디가 눕자 그녀도 따라서 담요 위로 누웠다. 

 

“진짜 날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마을 사람들 이야기로도 항상 화창한 날씨인 것 같더라고요.” 

 

조곤조곤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그녀의 말이 끊기자, 그녀가 잠들었다는 것을 알아차린 상디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 배 내에서 그녀가 자신을 얼마나 신용하고 있는지는 잘 알고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였다. 솔솔 불어오는 바람이 그녀의 뺨을 스치고 머리카락을 건드렸다. 얼굴에 붙은 몇 가닥의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겨준 상디의 손길이 무척이나 조심스러웠다. 그녀에게서 햇볕의 냄새가 나는 것 같아 상디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 양.”

  

조심스럽게 부른 이름에 그녀가 살짝 뒤척이자 상디는 잠시 숨을 삼켰다. 아무것도 베지 않고 잠이 든 그녀가 불편할 것 같아 상디는 베고 잘만한 것을 찾았다. 책은 너무 딱딱하고, 옷…, 옷을 접어다가 베개를 만들어줄까 하던 찰나 그녀가 상디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윽.”

  

엉거주춤한 상태로 있던 상디는 다른 물건을 찾는 것을 포기하고 그녀가 자신의 팔을 벨 수 있게 자세를 바꿨다. 어쩌다가 안겨오거나, 안게 되었을 때도 느끼지만 품 안에 딱 맞게 들어오는 그녀에 상디는 심장이 크게 쿵쾅거리며 뛰는 것을 느꼈다. 심장이 뛰는 소리에 그녀가 깰까 봐 무서울 정도였다.

  

“으음….”

 

그녀의 조그마한 뒤척임에도 깜짝 놀라, 자는 척을 하기도 했지만, 제법 깊게 잠이 든 모양이어서 상디는 좀 더 대담하게 그녀를 살펴보았다. 그러다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곱게 감긴 눈도, 부드러운 뺨도, 살짝 벌어진 입술도 어디 하나 예쁘지 않은 곳이 없었다.

  

“좋아해요.” 

 

한 번 내뱉기 시작하자 말은 댐이 무너진 것처럼 터져 나와서 잠든 그녀는 듣지 못할 이야기들이 흘러나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흐른 뒤, 잠에서 깬 그녀는 번쩍 눈을 뜨고 보이는 가슴팍에 자신이 상디의 품에 안겨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알아차렸다.

  

“…상디?” 

“아, 일어나셨어요?”

 “…네.”

  

그녀가 깨자 아쉽기도 하고 다행이기도 한 상디는 이제 그만 일어나겠거니 하고 일어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다시 눈을 감아버리는 그녀에 웃음이 났다.

  

“꿈에서….” 

“네.”

 “상디가 나왔어요.”

 “…그랬어요?”

  

아직도 잠에 취해있는 모양인지 웅얼거리며 꿈 이야기를 한 그녀가 밤에 끌어안고 자던 곰 인형처럼 상디의 허리를 와락 끌어안아 몸이 밀착되었다.

  

“조금만…, 더 자고….”

 “네, 네….”

  

다른 크루들이 돌아오기 전에 그녀가 상쾌한 얼굴로 일어났다, 그녀에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상디는 팔이 살짝 저렸다. 그녀도 상디도 굳이 같이 낮잠을 잤다는 이야기를 꺼내지 않아서 다들 잘 다녀왔느냐는 이야기를 나눴다. 쵸파가 의아하다는 듯이 그녀와 상디를 번갈아 보다가 말을 꺼냈다.

 

“두 사람 엄청 가까이 있었어?” 

“응? 응.” 

“그래서 그랬구나. 평소에는 약한 편인데 오늘은 두 사람의 냄새가 거의 섞여 있어서.”

  

그 한마디의 파급력을 수습하는 것은 순전히 상디의 몫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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