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꾀병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상디는 그녀가 어리광을 부리고 있다고 생각했고, 실제로도 그러했다.굳이 배에 선의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다들 상디에게 그녀를 맡긴 것은 그녀가 혼자 있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녀 혼자 쓰고 있는 손님방, 침대 옆에 의자를 가져다 놓고 앉은 상디는 손을 뻗어 그녀의 이마에 손을 올렸다.

 

“약간 미열이 있어요.” 

“…진짜요?”

 “네, 그러니까 푹 쉬어요.” 

 

쵸파가 검진을 해보았을 때 별다른 이상이 없긴 했지만, 혹시 정말로 아파질 수도 있다며 일단 같이 있어주라는 말을 들었다. 오늘따라 유독 혼자 있기 싫었던 모양인지 아픈 것 같다고 말을 하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그녀가 정말로 아프면 어쩌나 가슴이 철렁했던 만큼 실제로 아프지는 않다는 말에는 안심했지만, 가슴 한구석이 불편했다.

 

“한숨 자요.” 

“…잠이 안 와요.” 

“그럼, 잠들 때까지 옆에 있어줄게요.”

  

오늘은 안 좋은 꿈을 꿔서 그런지 혼자 있는 게 너무 싫었던 그녀는 결국 아프다는 핑계를 대고 상디를 붙잡았다. 눈치가 빠른 이들은 그녀가 꾀병을 부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린 모양이었지만, 그녀는 자신의 연기가 완벽해서 다들 아픈 줄 아는 줄 알고 있었다.

 

“평소에 아플 땐 어떻게 해요?” 

“평소엔 안 아파요….” 

 

그녀의 보호자를 떠올리면 이해가 갔다. 그 사람은 못 하는 게 없는 사람이지. 그런 사람 밑에서 자란 그녀는 정말 할 줄 아는 게 거의 없는 편이었다. 뭐든지 잘하는 사람이 옆에 있으니 스스로 할 일이 없었다.

 

“이 배에서 보호자는 저니까, 아프면 바로 이야기해줘요.” 

“…네.” 

“오늘은 간식 금지에요.”

  

시무룩해지는 그녀의 표정에 상디는 웃음이 나올 것 같았다. 꾀병을 부리다니 혼을 내야 할 것 같았지만, 잠시 맡겨진 객의 입장에선 솔직히 마음을 털어놓는 것도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 성격상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다들 모르는 척해줬다.

  

“여기 있는 건 마음에 들어요?” 

“음, 사람이 많아서 떠들썩해서 좋아요.” 

 

원래 그녀가 머무는 배에 사람이라고는 그녀를 포함해서 셋밖에 없으니 조용할 만도 했다. 밖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소리에 그녀의 눈꺼풀이 깜빡이는 속도가 느려졌다.

  

“그래도 여기 있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에요.” 

“상디도 있고…, 다들 좋은 사람들이잖아요.”

 “그렇죠.”

  

점점 작아지는 목소리에 완전히 눈이 감기고 고른 숨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상디는 조심스럽게 의자에서 일어났다. 추위를 많이 타는 그녀이니 이불을 제대로 안 덮었다간 감기에 걸릴지도 몰랐다. 이불을 다시 잘 덮어주고 의자에 앉아 그녀를 쳐다봤다. 한참을 그녀 곁을 지키고 있던 상디는 조심스럽게 방을 나섰다.

  

“잠들었어?”

 “네, 이따가 다시 가보려고요.”

  

아까 간식은 없다고는 했지만, 그녀가 간식을 먹으며 지어 보이는 표정이 상디의 낙 중 하나였기 때문에 결국 간식을 만들기 위에 두 팔을 걷어붙였다. 다른 크루들을 챙겨주고 쟁반을 들고 그녀의 방에 들어갔을 때도 그녀는 여전히 잠들어있었다. 아무것도 안 하고 그녀를 쳐다보고만 있어도 제법 시간이 빨리 갔다.

  

“…안 갔어요?”

 “갔다 왔죠. 간식 만들어왔어요.”

 “오늘은 없다고 그랬잖아요.”

 “간식 안 줬다고, 쓰러지면 어떡해요. 맛있는 거 먹여줘야죠.”

 “그게 뭐예요.” 

 

피식 웃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가 쟁반을 가지고 다시 침대 옆으로 왔다. 입안에서 사르륵 녹는 식감에 그녀가 행복한 표정을 지어 보이자 상디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진짜 맛있어요!”

  

간식을 다 먹고 나니 더 먹고 싶어서 아쉬워하는 그녀를 저녁을 먹어야 한다며 다독였다. 평소처럼 돌아온 것 같아서 무엇보다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괜히 마음이 약해져서 어리광도 부리고 칭얼거리기도 했는데 다 받아주고 곁에 있어준 상디가 너무도 고마웠다. 표현하지 않고는 참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고마워요.”

“별말씀을요. 저녁 맛있게 만들어 드릴 테니 기대해주세요!” 

 

상디는 콧노래를 부르며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날 저녁은 연회라도 하듯이 무척이나 호화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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