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디드림

본능

2016년 이전 / 원피스 - 상디 드림

※ 현대물 

상디는 울리는 그녀에게만 따로 지정해둔 벨 소리에 냉큼 핸드폰을 들었다. 곧 들려올 그녀의 목소리에 그녀가 눈앞에 없더라도 입가에 미소가 번지고 있었다.

 

“네, 여보세요?” 

- “아, 안녕하세요.” 

“…실례지만, 누구시죠?” 

 

그녀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이의 목소리에 상디는 다른 직원에게 뒷정리와 문단속을 부탁하고 냉큼 차에 올라탔다. 집에 혼자서 돌아가지 못할 정도로 술을 마셨다니 걱정이 앞섰다. 적당히 차를 세워두고 상디는 냉큼 계단을 올랐다. 

 

“어, 상디!” 

 

흐트러진 머리를 쓸어 넘기며 그녀를 찾고 있는 상디에게 그녀가 냉큼 달려와 안겼다. 그런 그녀가 싫지는 않았지만 걱정을 시켰다는 점에서 괘씸죄는 적용할만했다. 허리를 꽉 끌어안고 이런저런 말을 하는 그녀의 등을 토닥이면서 그녀가 앉아있던 자리의 사람들에게 물었다. 

 

“술 많이 마셨습니까?” 

“네, 아마 주량보다 많이….” 

 

상디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뺨을 비비며 어리광을 부려왔다. 연락을 해준 그녀의 친구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선 그녀의 핸드백을 챙겨서 가게를 빠져나온 상디는 그녀를 보조석에 앉히고선 안전벨트까지 챙겼다. 

 

“우리 집에 가요?” 

“네, 집에 갈 거예요.” 

“더 안 놀아요?” 

“시간이 늦었잖아요. 내일 놀아요.” 

 

술 취해서 떠드는 그녀의 말에도 차분히 대답해준 상디는 그녀의 집 앞으로 차를 몰았다. 종종 데려다주는 날도 있었고, 집에 들어갔던 적도 있었다. 혼자 살면 굶어 죽을 것 같은 그녀가 옆집에 사는 지인들의 도움으로 자취를 하고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비밀번호 기억해요?” 

“기억 안 나요.” 

 

기억이 안 난다고는 했지만, 손가락은 착실하게 도어락의 비밀번호를 눌러서 정말 다행이라고 상디는 생각했다. 술에 취한 것치고는 잘 걷는 다 싶더니 바닥에 털썩 주저앉은 그녀가 아예 누워버리는 모습에 상디는 짧게 한숨을 쉬고선 그녀의 신발을 벗겼다. 

 

“집에 신발 신고 들어가면 안 돼요.” 

“왜요?” 

“지저분해지잖아요.” 

“네….” 

 

몸을 숙여 꾸물꾸물 신발을 벗는 그녀의 모습에 상디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 진짜 어떡하지. 신발을 벗고 나니 옷이 문제였다. 불편하면 알아서 갈아입지 않을까 싶다가도 화장이라도 지우고 자게 해야 하는 게 아닐까 하면서 수만 가지 생각이 들었다. 

 

“씻고 잘까요?” 

“네! 자고 가요?” 

“…아뇨, 전 집에 가야 하는….” 

“왜요?” 

 

왜냐고 물으면 그게 또, 상디는 곤란한 듯이 웃으며 일단 씻고 오자며 그녀를 욕실에 밀어 넣었다. 혹시 넘어지지는 않을까 싶어서 화장실 문턱에 서서 세수하는 그녀를 보고 있으니 위험천만하긴 했다. 

 

“그건 치약이에요. 세수하면 아파요….” 

“하는 김에 다 씻으면 되죠!” 

“…아뇨, 필시 후회할걸요.” 

 

폼 클렌징과 치약 중 치약을 집어 드는 그녀의 모습에 폼 클렌징을 손에 쥐여주고 나서야 좀 마음이 편해졌다. 원래 술을 마시면 텐션이 오르는 편이긴 했지만, 진짜 엄청나게 신이 난 것 같은 그녀는 쉴 새 없이 상디의 도움이 필요했다. 

 

“단추 걸렸어요.” 

“…풀어줄게요.” 

 

안에 민소매 티를 입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눈앞이 아찔했을 것 같아 상디는 최대한 조심스럽고 빠르게 엉킨 머리카락을 풀고 다시 방 안으로 그녀를 밀어 넣었다. 부디 별 탈 없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길 바랐다. 

 

“다 됐어요?” 

“네!” 

 

잠옷 차림의 그녀를 보니 그제야 마음이 놓였다. 이제 제대로 침대까지만 무사히 보내서 잠만 재우면 되겠다고 생각했지만, 마음처럼 그녀가 움직여주지 않았다. 

 

“추워요.” 

“…어, 전기장판 켜줄게요.” 

“안 돼요. 끌어안고 잘 거예요.” 

“…저를요?” 

 

냉큼 누우라는 그녀의 대담한 행동에 상디는 그녀가 잠들면 집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하며 조심스럽게 침대에 올랐다. 상디가 눕자 뺨에 입을 맞춘 그녀가 배시시 웃으며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잘 자요.” 

“…네, 잘 자요.” 

 

순식간에 잠이 든 그녀를 쳐다보다가, 잠깐만 더 있다가 나간다는 게 그녀가 깰까 봐 움직이지 못한 상태로 있다가 잠이 들어버린 상디는 결국 아침에 찌뿌둥한 상태로 그녀의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일단은 해장할만한 것을 만드는 게 좋을 것 같아 깨지 않게 조심스럽게 침대를 벗어났다. 

 

“…으음.” 

“쉬, 더 자요.” 

 

이불까지 잘 덮어주고 나니 편안해 보이는 표정에 안심하고 방을 나섰다. 냉장고 안엔 먹을 수 있는 게 그다지 없어 보여서 대충 씻고 장을 보러 나섰다. 상디가 자리를 비운 사이 그녀는 번쩍, 하고 눈을 떴다. 

 

“…어떻게 집에 왔더라. 내 귀소본능 대박.” 

 

술자리에서 취한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거기서부터 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잠옷으로 갈아입은 걸 보면 그래도 씻고 잔 것 같기는 했는데…. 

 

“아, 모르겠다.” 

 

핸드폰은 보고 싶은데 찾으러 나가기는 싫어서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결국 몸을 일으킨 그녀는 핸드백을 찾아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마지막 통화가 상디인 것과 친구들의 메시지에 그녀는 잠시 얼굴이 창백해졌다. 

 

“…사고 쳤니?” 

 

그렇게 기억나지 않는 지난밤을 열심히 떠올리려고 해도 필름이 끊긴 것인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서 끙끙거리던 그녀는 전화해서 물어봐야겠다고 마음을 정리했다.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는 소리가 나기 전까지는. 

 

“…어? 누구….” 

“일어났네요?” 

“상디…, 아침부터 여긴….” 

“기억 안 나요?” 

 

그럴 거로 생각했지만, 역시나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 상디는 그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일단 씻고 오라고 그녀를 욕실에 밀어 넣고,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에 옆에 앉은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미안해요…, 나 때문에…. 와, 난 진짜 내 귀소본능이 뛰어나서 집에 혼자 찾아온 줄 알았는데.” 

“제법 귀여웠어요. 앞으로 술 마실 거면 나한테 미리 말해줬으면 좋겠어요.” 

 

다음부터는 꼭 그러겠다며 손가락까지 걸어 약속하고 나서야 두 사람은 함께 마주앉아 아침을 먹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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