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드림

슬램덩크 드림으로 드림주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된 치수가 보고 싶다

단나는 선비 중의 선비라 아무리 여자친구라도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는 말 들으면 너 지금 개수작 부린다 하는 얼굴로 인상부터 팍 쓸 거 같음. 그러니까 이 완고한 고릴라를 낚으려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을 만들어야만 함.

실은 요 며칠 우리 동네에 도둑 든 집이 몇 군데 있는데 오늘 집에 아무도 없고 무서워서... 드림주가 살짝 울먹이기까지 하면서 그렇게 말하면 ......!! 하는 표정으로 한동안 굳어 있다가 집에서 짐 챙겨 오겠다고 하겠지.

부모님한테는 준호네서 공부하다 자고 오겠다고 거짓말하고 (준호둥절) 대충 갈아입을 옷이랑 공부할 책 몇 권 챙겨서 집 나서면 오빠, 공부 열심히 하고 와~ ^^ 하고 소연이가 배웅해 줄 듯. 그러면 양심이 따꼼따꼼거려서 차마 돌아보지 못하고 다녀오겠단 한마디만 겨우 할 소연이네 오니쨩이 보고 싶습니다안슨생님 껄껄...

키든 덩치든 한국인/일본인 평균치를 훌쩍 뛰어넘는 장남한테 맞춰서 단나네 집은 천장도 다른 집보다 높게 짓고 가구도 무조건 큼직 튼튼한 걸로 채워 넣었을 것 같은데 드림주네는 안 그럴 거 아냐. 식탁에 앉으면 식탁이랑 의자 사이에 단나 두툼한 허벅지가 꽉 껴서 비명을 지르겠지. 덩달아 90kg 장정을 처음 앉혀 보는 의자도 부실한 다리를 후들거리며 끼익끽 기괴한 소리를 냄. 차라리 죽... 여... 줘...

그러니까 멀쩡한 식탁 놔두고 바닥에 밥상 차려 놓고 먹는 두 사람이 보고 싶다. 무슨 7, 80년대 단칸방 신접살림하는 신혼부부처럼... 단나는 그마저도 구부정하게 움츠려 앉아야겠지만...

치수야, 많이 먹어...! ^^

드림주 단나 먹인다고 밥도 한 솥 가득 해 놨을 것 같은데 정작 단나는 긴장해서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도 모르겠지. 그래도 눈 반짝이면서 쳐다보는 드림주 때문에 일단 오카와리 두 번 정도 하기는 함. 사실 누가 봐도 신혼부부 같은 모양새에 애써 덤덤한 척하고 있는 단나도 가만 보면 귀 끝이 벌게져 있고 그래야 옳다.

그렇게 밥 다 먹고 치운 밥상에서 진짜 공부도 하고 드디어 잘 시간 되면 드림주 본인 침대 아래에 이부자리 하나 더 펴겠지. 어차피 극보수남 단나는 자기하고는 절대 한 이불에 안 누우려고 할 거 잘 알아서... 대신에 먼저 자는 척 단나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은밀하게 요바이 시도했으면 좋겠다.

진짜로 잠든 거 맞나 숨소리도 들어 보고 눈앞에 손도 흔들어 보고 나서야 조심스레 단나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데 어디서 찬 바람이 슝슝 들어올 듯. 뭔가 싶어 보면 이불(드림주 집에 있는 손님용 이불 중에서 제일 큰 사이즈) 아래로 단나 왕발이 쑥 튀어나와 있고... 드림주 쿡쿡거리면서 웃다가 단나 미간 움찔거리는 거에 놀라서 얼른 숨 삼키겠지.

살포시 단나 어깨에 이마 대고서 눈 감고 있으면 어떤 기분일까. 뭔가 평소에 나란히 걸을 때나 손잡을 때랑은 또 다른 느낌이라 새삼스레 두근거릴 듯. 맘 같아선 이대로 계속 있고 싶은데 그랬다가는 아침에 단나한테 혼날 게 뻔하잖아요... 조금만 더 있다가 다시 침대로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하는 드림주인데 그만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까무룩 잠들어 버렸으면 좋겠다.

원래 운동하는 사람들이 더 자주 씻고 신경 써서 관리하고 그러니까 단나한테서도 항상 좋은 냄새 날 것 같다. 거기다 뜨끈뜨끈하니 커다란 몸에서 전해지는 온기도 기분 좋고... 드림주 고목나무에 붙은 매미마냥 단나 몸에 찰싹 달라붙어서 색색거리는데 잠시 후 거짓말처럼 번쩍 뜨이는 두 눈. 단나 거겠지.

단나가 여자애 그것도 좋아하는 애 옆에서 태평하게 잠들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실은 처음부터 계속 눈만 감고 있었던 단나... 본인 팔이랑 옆구리 사이 공간에 둥그렇게 몸 말고 자고 있는 드림주 보고 마른세수하며 한숨 쉬다가 하는 수 없이 다시 눈 감겠지. 평소엔 깐깐한 척 엄격한 척하는데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 약해지고 마는 게 단나 매력 아니냐고...

거기다 새벽녘에 드림주 번쩍 들어 올려서 다시 침대 위로 옮겨 놓는 치밀함마저 발군일 것임. 덕분에 아침에 일어날 땐 침대에서 눈뜬 드림주 본인이 잠결에도 자기 이부자리 찾아서 잘 돌아간 줄 앎.

후일담으로 혹시나 잠결에 뒤척이다가 드림주 깔아뭉갤까 봐 밤새 긴장했던 탓인지 다음 날 담 걸려서 오지게 고생하는 단나가 보고 싶다. 그거 보고 백호가 고릴라 드디어 이 차기 주장 천재님한테 농구부 물려주고 은퇴할 때 다 됐냐고 으컁컁거리다가 꿀밤 먹는 거 내가 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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