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스테 생일 연성

Holy Moly

에펠 펠미에 드림


* 24년도 에펠 생일 기념글. 풍작촌의 난동마(ㅋㅋ)님의 생신을 축하드립니다...ㅁ7ㅁ8

“어때? 너무 크거나 작진 않아?”

 

에펠은 아이렌의 물음에 답하기 전 제 오른쪽 손목을 감싸고 있는 손목 보호대를 살펴보았다. 자신의 생일선물로 받은 이 손목 보호대는 아이렌이 손수 둘러주어서 그런지, 혼자서 감쌌을 때보다 더 단단하게 근육을 감싸주고 있었다.

 

“아니 딱 좋아. 고마워, 아이렌 군.”

“뭘. 운동선수는 몸이 재산이지만, 항상 빗자루를 잡고 날아야 하는 매지컬 시프트 부라면 손목 건강도 중요하니까.”

 

운동을 좋아하지는 않아도 경기를 보는 건 좋아해서 저런 걸 아는 걸까. 에펠은 실용성과 자신을 향한 관심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선물에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듣자 하니, 조금 비싸긴 해도 선수들도 사용하는 검증 된 제품을 구매해왔다고 하던가. 아까 선물을 건네며 제게 이런저런 설명을 늘어놓던 아이렌의 표정을 떠올린 에펠은 왼손으로 손목 보호대를 만지작거리며 대화를 이어갔다.

 

“아이렌 군은 이런 거 자주 써?”

“자주 쓰지는 않는데, 가끔 손목이 아프다 싶으면 끼기도 해. 아무래도 손목 쓸 일이 많긴 하니까.”

 

‘손목과 목의 뻐근함은 현대인의 숙명 같은 거지.’ 그렇게 덧붙이는 아이렌은 가볍게 제 오른쪽 손목을 털었다.

아마 아이렌도 이것저것 글을 쓰는 취미가 많으니, 평소에 손목이 아플 일이 많은 게 아닐까.

아이렌과 아주 긴밀한 사이는 아니더라도 나름대로 친밀하다곤 할 수 있는 에펠은 그 정도 짐작은 쉽게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사람들은 뭘 선물해 줬어? 이런 거 물어봐도 되려나?”

“물론 되고말고. 어디 보자, 일단 같은 기숙사 선배들은……. 스킨 케어 제품을 제일 많이 줬던가?”

“음, 역시 그렇구나.”

 

에펠은 외모를 가꾸는 일보다는 물리적으로 강해지는 일에 더 관심이 있지만, 폼피오레에 속한 학생 대부분은 강해지는 것만큼이나 외적인 것에 신경 쓰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자신의 겉을 포장하는 일만큼, 외모가 아름다운 이에게도 관심이 많은 그들에겐 빌도 인정하는 미소년인 에펠은 ‘꾸며주고 싶어 어쩔 수 없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었지.

귀엽고 아름다운 건 약한 게 아니다. 오히려 외모가 준수한 점은 일종의 무기가 될 수 있는 긍정적인 요소다. 나이트 레이븐 칼리지에 온 후 많은 일을 겪어 성장한 에펠은 그걸 모르지 않았지만, 그렇다 해도 여전히 제 ‘외모’에만 집중하는 시선들은 불편했다.

그 떨쳐낼 수 없는 부정적인 감상에 미묘해진 에펠의 표정을 흘려넘기지 않은 아이렌은 그가 품고 있는 불만을 모른척하지 않고, 시점을 다른 방향으로 돌려주었다.

 

“피부 건강은 중요하긴 하지. 면역체계랑도 관련이 있으니까. 격렬한 운동을 하고 나면 땀도 많이 흘리고 빗자루를 타고 빨리 날아다니다 보면 강한 바람에 노출될 일이 많으니, 에펠이 더 건강하게 부활동 할 수 있게 다들 신경 써주신 걸지도.”

“과연 그럴까…….”

“응. 특히 선크림 같은 건 잘 발라두는 게 좋으니까. 분명 그런 걸 거야.”

 

그럴 리가 없지 않나. 에펠은 마음속으론 그리 대꾸하면서도, 겉으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애써 아이렌이 좋게 포장해 주는데, 여기에 옳고 그르고를 따지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으니까.

 

“여, 에펠!”

 

그렇게 미묘한 분위기에 잠깐 대화가 끊긴 후. 두 사람이 기숙사 건물로 통하는 거울이 모인 홀에 도착하기 무섭게, 스카라비아 기숙사로 향하는 거울이 있는 쪽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리둥절한 아이렌과 달리 상대가 누군지 금방 눈치챈 에펠은 반가운 티가 역력한 얼굴로 자신을 호명한 이에게 인사했다.

 

“아, 선배. 안녕하세요.”

“기숙사로 가는 중이지? 마침 잘 만났네! 생일 축하한다, 이거 가져가!”

“예?”

 

에펠을 불러세운 선배가 내민 것은 음료수 한 상자였다. 키가 작은 캔이 가로로 다섯 줄, 세로로 4줄 들어있는 상자는 꽤 무거웠지만, 에펠은 잠깐 휘청이기만 할 뿐 어렵지 않게 물건을 넘겨받았다.

상자 옆 상표명을 확인한 그는 이 음료수가 어떤 제품인지 아는지, 순식간에 목소리가 한 톤 높아졌다.

 

“이거 새로 나온 스포츠 드링크 아녜요?”

“맞아. 먹어보니까 꽤 괜찮더라고. 맛도 다양하니까, 나중에 먹어보고 뭐가 제일 맛있었나 알려줘.”

“그럴게요, 감사합니다!”

 

볼일은 이것뿐인 걸까. 옆에 멀뚱멀뚱 서 있는 아이렌에게 눈인사를 한 선배는 그대로 스카라비아 기숙사로 가버렸다.

‘이름은 잘 모르지만 몇 번 마주친 적이 있었던 것도 같다.’ 워낙에 사람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아이렌은 제가 느끼는 기시감의 정체를 정확히 알아내지 못하고 에펠에게 답을 물었다.

 

“아는 선배야?”

“응. 같은 동아리 선배거든. 전에 훈련 후 음료수를 사드렸던 적이 있는데, 그걸 기억하고 계셨나 봐.”

“아하.”

 

그렇다면 매지컬 시프트 부 연습 경기를 구경하러 갔을 때 봤거나, 홀리데이 때 스카라비아 기숙사에서 지내면서 마주쳤겠지.

드디어 얼굴이 익숙한 이유를 찾아낸 아이렌은 위가 비닐로 덮여있어 내용물을 확인할 수 있는 음료수 상자를 고개를 기웃거리며 살폈다.

 

“아이렌 군도 하나 마실래?”

“그래도 돼?”

“응. 이렇게 많으니까, 하나 정도는 얼마든지 줄 수 있는걸.”

“그럼 사양하지 않을게. 그런데, 이거 혼자 들고 갈 수 있어?”

 

멈칫. 상자를 바닥에 내려둔 채 비닐을 뜯던 에펠은 아이렌의 악의 없는 질문에 동작을 멈추었다.

혹시, 제가 이런 것도 못 들 정도로 약해 보이는 건가.

아니다, 아이렌이 제게 이런 짓궂은 질문을 할 리가 없다.

동시에 떠오르는 정반대의 생각에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던 에펠은, 결국 미묘한 웃음을 지으며 어깨만 으쓱였다.

 

“이 정도도 못 들면 농사는 못 도와줘, 아이렌 군.”

“그렇구나. 조부모님은 에펠 군이 있어서 듬직하시겠네. 나는 5분도 못 들고 있을 것 같은데.”

 

‘아, 역시 제게는 힘든 일이라서, 정말 괜찮을까 싶어 물은 거였나.’ 제가 괜히 예민하게 굴었다는 걸 깨달은 에펠은 머쓱함을 감추기 위해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어떤 맛 마실래?”

“음, 그럼 사과 맛으로 할까.”

“사과 좋지! 자.”

 

아마 고향에서 만든 사과주스만큼 맛있진 않겠지만, 그래도 역시 사과란 좋은 것이다. 에펠은 거침없는 아이렌의 선택에 왠지 모르게 뿌듯해져, 스무 개의 캔 중 사과가 그려져 있는 캔을 찾아내 입구를 소매로 닦았다.

‘아차. 이거, 빌 선배에게 들키면 혼나겠네.’ 아이렌의 입이 닿을 곳이니 한 번 닦아야겠다는 생각에 한 짓인데, 지금 생각하니 옷으로 무슨 짓을 하냐며 혼날 거 같다. 본인에게 가장 엄격한 탓에 타인에게도 가차 없이 엄격한 빌이라면, 제가 생일이라고 혼날 일을 눈감아 주진 않으리라.

도둑이 제 발 저리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이 아닐까. 재빠르게 주변을 둘러본 에펠은 한 손만으로 캔을 따서 아이렌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

 

그런데, 제가 걱정해야 할 건 여기 없는 빌이 아니라 눈앞의 아이렌이었던 걸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고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아이렌은 캔을 받지도 않고 에펠을 지그시 바라보고만 있었다.

‘어라.’ 놀란 건지 당황한 건지 잘 구별되지 않는 상대의 표정에 마른 침을 삼킨 에펠은 제 행동을 되짚어 보았다.

혹시 직접 캔을 따고 싶었던 걸까. 아니면, 소매로 닦는 게 역시 마음에 걸린 거였나.

뭐라고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는 아이렌의 모습에 점점 초조해지던 에펠은 왜 그러냐고 물어보아야 하나 고민했지만, 다행히 그가 더 깊은 혼란에 빠지기 전 아이렌이 입을 열었다.

 

“에펠, 방금 그거.”

“응?”

“검지만 움직여서 캔 따는 거 말이야! 그거 어떻게 하는 거야?”

“어?”

 

아니, 설마 그게 신기해서 그렇게 얼빠진 얼굴로 자신을 본 건가.

혹 이 모든 게 농담이 아닐까 해서 대답도 못 하는 에펠의 심정을 알 리 없는 아이렌은 두 손으로 그가 딴 캔과 캔을 든 손을 동시에 잡았다.

 

“신기하다! 나는 아무리 힘줘도 안 되던데, 나중에 요령 가르쳐 주면 안 돼?”

 

이런 건 정말 별거 아닌 잡기술이라 생각하는데, 뭐가 그렇게 신기한 걸까. 에펠은 이렇게나 들떠서 조잘거리는 아이렌 쪽이 더 신기하게 느껴졌다.

정말로, 기묘한 동급생이다.

평소 말할 때나 제 사람을 챙겨 줄 때는 너무나도 어른스러워 거리감이 느껴질 정도인데, 아주 사소한 것도 흥미를 느낀다면 이렇게 순수하게 호기심을 표현하고 관심을 보이다니. 평소에는 절대 사냥당하지 않는 여우 같은데, 지금은 생에 꼭 첫눈을 보고 들뜬 강아지 같지 않은가.

 

“……이런 거였구나.”

“응? 뭐가?”

“아냐, 아무것도.”

 

평소 같은 기숙사 선배들, 정확하게는 부사감인 루크가 ‘아이렌 군은 귀여운 구석이 있다’라고 할 때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이런 모습에 귀엽다고 느끼는 거였나. 그동안은 단순히 루크가 아이렌보다 키가 크니 당연히 상대적으로 귀여워 보이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키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나중에 가르쳐 줄게. 대신, 음료수는 아이렌 군이 사주는 거야.”

“물론이지. 고마워.”

 

아. 올해 생일선물 중 가장 좋은 건 뭘까 고민했는데, 방금 일로 결정 났다.

자신보다 먼저 음료 맛을 보는 아이렌을 흡족한 얼굴로 보던 에펠은 마음속으로 있는 힘껏 ‘선배 감사합니다!’를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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