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드림

슬램덩크 드림으로 드림주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된 태섭이가 보고 싶다

섭섭~ 내일 우리 집에 올래? 이번에 산 게임, 나 혼자서는 도저히 못 깨겠더라. 그날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너랑 나랑 밤새 해 보면 어떻게 안 되려나?

드림주가 그렇게 말하면 태섭이는 어떻게 반응할까. 왠지 눈썹 까딱하면서 드림주 한번 쳐다보고는 순순히 알았다고 할 것 같다. 마치 어제저녁에 뭐 먹었냐는 질문에 답하듯 여상스러운 대답이었겠지.

그리고 다음 날 약속한 시간에 딱 맞춰 울리는 초인종 소리에 문을 열면, 평소와 다를 바 없는 뚱한 표정의 태섭이가 드림주가 좋아하는 데서 사 온 디저트 흔들어 보일 듯.

사귀는 사이라도 태섭이가 드림주 집에 놀러 온 건 처음일 것 같은데 그런 것 치고는 행동이 물 흐르듯 아주 자연스러웠으면 좋겠다. 하지만 실은 초인종 누르기 전에 주머니에 손 꽂고 호달달 떨었던 거 태섭이 본인만 알 것임. 호기롭다 못해 덤덤해 보이기까지 하는 겉모습하고 달리 머릿속은 한바탕 난리가 났던 거 안 봐도 비디오 아니냐고...

심지어 전날 밤에는 우리 집에 오라는 드림주 말이 무슨 뜻인지 생각하느라 한숨도 못 잤겠지. 밤새... 라는 건, 이거 그런 의미 맞지...? 아, 뭐래. 머릿속에 마구니 꼈냐... 아니, 근데 나만 엄한 생각해? 아, 진짜 오바 하지 마라, 송태섭... 정신 좀 차리자고! 하고 혼자서 지킬 앤 하이드 찍다 보니 어느새 창밖이 밝아 오고 있었다든가.

그치만 자기 집에 들이자마자 바로 게임기부터 꺼내오는 드림주는 전혀 그렇고 그런 의도 따윈 없어 보이지요... 야야, 태섭아! 거기 앉아서 기다려, 앉아서! 얼른 준비할게! 신나서 TV에 게임기 연결하고 있는 드림주 뒷모습 쳐다보고 있으려니 허탈하기도 하고 약간 억울해지기까지 해서 어깨 처지는 송태섭 나만 보고 싶냐. 근데 또 드림주가 무려 1년 치 용돈을 모아서 질렀다는 게임이 진짜 쩔기는 해서 앉은자리에서 몇 시간을 순삭했을 철부지들(낼모레 고3 수험생들)...

그러다 밥시간 되면 드림주가 라면 끓여 주겠다고 나서겠지. 근데 라면 물도 제대로 못 맞춰서 한강 라면 끓이려는 거 보고 태섭이가 혀 차면서 비키라고 했으면 좋겠다. 태섭이 엄마 바쁜 날에 대신 아라 챙기느라 어느 정도 간단한 건 만들어 먹을 줄 알 것 같음. 그리고 어째서인지 당연하게 뒷정리도 자기가 하고 있을 듯... 드림주 하는 게 하도 못 미더워서... 신속 깔끔하게 설거지 끝내고 행주로 싱크대 주변에 튄 물까지 싹싹 닦아 놓는 송태섭 나만 보고 싶냐고.

물론 그거 외에도 보고 싶은 건 많다. 네가 손님인데 미안... 하고 시무룩해 하더니 후식으로 먹자며 집에 있는 사과와 함께 과도 말고 식칼을 덜렁 들고나온 드림주 때문에 1차로 놀라는 송태섭이라든지... 드림주의 다듬어지지 않는 거친 칼질을 바라보는 불안한 눈빛이라든지... 결국 보다 못한 태섭이가 그냥 껍질 깎지 말고 씻어서 반 갈라 먹자고 했으면.

진짜 미안... (사과 반쪽 우물)

됐어... 이거나 마저 깨자. (나머지 반쪽 우물2222)

목표는 내일 저녁에 드림주 가족들 돌아오기 전에 끝판까지 다 깨는 거라 둘이 진짜 밤새 게임만 하겠지. 그러다 졸리면 드림주가 장롱에서 꺼내 온 손님용 이불 위에서 잠깐씩 눈 붙이거나 욕실에서 씻고 나오기도 하고...

드림주 그날 처음으로 머리 내린 태섭이 봤을 듯. 항상 빡 하고 힘줘서 세팅한 머리만 봐 왔던 드림주가 오~! 하고 놀라면 특유의 쑥스러울 때 나오는 버릇 그대로 괜히 다른 데 쳐다보면서 뭐... 하고 입술 삐죽이는 거 나는 다 봤다.

그렇게 일고여덟 시간 가까이 매달려서 결국 게임 클리어하고 나면 승리의 하이 파이브 하고 둘 다 그대로 기절했으면. 서로 사이좋게 상대방 몸에 팔다리 하나씩 얹어 놓은 채로 늦은 오후까지 늘어지게 자는 게 좋겠다. 후일담으로 이렇게 긴장감이라곤 1도 없이 하룻밤 같이 보내 놓고 뒤늦게 어색해지는 두 사람도 보고 싶다.

태섭이는 그날 본인 다리 사이로 들어와서 등 기대어 앉은 채로 게임 스틱 뿅뿅거리던 드림주 생각하면 자꾸 반응하면 안 될 곳이 반응하려고 해서 애써 대만이 앞니 사이로 바람 드나들던 시절이나 준호 선배 귀염 뽀짝 티셔츠 컬렉션 같은 거 떠올림.

드림주는 드림주대로 말랐어도 자기랑 골격 자체가 다른 게 확 와닿을 정도로 단단하고 넓었던 가슴이나 핏줄 서 있던 팔 같은 거 회상하면서 남몰래 얼굴 붉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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