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드림

슬램덩크 드림으로 드림주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된 태웅이가 보고 싶다

저기가 나 자취하는 덴데 언제 한번 놀러 올래~?

드림주가 그렇게 말해도 태웅이는 놀랍도록 아무 반응도 없을 것 같다. 태웅이가 질색하는 거 보려고 일부러 더 질척거리면서 장난식으로 말했던 드림주가 되레 민망해질 정도로... 물론 우리의 쿨냥이는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쳐야 옳음.

초인종은 딱 한 번만 누르고 드림주가 문 열어 줄 때까지 묵묵히 서 있을 망부석 태웅이... 잠깐 마트에 다녀왔던 드림주 현관문 앞에 죽치고 앉아 있는 시커먼 인영에 놀라서 왐마약! 하고 장 본 거 다 떨어뜨릴 뻔했겠지. 그 소리에 부스스 잠에서 깬 태웅이가 고개를 드는데, 무슨 일인지 그 예쁜 얼굴에 생채기가 나 있었으면 좋겠다.

드림주 심장이 철렁해서 무슨 일이냐고 묻는데 길지 않은 문장으로 띄엄띄엄 이야기해 주는 걸 들어 보니 평소처럼 자전거 타고 집에 가다가 (보나 마나 졸음운전이었을 확률 200%) 돌부리 같은 거에 걸려서 넘어졌다고... 그렇게 길바닥에서 30분 정도 누워 있다가 일어나 보니 타이어에 커다랗게 펑크가 나 있었고... 그날따라 농구를 너무 열심히 하고 난 뒤라 집까지 자전거 끌고 갈 기운도 없고... 그러고 보니 드림주 집이 이 근처랬지... 해서 온 거.

드림주 기겁하면서 어디 크게 다친 덴 없나 태웅이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면서 살피는데 묵묵히 주머니에 손 꽂고 있던 태웅이가 그랬으면 좋겠다. 배고픈데.

하긴 얘는 대걸레로 머리 맞고 피를 그렇게 흘리고서도 멀쩡했던 애니까 무조건 다이죠부긴 할 텐데... 드림주 그렇게 생각하면서 일단 배고프다는 애 밥도 먹이고 그 김에 응급 처치라도 해 주려고 태웅이 집으로 들일 듯.

드림주 집은 혼자 자취하는 사람들 용으로 지어진 작은 원룸이라 그 안에 들어찬 가구며 세간살이도 다 쬐끄맣겠지. 태웅이는 기어이 문틀에 머리 한번 박고서 구부정하게 고개 숙여서 들어왔으면. 얼른 차려 줄 테니까 거기 앉아서 잠깐만 기다리라는 드림주 말에 순순히 엉덩이 붙이고 앉는 태웅이라니... 하, 정말로 형언할 수 없는 귀여움일 것... 와중에 무언가를 찾듯 집 안을 둘러보는 걸 냉장고 앞에서 씨름하고 있던 드림주는 보지 못했어야 옳다.

오늘 밖에서 자고 가요.

전화는 용건만 간단히. 처음엔 태웅이가 혼잣말이라도 하는 줄 알았던 드림주 그새 벌써 딸깍 수화기를 내려놓고 있는 거 보고 아연실색함. 바바바바밥만 먹고 가! 우리 집 좁아서 너까지 못 재워 줘...! 드림주 전에 호기롭게 권했던 기세는 어디 갔나 싶게 말까지 더듬으면서 달달 떠는데 마이웨이 태웅이는 또 한마디만 툭 던지겠지. 힘드러... (대충 오늘은 힘들어서 못 가겠다는 뜻)

태웅이는 모든 욕구가 농구랑 잠으로 쏠려 있는 애라서 맛 안 따지고 뭐든 다 잘 먹겠지. 평소엔 해야 될 말도 안 하던 애가 배가 고프다 그러니까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 드림주가 있는 걸로 대충 내와도 반찬이 어떻다 저떻다 투정 안 하고 그릇까지 싹 비울 것 같다. 그러고는 알아서 욕실까지 쓰고 나옴... 정말이지 적응 능력(과 뻔뻔함) 하나는 세계 최강...

야무지게 샤워까지 하고 나온 태웅이가 머리에 남은 물기 탈탈 터는데 순간 홀릴 뻔했지만 오늘은 정말 잠만 재워 주는 거니까... 하며 음험한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고개 저을 드림주가 그려진다. 대신에 바로 누우려는 애 끌어다가 여기저기 긁히고 까진 상처에 약 발라 주고 반창고까지 꼼꼼하게 붙여 주겠지. 씻을 때 안 쓰라렸냐니까 응... 하는데 묘하게 말투가 느리고 가라앉아 있을 듯. 고개 들어서 확인해 보면 벌써 눈이 가물가물 감기려 하고 있고...

태웅이가 시간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문자 그대로 머리만 대면 바로 잠드는 수준인 건 드림주도 잘 알고 있었을 것임. 그런데 정말로 느릿느릿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간 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색색 숨소리가 들려왔을 땐 본인 귀를 의심했겠지.

걱정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아 안도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허탈해지는 드림주... 여자친구랑 한 이불 덮고 눕고도 긴장감이고 뭐고 없지요? 새근새근 잘 자는 태웅이 모습에 괜히 심술 나서 오똑한 코도 집어 보고 입술도 꾹 눌러 보는데 물론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의 쿨냥이는 미동조차 없음.

사실 태웅이 그날 새벽에 아래가 유례없이 부풀어서 잠깐 깼었던 건 본인만 알 것이다. 하지만 본인 등진 채 자고 있는 드림주 돌려 눕혀서 빈틈없이 끌어안고 나니 다시 잠기운이 솔솔 쏟아져서 그대로 곯아떨어졌을 듯. 아직은 잠한테 이길 의지가 1도 없는 서태웅 군... 물론 지금보다 좀 더 크고 난 뒤에는 또 모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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