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드림

슬램덩크 드림으로 드림주 집에서 하룻밤 묵게 된 백호가 보고 싶다

백호는 드림주가 자기 혼자 사는 집에 놀러 오라고 해도 절대 엄한 생각 안 할 것 같다. 물론 드림주 역시 똥강아지 같은 백호 잘 먹이고 잘 씻겨서(?) 뜨뜻한 데서 재우고 싶은 것뿐 다른 마음은 없어야 옳다.

현관문 열어 준 드림주가 어서 와. 찾느라 힘들진 않았어? 하고 물으면 하나도 안 힘들었다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백호 졸귀겠다. 그러고는 바로 안으로 안 들어오고 등 뒤에 감추고 있던 뭔가를 불쑥 내미는 거. 손에 쥐고 있는 사람 머리 색깔만큼이나 새빨간 장미 한 송이였겠지.

맨날 딱지만 맞던 16년 인생에 처음 사귀는 여자친구에 처음 놀러 오는 여자친구 집인데 나름 얼마나 고민하고 준비해 온 거겠어. 그걸 잘 아는 드림주가 너무 예쁘다고 고맙다고 일부러 더 기쁜 티를 내면 으항항 쑥스럽다는 듯이 웃으면서 뒷머리 긁적일 듯.

그렇게 드림주가 긴 유리컵에 물 받아서 장미 꽂아 두는 동안 수줍은 눈으로 조심스레 실내 둘러보면서 핱... 여기가 드림주 씨 집...! 하고 혼자 벅차오를 백호가 보고 싶다.

백호한테는 특히 더 정성 들여 만든 집밥 먹이고 싶지 않냐. 그러니까 뜨끈한 된장국이랑 계란말이에 나물 무친 거, 고기랑 감자 조린 거, 생선까지 두세 토막 구워서 내오는 드림주인데 음식 하나 나올 때마다 백호 엉덩이가 들썩거리겠지. 본인이 도와주고 싶어서... 그런데 드림주가 손님한테는 일 시키는 거 아니라고 몇 번씩이나 만류해서 불안하게 다리만 달달거렸으면.

백호라면 드림주가 라면 하나만 끓여 줘도 감격해서 어쩔 줄 모를 텐데 이건 (백호 기준에) 진수성찬이 따로 없잖아요... 그날 드림주가 고봉으로 담아 준 밥 뚝딱 비우고도 추가해서 두 그릇 더 먹은 거 내가 봤다. 반찬도 하나도 안 남기고 다 먹어서 (드림주 씨가 날 위해서 만들어 준 음식...!) 드림주 은근 뿌듯했겠지.

사실 요리는 드림주보다 백호가 더 잘할 것 같음. 똑같은 요리라도 백호가 만들면 더 감칠맛 나고 간도 딱 맞고 그럴 듯. 그런데 백호는 좀... 사랑에 목숨 걸다 못해 사랑이 미각을 지배하는 수준이라 드림주 요리가 짜든 싱겁든 진짜로 맛있다고 느꼈으면 좋겠다. 그리고 역시나 치우는 것도 절대 못 거들게 하는 드림주 때문에 뭐 마려운 강아지마냥 낑낑거리면서 안절부절못하는 백호...

백호야, 이제 씻고 와. 이불 준비해 놓고 있을게.

드림주는 모르겠지. 백호가 혹시 자기한테서 안 좋은 냄새 날까 봐 이미 집에서 두 번 세 번씩 빡빡 씻고 온 거... 그래도 먼저 씻으란 드림주 말에 군소리 없이 또 씻으러 들어가는 백호가 보고 싶다. 와중에 들어간 지 1분 만에 칫솔 깜빡했다고 쭈뼛거리면서 다시 기어 나와서 드림주가 웃으면서 새 칫솔 꺼내 줘야 됨. 아, 그리고 빡빡이 백호라면 분명 씻는 거 5분 컷일 듯.

백호 딱 보기에도 몸에 열 많은 편일 것 같으니까 옆에 같이 눕기만 해도 따끈따끈하고 그러겠지. 인간 핫팩 같다... 드림주 본능적으로 백호 쪽으로 좀 더 붙는데 그럼 놀라서 히끅거리면서도 감히 못 피하는 백호여야 옳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코트 위에서 천방지축으로 날뛰어도 묘하게 보호 본능 자극하면서 챙겨 주고 싶은 맘 들게 하는 게 백호 매력 아니냐고. 거기다 전에 한번 백호 집에 놀러 갔을 때 너무 휑하고 쓸쓸해 보여서... 드림주 그날 바로 백호 자기 집으로 데려와야겠다고 마음먹었겠지. 그런데 정작 이렇게 나란히 누워 있으려니 위안을 받는 쪽은 오히려 본인 같은 거.

드림주 고맙고 기특한 마음에 빨간색 키위 같은 머리에 손 얹고서 쓰다듬는데 가실가실한 촉감이 제법 기분 좋겠지. 평소엔 키 차이가 너무 많이 나서 머리 만져 주는 건 생각도 못 했는데... 백호 진짜 자기 머리 색이랑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온 얼굴이 시뻘게져서 견디듯 콧김만 슝슝 내뿜는데 그러다가도 수줍게 흐흣 웃는 거. 아이고, 진짜 이 똥강아지 귀엽고 짠해서 어떡하냐.

백호 처음엔 오늘 하루가 너무 행복해서 이게 현실이 맞나 눈도 못 감고 눈 감았다가도 실눈 떠서 드림주 다시 보고 그럴 것 같다. 그러다 자꾸 옆에서 바르작거리는 거 느낀 드림주가 눈 감은 채로 백호야, 왜 안 자. 얼른 자... 하면 다시 호다닥 눈 감고.

평소엔 은근히 걱정 많고 예민한 백호도 일정한 박자로 가슴께를 토닥여 주는 손길에 얼마 지나지 않아 도롱도롱 곯아떨어지겠지. 그럼 세상모르고 잠에 빠져든 모습이 애기 같아서 조막만 한 얼굴 쓰다듬으면서 쪽쪽 뽀뽀해 주는 드림주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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