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음기
공통 / 프세이라&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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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7.06.22.
안 피곤해?
플리. 이런 장난은 치지 말라고 했잖아. 차갑게시리.
하하, 덕분에 잠이 깼지? 그나저나 이제 곧 애아빠가 되는 분께서 야근이 잦아서야 쓰나. 가서 얼른 부인 돌볼 생각은 없고. 이거 참, 아내 고생시키는 질 나쁜 사람이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됐잖아. 이번 일을 잘 진행하면 총책임자까지 달 수 있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어이가 없어선. 세라, 너말고 후보가 누가 있는데?
알았어. 그럼 딱 9시까지만 있다가 갈게.
뭘 보는 중이야?
수치. 얼마나 약물을 투약해야 하나 싶어서. 확실히 가진 마력 보유량은 일반인을 훨씬 웃돌아. 이제 겨우 태어난 지 1달이 되었는데도.
으흠.
그런데 너도, 저 녀석이 사람이란 생각은 안 들어?
연구의 산물이지.
하하, 그래, 연구의 산물이지. 사람이 아닌 물건… 인공적으로 탄생했으니까.
사람이면 또 어쩔건데. 나도 먹고 살아야 하는데.
세라, 만약 내가 저 녀석이었다면…
무슨 말도 안 되는 가정이야. 일에나 집중해, 플리.
으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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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9.02.17.
X-first. 얜 대체 무슨 녀석인데 자료가 이리 풍부해?
글쎄.
자료가 전부 10년 전이라 표기되어 있지만… 실험 방식이 지금 식이야. 수상하기 짝이 없어.
아직 살아있나 보지.
그럴리가. 그 당시 기술력으로 그게 가능할 수가 없어. 반 년도 못 가 녹아버렸을 텐데. 저 녀석이 탄생하기 전까지만 해도 전부 수정 단계에서 실패하거나 1년 안에 죽어버렸다고.
언제나 기적은 일어날 수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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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0.10.12
요, 세라. 오랜만이야.
플리. 이게 얼마만이야.
아하하, 그동안 일이 좀 있었어서.
저 녀석, 매일같이 사고를 쳐. 약도 안 듣고, 도저히 통제가 안 돼. 벌써 벽을 몇 번이나 갈아끼웠는지 알아?
...음, 아주 활발한 아이인가 보네.
아이? 그게 뭔 망할 발언이야. 우리 애가 또래인데 저러진 않는다고. 아니, 애초에 3살짜리가 마법을 쓸 수 있는 게 말이 돼? 인공 생명체라는 거 정말이지…. 하여간 사람은 아닌 건 분명해.
아, 너희 애가 프로젝트 시작되고 1달 반 쯤 뒤에 태어났었나. 이름이.. 뭐였지?
디란. 몇 번을 말하는 거야.
미안미안. 네가 좀처럼 가족 얘기를 자주 하지는 않으니까. 자꾸 까먹네. 그러니까 애 자랑 좀 자주 해 봐.
나도 자주 못 보는데 뭘.
음, 세라. 내가 저 애와 대화를 좀 해볼게.
대화? 저 녀석이랑 말이란 게 통해? 이 나잇대면 말을 시작할 법도 한데, 한 마디도 하지 않는다고.
...아하하. 모를 일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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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04.03.
큰일이야.
뭐가.
장소가 장소다 보니, 애가 보고 들은 거 때문에 사무적인 말투밖에 쓸 줄 몰라. 그렇다고 선배들한테 말을 편하게 할 수도 없고. 내가 혼자서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날 따라다니며 듣는 게 더 많아서인지 안 바뀌어. 이미 굳어진 거 같아. 바꾸기 힘들겠지?
그렇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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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1.12.28.
오랜만에 일찍 퇴근하려고.
왠일이야, 세라? 야근에 미쳐 살더니.
저녁 약속을 잡았거든. 애는 잠깐 친정에 맡기고 아내랑 둘이서…
이야, 그것 참 재밌겠네.
그러니까 오늘은 네가 수치 좀 제대로 확인해. 또 들어가서 노닥거리지만 말고.
노닥거리는 게 아니라 사회화라니까? 너도 애랑 말 좀 해 봐. 깜짝 놀랄 걸.
쓸데없는 짓. 아, 잠시만 전화가 좀 와서.
응. 천천히 받고 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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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01.14.
이 봐, 세라. 내가 또 사흘간 못 나오게 되었어. 그래서 말인데, 곧 있을 중간 점검을 너 혼자 해야 할 거 같아. …할 수 있지?
못 할 게 뭐있어.
네가 최근에 안 좋은 일을 겪었으니까 말이야.. 혹시 힘들까 봐.
그건 그거고, 일은 일이야. 지장 없어.
하하, 그래. 네가 그렇다면야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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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2.01.16.
넌 주사가 무섭지도 않아?
응.
어린애가 뭘 안다고.
늘 겪는 일이니까. 별 거 아닙니다.
나한테 너랑 나이가 똑같은 애가 있는데 말이야. 우리 애는… 주사만 보면 싫다면서 앙앙 울어대던데.
나도. ‘애’입니까?
…
너가. 이전에 아니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이제는 나 역시 애입니까?
글쎄. 애인가 보다.
애.
응. 그래. 애. 모습은 영락없이 사람이니까. 일단은 그렇게 해두지, 뭐.
그런데 너는 지금. 화나 있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너에게서 격한 파동이 느껴집니다. 이곳 사람들이. 자주 보이는 파동입니다. 그리고 형은. 그걸 ‘화’라는 감정이라 그랬습니다.
형? 플리가 형이라고 부르라 했나보네. 아니. 난 화난 적 없어.
그럼 그것은 땀입니까? 운동을 한 뒤에. 본 적이 있는 것입니다.
땀? 아니. 이건 눈물이야.
눈물.
응, 그래. 눈물.
눈물은 어떨 때 흘리는 것입니까.
슬플 때.
그럼 화가 아닌 ‘슬픔’도. 이런 파동이 느껴지는 모양입니다.
그래. 그 파동이란 거 난 잘 모르겠지만.
그럼 너는 왜 지금 슬픕니까?
어린애가 뭘 안다고 그렇게 꼬치꼬치 캐물어? 너 알 필요 없는 거야. 신경쓰지 마.
궁금합니다. 형은 궁금하면 언제나 물어보라 했습니다.
난 아니야. 그러니까…
좀 닥쳐.
응. 그건 내가 제일 잘하는 겁니다. 형과 함께 산책을 가면 아저씨들이. 늘 그리 말했습니다. 그래서 압니다. 난 그걸 정말 잘합니다.
…아니야. 잊어줘. 미안해. 이런 나쁜 말 마음에 담아두지 마. …어리니까. 어른이 되어서 애한테 화풀이나 하고… 미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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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3.05.11.
난 저 녀석이 정말이지 마음에 안 들어. 눈치도 없고, 배려도 없지. 사람같지 않아. 아무리 어려도 사람의 애는 눈치란 건 어느정도 아니까. 내가 뭘 만든 건가 싶어. 이젠 케어만 한다지만 이것만으로 상당한 스트레스인 걸. 플리는 저 녀석이 어느 정도 말을 시작하면 아예 밖에다 내놓을 생각도 하고 있어. 말도 안 되는 일이지. 무슨 일을 벌일지 모르는데. 인원만 구해진다면… 다른 부서로 가버리던가 해야지.
사실 무서운 걸지도 몰라. 저 녀석을 사람이라, 애라 인식해버리면 나 스스로가 너무 나쁜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잖아. 교과서에서 배우던 실험 비윤리. 그걸 내가 하는 거잖아. 국가의 명이라지만 그래도.. 그래도….. 솔직히 모르겠어. 저 녀석과 디란이가 솔직히 다를 게 뭐지? 그 나이 대에 어울리지 않게 징징대지 않는다는 점을 빼면 전부 똑같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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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4.06.06.
플리. 돌아왔구나.
애랑은 좀 친해졌어?
몹쓸 말을 했어.
죄책감이 드나 봐?
…솔직히 요즘은 잘 모르겠어. 혼자 애를 키우다 보니 그런가. 저 녀석이 자꾸만 아들이랑 겹쳐보여서, 정말 사람의 애 같아서…
응. 그럴 수 있어. 힘들면 언제든 얘기해. 내가 다 들어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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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03.21.
아야.
플리? 왜 그래.
아니야.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니기는. 빨리 팔 걷어봐.
괜찮다니까.
…맞았어?
아니야.
어디서, 어떻게.. 누가? 휴가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아니 맞았다기보단 이건… 그래. 수없이 많이 봤어. 이건 채혈한 흔적이잖아. 아니야?
건강이 안 좋아서 건강검진을 받은 거야.
거짓말 마. 그 정도 가지고는 이렇게 흉 안 져. 수없이 많이…
미안.
뭐가 미안한데?
말 안해서. 미안. 말하고 싶지 않아서. 넌 날 너와 동등하게 봐주니까. 그래서 말 안했어. 세라. 넌 미워하잖아. 아니, 인정하지 않잖아.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플리.
넌 인공 생명체의 인격을 인정하지 않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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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04.01.
플리를 친구라 생각했는데, 기댈 수 없게 됐어. 본인이 먼저 내게 기대지 않아놓고서, 왜 나한테 기대라고 한 거야? 난 모든 걸 얘기해줬는데, 왜 본인은 모든 걸 얘기해주지 않았냐고.
그것은 큰 문제입니까?
친구에게 있어서는. 난 플리를 동료를 넘어서… 친구로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야. 15년을 동고동락한 친구.
사실대로 말했다면 받아들이고 이전처럼 대했을 겁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친구잖아. 내가, 내가 인공 생명체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지만, 플리가 그랬다면… 이해했을 거야.
그럼 나와 형의 차이는 무엇입니까? 둘 모두, 창조물 아닙니까.
플리는 친구이고, 너는…
친구라는 것이 대단합니까? 그것 하나만으로 가치 평가가 달라집니까? 왜 나는 인정해주지 않으려고 합니까? 나와 대화를 해주지만. 인격체로 대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당연한 거 아니야? 그래, 너 같이 감정이 결여된 것들은 모르겠지. 우정의 두터움이라는 걸. 우정이란 건 가끔 예외를 만들어주는 거니까.
형 역시 감정이 결여된 존재가 아닙니까?
뭐?
형도 나와 같은 존재 아닙니까.
닥쳐. 닥치라고. 조용히 하란 말이야. 아니야. 플리와 넌 달라. 너는… 넌….
미안합니다.
…그냥 혼자 있을래. 방에 들어가. 어서.
응.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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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06.14.
좋아. 나도 다 인정하기로 했어. 영락없는 사람이란 걸. 감정이 결여되었다? 그것도 다 거짓이야. 표현하는 법을 모를 뿐이야. 어린 애들은 부모를 보며 배우지. 하지만 저 녀석은 그걸 가르칠 사람이 없었으니까 배우지 못했을 뿐이야.
…그렇게 생각을 바꾼 이유는?
널 보았으니까.
아니야. ‘우린’ 사람과 달라.
그게 갑자기 또 무슨 소리야?
섞여들어서는 안 돼. 자연의 섭리를 거스른 부정한 존재니까.
알아듣게 좀 말해, 플리.
세라, 나도 모르겠어. 나도 혼란이 와. 그러니까 아무것도 묻지마.
대체 무슨 말을 하는건지 모르겠어.
아니야. 우린 사람이야. 그래, 사람이지. 존중받아 마땅하지…. 아니? 그렇지만 인공체에 불과해…
플리, 지금 너 스스로가 무슨 말들을 하고 있는지는 알고 있는 거지?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누가 뇌 기능을 정지라도 시켜버린 것처럼… 정말 아무것도 모르겠어.
플리, 플리. 정신 차려봐. 플리? 플리!!
나, 존재하고 있긴 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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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5.07.02.
안녕. 어쩌다보니 또 와버렸네.
….
저번에 미안했어. 미성숙했지. 어른답지 못했어.
이해할 수 없습니다.
날 이해하지 않아도 돼.
아니, 세상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신이란 게 당신들을 만들었다면, 역시 나와 같은 존재 아닙니까?
…네 말이 옳을지도 모르겠네. 그래, 신이라는 작자가 존재한다면.. 그렇겠네. 우리 역시 그들의 실험체이자 완희물일 뿐이겠지.
나의 존재 의의는 무엇입니까?
너의 존재 의의? 글쎄, 모르겠어.
그렇다면 관리자님의 존재 의의는 무엇입니까?
그것 역시 모르겠어. …나, 플리와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을까?
이런 말을 전해도 괜찮을지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형은 관리자님을 분명 아끼고 있습니다. 관리자님을 사랑한다고 했습니다. 가장 사랑하고. 가장 아끼고. 가장 생각이 많이 나는 친구라고.
그래, 그렇구나. 그렇지만… 아니, 모르겠어. 너와 내가 다를 게 뭐가 있지? 정말로, 다른 게 뭐야. 너도 생각하고, 플리도 생각하고, 나도 생각해. 그냥.. 그냥 짐승도 아닌 그야말로 인격체잖아. 그렇지? 그렇지… 응.
..왜 우는 겁니까? 옛날처럼 또 슬픈 겁니까?
이건 슬픈 게 아니라 화난 거야.
미안합니다.
너 때문이 아니야. …K-329.
응.
바깥이 궁금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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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06.02.
잠시만요, 제가 잘못 들은 거죠?
플리가요.. ……. ….어디로 가면 될까요?
안 한다고요? 아하, 하하, 하하하하….
알겠다, 이제 알았어요.
이건 폐기인 거잖아요. 그렇죠? 쓸모가 없어졌으니까, K-329가 거의 완성되어 가니까…!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 연구원이라는 작자들이, 이렇게까지 윤리를 무시해도 되는 거에요?
저도 다를 바 없다고요?
그러게요. 이대로 다 폭로하고 죽어버릴까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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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05.17.
결국에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초라한 연구원이었을 뿐이네.
…관리자.
응, 왜 그러냐.
형은 어디로 간 겁니까?
저 멀리. 좋은 곳.
저도 가면 안 됩니까?
큰일 날 소리. 넌.. 아니야, 아홉 살짜리가 뭘 알겠어.
아홉 살.
그래, 아홉 살이지. 우리 애와 같은 해에 태어났는데, ..오늘이 네 생일이니까. 생일 축하한다.
생일은 무엇입니까?
..하기야, 지금껏 챙겨준 적이 한 번도 없었네. 태어난 날. 네가 태어났음을 축복하는 거야.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 선물을 주기도 하고. 그래, 선물 챙겨줄까. 원하는 거 뭐 있어?
응… 밖이라는 곳, 가보고 싶습니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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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6.05.19.
미안해, 밖에 나가는 건 좀 어려울 거 같네.
괜찮습니다.
대신 다른 걸 준비해봤어. 그림책이야.
그림책.
그래. …플리가 글을 가르쳤으니까, 이정도는 읽을 수 있잖아.
응. 읽을 수 있습니다.
…K-329.
응.
잘 들어. 내일부터 네 관리자가 바뀔 거야.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으로. 절대 사고치지 말고, 말 잘 듣고, 조금이라도 어디가 아프면 차라리 소리를 질러. 알았어?
응. 잘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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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03.30.
안녕. 새로운 관리자들과는 잘 지내니?
응. 관리자님이 전에 말했던대로 사고치지 않았습니다. 마법도 쓰지 않았고 말 잘 듣고, 아픈 것도 잘 버텼습니다.
..다행이네, 잘 지내는….
왜 그럽니까? ..아파, 아픕니다. 아파…
…이 지경이 될 때까지 왜 치료를 요구하지 않은 거야? 누가 이랬어? 이건 실험 도중에 생길 수 있는, 그냥 멍이 아니잖아. 이건….
관리자님들이 때렸습니다.
뭐?
때렸는데, 이전에 관리자님이 아프면 소리를 지르라 해서. 소리를 질렀는데. 더 세게 때려서. 그래서. 그냥 참았습니다.
…좋아, 알았어. 알았다고. ..K-329. 내가 다 미안해. 널 이 세상에서 살아가게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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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05.15.
새로 제안드릴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군용 목적으로 운용될, 일명 ‘히라폰’들의 사회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구상해 보았습니다.
히라폰들의 모델이 되었던 x-first의 사례를 통해 사회화가 잘 되어 있을수록 절대자에게 더 복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고….
그리하여 일부 연구원을 선별하여 이들 가정에 입양하는 방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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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7.11.07.
어디로 가는 겁니까?
밖에.
밖?
응, 그리고 새로운 집에.
…새로운 집?
그러니까, 새로운 프로젝트인거야. 너가 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내가 손을 좀 썼거든. 이제 아플 필요도 없고. 주사바늘이랑 마주칠 일도 훨씬 적을 거야. 그리고..
응.
네가 원하는 모든 걸 하게 해줄게. 그게 공부가 되었건, 운동이 되었건, 게임이 되었건… 아무튼 너도 이제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거야. 너 역시, 인격체니까.. 마땅히 누렸어야 할 것들이지.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어렵습니다.
차차 알아가게 될 거야. 그리고 네게 새로운 친구가 생길 거야.
친구. 형과 관리자님 같은 친구, 를 말하는 겁니까?
…그래. 평생 의지할 수 있는 친구. 맞다, 네게도 새 이름이 필요하겠지?
이름은 무엇입니까?
음, 너를 부를 때 쓰는 말.
그거라면 K-329가..
아니, 그런 건 이름이 될 수 없지. …그래, 칼로. 칼로가 좋겠다. 칼로 샤이넌.
칼로..
응, 잘 부탁한다. 앞으로 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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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4.08.14.
안녕. 어쩌다보니 이것을 발견했습니다. 이제는 기억이 가물해 그 형은 거의 기억나지도 않습니다. 뭐, 딱히 좋은 추억만 있는 것은 아니었던 거 같기도 합니다.
첫 부분을 들었을 때는 조금 두려웠습니다. 나쁜 사람일까 봐. 날 억지로 떠맡은 것일까 봐. 그런데.. 내가 자라오면서 본 것들은 거짓이 아니기에, 믿고 끝까지 보았습니다. 다 들은 기분. 아무 감흥 없습니다. 이제는 모든 걸 알아버렸는데 되려 허무합니다.
다만 이것은 분명히 말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내가 태어난 것은 당신의 실책이 아니고 우리가 만나기 위한 어떠한 운명이었던 것이라고. 이 나라를 바꾸기 위해 내가 한 모든 선택들도 어쩌면 신의 뜻일지도 모르겠다고. 차라리 그리 생각하는 편이 모두가 행복해지는 길일 것입니다. 그렇기에 가슴 아파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적어도 과거의 당신과 나는 아무것도 모르던 철부지였으니까. 거대한 돌풍에 휩쓸린 작은 날개를 지닌 벌레였을 뿐이니까. 지금의 우리는 행복해졌으니까.
오래된 기계라 녹음이 제대로 되고 있을 지 의문이지만, 마지막 한 마디만 하겠습니다. 늘 사랑하고 있습니다, 아버지. 늘, 좋은 하루 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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