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소설 통합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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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아이에겐 선물을 안 주신데

🎄GL 단편. 현대물에 약간의 판타지가 섞였습니다.

Palegreen by 햐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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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놈의 회사는 정말 폭파시켜버리고 싶은 충동을 낳는다.

어떻게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렇게까지 야근을 시킬 수가 있어! 집에 가면 크리스마스겠네.

어차피 집에 간들 크리스마스에도 나 혼자일 테지만….

아무튼 야근을 시키는 회사를 속으로 욕하면서 자취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서 넷플릭스나 보면서 외로운 마음을 달래야지.

빨리 집으로 가서 널브러질 생각에 저절로 걸음걸이가 빨라졌다.

원룸이 밀집되어있는 구석진 빌라에 1차로 비밀번호를 입력하고 들어갔다.

역시나 원룸빌라 안에서도 싼 곳을 찾아 들어갔기 때문에 내 집은 4층에 위치해있었다. 그래서 매번 운동부족 저질체력으로 꾸역꾸역 힘들게 다리를 놀려 올라갔지만 오늘따라 왠지 더 힘들었다.

크리스마스라서 그런가. 벌써 자정이 지난 건 아니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집 앞까지 도착했는데 보통이라면 다들 집에 혼자 있느라 조용했어야할 집 앞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

정신을 차리고 우리 집 앞을 살펴보니 무단침입을 하려고 하는 산타가 있었다.

그것도 빨간색 산타복장을 풀세트로 맞추고 수염까지 붙인 산타가.

잠시 나와 그 산타 사이에서 정적이 일었다. 이 층에는 우리 집밖에 없고 그렇다고 옥상에 다녀왔다기에는 옥상은 겨울에 출입금지라 잠겨있다.

따라서 건물 문도 잠겨있으므로 나 이외에는 4층인 꼭대기 층에 올 사람이라곤 아무도 없었다.

“누구세요…?”

“……산타입니다.”

그걸 누가 보면 모르나, 산타라는 소리를 변명으로 하고 앉아있다.

“얼른 나가세요. 이 층에는 저밖에 안 살고 다른 사람들은 이리 올라올 일도 없거든요? 설마 배달원은 아닐 거 아니에요.”

“그게 아니라 전…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러 온 거예요!”

산타 복장을 한 사람답게 산타클로스처럼 선물을 주겠다고 주장했다.

얼굴은 흰 수염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지만 목소리로 봐선 아직 어린 여잔데 대체 우리 집 앞에서 왜 저러고 있을까? 나쁜 짓을 하러 왔다기엔 허술하고 나보다 약해보여서 화낼 마음이 점점 사그라졌다.

“선물이요? 아는 사이도 아닌데 왜 모르는 사람 집 앞까지 찾아와서 선물을 해요?”

“그건… 혜진 님이 일 년 동안 한 번도 울지 않으셨거든요!”

이젠 무리수로 나가기로 한 건가. 아직까지도 산타 행세를 하면서 가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내 이름은 어떻게 안 거지?

“그럼 선물 주세요. 제가 받으면 가는 거죠?”

일 년 동안 울지 않았다는 건 대체 뭐람. 이제 초면이면서.

생각해보니 일하느라 바빠서 진짜로 울 시간도 없었던 것 같았다. 오히려 빡쳐서 욕을 어마어마하게 했지.

내가 손을 내밀자 그 산타는 쭈뼛거리며 작은 빨간색 보따리에서 포장된 선물을 꺼내더니 내 손 위에 올려두었다.

진짜 나한테 줄 선물이 있었어…?

“왜 초면인데 진짜로 선물을 주는 거야.”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내게 위험한 물건이 들어있진 않을까 살폈지만 산타는 내 혼잣말에 답해줬다.

“아까 일 년 동안 울지 않으셔서 선물을 드린다고….”

아무리 말해도 자기가 산타라서 울지 않는 아이에게 선물 준다는 식의 말만 하고 있어 수상함이 가시지 않았다. 도망가지도 않고 꼬박꼬박 내 질문에 대꾸해주는 걸 봐서도 굉장히 이상했다.

“여기에 뭐 들어있어요?”

포장지로 잘 싸매져있는 선물의 정체를 물으니 비밀이라면서 자기 입에다가 검지를 가져다댔다.

이게 대체 뭐하는 거야?

“저기요, 수염 떼세요. 아무리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법에 대한 건 알 거 아냐. 이거 주거침입으로 신고 가능해요.”

내가 위협적으로 말하자 산타도 자신이 헛소리를 했다는 건 자각하고 있었는지 덥수룩하게 붙이고 있던 수염을 통째로 뜯어냈다. 그러자 산타할아버지로 코스프레했던 모습과 다르게 그 안에는 예쁘장한 얼굴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난 그 얼굴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저희 집에 들어오실래요?”

“네?”

“들어오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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