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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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월을 뒤로 하고 도망친 레이디는 미아 샬린느. 깃털 부채로 입가를 가리고 혓바닥을 질근 씹었다. 샬린느 백작가. 현재 정계에서 두각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나 제국이 건국될 즈음부터 수도에 뿌리를 두고 있던 유서 깊은 가문이었다. 삼녀 미아는 제국 사교계에서 많은 관심을 끌고 있었다. 가문의 후광을 업은 것도 있었으나 타고 난 외모를 필요할 때 쓸 줄 알았
*자컾 로판에유 글입니다! 여러 편에 걸쳐 나올 예정입니다. 로판 설정을 많이 잊어먹어 어색한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로판에서 자주 쓰이는 용어 "영애"는 "레이디"로 바꾸어 적었습니다. 재밌게 읽어 주세요! 제국은 가장 많은 승전기념일을 가진 나라였다. 역사 속엔 무수히 많은 혈전과 승리가 기록되어 있었는데, 그중에서 몇을 추려서 휴일로
시멘트 도로가 산을 끼고 구불구불 뻗어갔다. 차체가 바람을 절삭하며 내달렸다. 가로등조차 충분히 밝지 않은 길. 사람이 걸어 다녀선 안 될 곳에 두 명의 그림자가 전조등 빛에 길었다 짧았다. 또 한 대의 차가 강풍을 일으켰다. X는 그 풀에 휘날린 장발을 신경질적으로 귀 뒤로 넘겼다. 곧 그론 모자라단 마음이 든 듯 머리끈을 꺼내 들더니 한 손으로 팍 쥐어
매번 생각하지만, 언니 취향은 정말 최악이에요. 요즘 대세는 기계공학이라고요. 집을 치우든 일을 돕든 사람을 쏘든, 이제 모든 일은 로봇에게 맡기는 추세라니까요. 세 살짜리 애도 조그만 모터 장난감 같은 건 직접 조립하는 시대란 말이죠. 그런데 기껏 군용 로봇 회사 회장 부모라는 금수저 중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서 한다는 게 이게 뭐냐고요. 가뜩이나 돈 나갈
휴대전화가 진동했다. 뼈마디가 굵은 손이 액정을 덮었다. 7시 정각. 백광은 느적거리는 대신 자리에서 일어났다. 초봄의 서늘한 햇빛이 흰 침구에 드리워져 있었다. 백광은 짙은 눈썹을 찌푸리며, 차광 커튼의 줄을 당겨 끝까지 창을 가렸다. 적당히 어두운 공간이 균일하게 방을 채웠다. 밤새 방안을 채운 먼지가 흐린 빛에 희게 일렁였다. 백광은 이불을 구겨진
*시선 묘사 주의 펌 퀸의 집무실은 고요했으나 어딘가 두려운 구석이 있었다. 마호가니 선반, 은은하게 반짝이는 샹들리에, 도톰한 벨벳 커튼과 타종하지 않는 괘종시계처럼, 예스러운 물건들이 발하는 특유의 침묵도 가리지 못하는 불길함이 난색 조명 아래에 유령처럼 떠돌았다. 불안정한 분위기를 유발하는 것은 무엇일까. 승전하였으나 저주로 인해 인격이 조
(*인용된 캐럴 링크!) https://youtu.be/oIKt5p3UmXg?si=BX2P8uOtlrPxODz1 만연한 겨울, 시침은 5시를 가리켰다. 사계 중 가장 추운 날을 짚으라면 달력에서 오늘 날짜를 찾아 빨간 동그라미를 죽죽 긋는 것만이 정답일 날씨. 들새조차 울지 않는 거리를 비틀비틀 가로지르는 인영이 있었다. 부츠 밑창의 조용하고 거친
가을날이 청명하다. 에쉴은 나이 든 떡갈나무 아래에 서 등을 기대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는 투명한 시간. 언덕에는 들풀이 자라고, 청설모가 톡톡 뛰어다녔으며, 더 먼 곳을 보면 도시의 높은 건물이 굳건하다. 발뒤꿈치를 톡톡 차면 낙엽이 바스락댔다. 덩달아 곱게 포장한 안개꽃 다발도 함께 사각거렸다. 에쉴은 재킷 주머니에 빈손을 찔러넣고 초조하게 오솔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