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マン、浪漫!

그러니까, 맛있는 밥을 먹어야 한다고요?

에미밥AU

칼데아의 인류 최후의 마스터 소야 츠무기. 그리고 의료 담당 스태프-로 돌아가고 싶은- 로마니 아키만은 갑자기 제5차 성배전쟁 시기의 후유키 시에 오게 되었다. 마리스빌리가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 솔로몬이 아닌 다른 캐스터가 있다는 점에서 「평행세계의 과거」라 판단내리기는 충분했다. 혹은 누군가가 만든 아류 특이점일지도 모른다. 츠무기에게는 그가 다니던 곳과 비슷한 대학교의 학생이라는 설정값이, 로마니에게는 레지던트라는 설정값이 붙었으니까. 게다가 두 사람이 사는 곳은 같은 맨션의 다른 방이라는 점까지 생각하면 이 세계는 두 사람에게 무언가를 원하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뭘 해야 하는 건데? 이런 곳에서 가장 좋은 것은 사건이 시작되기를 기다리는 것. 그렇게 시간을 보내던 두 사람은──

“어라, 마트에 서 있는 저 사람은…….”

에미야[아처]?

로마니 아키만 × 소야 츠무기
in 衛宮さんちの今日のご飯

로마니 아키만 생환 IF 에서 시작해 에미야에게 또 밥을 얻어 먹는 두 사람의 이야기

캐릭터 붕괴 있음. 무엇이든 괜찮은 분들만…….


“이번 성배 전쟁 때문에 시계탑에서 직접 파견 온 분들이다.”

──라는 매우 신뢰성 낮은 코토미네 키레이의 소개로 다른 이들에게 얼굴을 알린 지 어언 일 주일이 지났다. 마술사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조예가 있는, 이라는 모순된 말에 츠무기와 로마니는 등을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애써 무시했다. 이런 말을 누가 믿겠어, 라는 그들의 비관적인 생각에도 불구하고 에미야 시로와 토오사카 린을 포함한 대부분의 마스터와 서번트는 ‘그런가’ 하는 말과 함께 받아들였다. 로망, 후유키 시, 이렇게 부드러운 분위기였나요? …그럴 리가. 다들 분명 날카로웠는데.

후유키 시의 성당에서 당황했던 것도 이제는 제법 시간이 흘렀다. 츠무기와 로마니는 나름 이 세계에서 잘 적응했다. 츠무기는 꼬박꼬박 대학에 나갔고, 로마니는 과거의 기억을 살리며 약간의 피로한 일상을 향유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원한 것과 같은 방향이냐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할 수 있다. 다만 두 사람이 이런 걸 원치 않았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또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이, 그리고 칼데아의 많은 이들이 바랐던 일상에는 명확한 형태가 없었다. 로마니는 평범한 일상이라는 것을 제대로 겪지 못했고 마슈는 칼데아에서 태어나 칼데아에서 자랐다. 츠무기는 이십 년이 넘는 시간 동안 일상을 향유하기는 했으나 그렇기에 더욱 무언가를 바라지 않았다. 그 덕분에 두 사람은 갑작스레 떨어진 십여 년 전의 과거에서도 나름 만족스러운 나날을 보냈다.

그러나 아주 사소한, 그리고 누군가에게는 매우 큰 문제가 있었다.

“로망, 이거 다 편의점,”

“신상 디저트가 나왔길래 그만……. 아 그래도 나름 잘 챙기고 있어. 편의점은 참 편하지 않아? 요리를 못 하는 사람이라도 적절한 식사를 챙길 수 있게 해준다니 말이야.”

로마니 아키만은 이런 방향으로 자신을 챙길 줄 몰랐고.

“…츠무기, 오늘도 마트에서 반찬 사온 거야?”

“이 정도면 건강하죠. 제가 많이 먹는 것도 아니니 식재료를 많이 사면 남을 게 분명하니까요.”

츠무기는 요리에 일말의 관심도 없을 뿐더러 요리를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자신의 일에는 최소한의 영양소만 섭취하면 된다, 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진 로마니 아키만이지만, 그것을 다른 이에게 적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적절한 영양소를 섭취해야지, 라는 잔소리 아닌 잔소리에 츠무기는 미간을 좁히곤 했다. 그러는 로망은, 으로 시작하는 말이 이어지면 두 사람은 머리를 붙잡을 수밖에 없었다. 이곳에서 어떻게 칼데아에 가느냐, 라는 문제보다는 맛있는, 그리고 밸런스 잡힌 식사가 필요했다.

그래도 옆에 의사가 있으면 영양적으로 괜찮은 것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근 일 주일 간 레토르트와 전자레인지에 돌리면 모든 조리 공정이 완료되는 식사를 해온 두 사람은 그럴 것이라는 굳은 믿음을 품고 마트로 향했다.

눈길을 끄는 형형색색의 신선한 식재료를 뒤로 한 채 ‘나름’ 이것 저것 따져 가며 음식을 골랐다. 두 사람 다 재주가 나쁘지는 않으니 레시피 영상을 보면 어느 정도 그럴 듯한 요리를 해먹을 수 있겠으나, 지금은 2004년. 유○브는 커녕 뭇 일본인들은 인터넷이나 SNS보다는 PC통신을 시작으로 무언가를 잘못 눌러 누군가의 개인 홈페이지의 고정 번호를 밟지 않을까 걱정하던 시기였다. 레시피 책을 사서 하나 둘 따라해보기에는 두 사람 다 너무 현대에, 그리고 최첨단 과학 기술에 물들어 있었다.

그리고 바구니에 온갖 레토르트 및 즉석 식품을 담고 계산대로 향하던 두 사람은 에미야 시로를 마주했다.

“아키만 씨랑 소야 씨?”

소년의 시선이 두 사람이 들고 있는 바구니로 향했다. 

레토르트 볶음밥. 냉동 채소. 뜨거운 물에 풀어 먹는 된장국. 그리고 계란 한 판…….

두 성인은 이 침묵이 너무나도 불편했다. 먼 미래의 그에게 대부분의 식사를 부탁하고 있어서 그런 것일까. 아니면 어른이 되어서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 먹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온 부끄러움 때문일까. 로마니 아키만이 ‘차라리 한숨이라도 내쉬어줘!’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은 마음을 참지 못하게 될 즈음. 에미야 시로가 입을 열었다.

“오늘 저녁은 전골인데, 같이 드실래요?”

“실례지만 부탁할게, 에미야 군.”

“나도 같은 의견이야. 대신 그저 얻어먹기는 미안하니까─ 재료는 우리가 사게 해주지 않을래?”

어른으로서 미성년자에게 모든 것을 얻어먹을 수는 넚다는. 어른의 마지막 자존심은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 두 사람이었다.

“정말 괜찮은데. 어차피 아키만 씨나 소야 씨를 제외하고 제법 많이 얻어먹고…….”

“로마니라고 불러. 성은 그리 좋아하지 않거든. 그리고 얻어 먹는 신세에 이 정도는 해야지.”

에미야 시로의 집인 일본 전통 가옥에 도착하자 익숙하게 세이버가 그들을 반겼다. 정확히는 시로를 반긴 것이겠지만 두 사람을 완전히 경계하지 않는 것을 보니 아직 둘에 대한 가치 판단은 제대로 행해지지 않은 모양이었다. 오히려 그 뒤에 두 분이 사주셔서 이런 저런 걸 더 살 수 있었어, 라는 시로의 말에 두 사람을 제법 좋게 생각한 것 같기도 했다. 장본 것을 내려둔 두 사람은 싱크대에서 시로의 행동을 어깨 너머로 지켜보았다.

“……그래서, 두 사람은 요리는 싫어하는 건가?”

“싫어한다기 보다는 여유가 없었지. 편의점이 잘 되어 있으니 요리의 필요성도 못 느꼈고.”

“마찬가지. 요거트나 시리얼 정도면 충분하니까.”

어른인데도 그런 거냐? 라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완전 변명 거리가 없는 것도 아니었다. 오히려 ‘어른이니까 이런 겁니다’ 라는 한심한 이유를 가진 두 사람은 그저 입을 꾹 다물고 웃는 것을 선택했다.

시로는 로마니와 츠무기에게 재료 손질을 시키고 자신은 요리에 착수했다. 사실, 전골 요리에 대단한 것이 있는 건 아니다. 미리 만들어둔 육수를 냄비에 자작하게 붓고, 그 위에 배추, 양파, 부추와 같은 채소와 버섯을 가지런히 정리해 넣는다. 두부와 고기를 맨 위에 넣고 뚜껑을 덮은 뒤 익을 때까지 기다리면 완성. 배추의 숨이 죽고 두부에 양념이 잘 배었다면 완벽하다. 뚜껑을 열면 김과 함께 맛있는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코타츠 앞에 얌전히 앉아 있던 세이버도 그 냄새에 이끌린듯 부엌 쪽에 가까이 다가왔다.

“시로, 제가 도울 건 없습니까?”

“아, 세이버. 그럼 그릇을 자리에 좀 옮겨 줄래?”

코타츠 가운데에 냄비, 그리고 로마니와 츠무기, 세이버와 시로가 마주 보고 앉는 구도가 되었다. 로마니는 어떻게 보아도 일본의 가정집 같은 곳에서 식사를 하는 것 자체가 즐거운 것인지, 얼굴에서 웃음을 지우지 못했다.

“오늘 타이가는 잔업이라 했어서 조금 쓸쓸해지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만, 손님이 오니 식탁이 시끌벅적해졌네요.”

“하하, 우리 둘 다 재밌는 사람은 아니라 재미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얼른 먹자. 안 그러면 다 식어버린다고?”

물론, 두부 같은 것에는 맛이 식으면서 배니까 맛있긴 하지만. 에미야 시로의 말에 다들 그릇을 들어 조금씩 전골을 퍼 갔다. 세이버의 반응은 여전했다. 로마니는 한 입 떠먹은 뒤 ‘이거 진짜 맛있잖아!’라는 말을 남기고 식사에 집중했다. 츠무기도 마찬가지였다. 별다른 말은 없었지만 따뜻한 것을 먹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정말 맛있어서 그런 건지 미세하게 양 볼을 붉히며 묵묵히 수저를 놀렸다.

“이야~ 잘 먹었어. 고작 재료값으로 이런 맛있는 걸 먹어도 되나 모르겠네.”

“전골이라면 누구든 할 수 있을 텐데,”

“생각도 못 하고 있었으니까. 앞으로도 종종 해먹을 것 같고. 누구든, 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정말 고마웠는 걸. 그렇죠, 로망?”

“응, 물론이지. 둘 다 요리를 즐기는 편은 아니라 이런 간단한 걸 옆에서 보게 해준 건 큰 도움이야.”

로마니와 츠무기는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만히 두었다면 마트의 반찬 코너에서 이게 더 나을 것이다, 아니다, 라는 갑론을박을 벌이며 모든 끼니를 떼웠을 것이다. 츠무기는 학식이 있다 한들 이제 곧 대학은 방학에 돌입했고, 로마니는 일단은 직장 비슷한 게 있는 상황이었으니 점차 더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갔을 수도 있고. 그런 미래를 어렵지 않게 그린 두 사람은 멋쩍은 웃음을 내보였다.

분명 칼데아에 있었을 때에는 이렇게까지 한심한 어른은 아니었는데. 오히려, 로마니는 이제 슬슬 쉬는 게 어떻냐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던가. 커피와 약물, 그리고 틈틈히 먹는 디저트로 수마를 내쫓고 자신이 해야 할 일에 몰두했던 그는 자신을 갉아 타인에게 도움이 되고자 하는 사람이었다. 츠무기도 비슷했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약간의 과장과 체념을 섞어 ‘두 사람은 닮았어. 안 좋은 부분만.’이라 말할 정도였으니까. 자신이 해야 할 것보다 더욱 많은 것을 하는 사람. 그럼에도 힘들다는 티 하나 내지 않고 혼자 많은 것을 끌어안는 사람. 칼데아에서는 이런 둘을 믿음직스럽고 또 미안하기도 한 사람으로 여기곤 했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그저 나이를 먹을 만큼 먹고 제대로 요리조차 하려 하지 않는 한심한 어른일 뿐이다.

변명하자면, 츠무기는 자취를 했으나 대부분 외식을 하거나 조리 과정이 아주 간단한 것만 챙겼다. 식食이라는 것 자체에 큰 관심도 없었을 뿐더러 요리를 하고 또 치우는 과정이 번거롭게만 느껴졌던 탓이다. 로마니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칼데아에 들어온 뒤에는 칼데아의 식당에서 끼니를 챙겼고, 그랜드 오더를 시작한 뒤에는 주방 담당 서번트들이 양질의 식사를 챙겨주었다. 이제 와서 스스로 힘내서 만든 요리에 만족하기에는, 지난 일 년 간의 요리가 너무나도 준수했다. 후유키 시에 온 뒤 처음으로 만족스러운 한 끼를 먹은 두 사람은 남들이 봐도 흐뭇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연인인 건가?” 에미야 시로의 질문에 로마니는 사레가 들렸다. 마시던 차를 그대로 뿜고 얼굴이 시뻘개진 채 콜록, 콜록, 하고 기침을 계속 해대던 그는 찬물을 벌컥벌컥 들이킨 뒤에야 겨우 진정할 수 있었다.

“아, 아니, 그게…….”

그는 급격히 마기☆마리가 그리워졌다. 마기☆마리, 아직 정의의 사도가 아닌 소년 에미야 시로와 왠지 조금 더 말랑한 기사왕의 앞에서 제 연애 사업에 대해 이야기하게 생겼어요. 어떻게 해야 하죠? 우물쭈물 답을 미루다 ‘일단은,’으로 시작하는 말을 하려고 할 즈음.

“응.”

츠무기의 긍정에 그는 입을 꾹 다물었다.

두 사람이 사는 맨션으로 돌아가는 길. 겨울인 탓에 숨을 내쉬면 임김이 하얗게 얼었다. 드문 드문 세워진 가로등이 어두운 밤 길을 밝혔다. 로마니는 제 손등에 스치는 츠무기의 손등을 잔뜩 의식했다. 연인이냐는 말에 긍정한 건 무슨 의미냐고 물어봐야 하는데, 뭐라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는 몇 번이나 입을 열었다가 그대로 닫았다. 그에 비해 잔잔한 로마니의 심정이라는 수면에 큰 돌을 던진 츠무기는 태연해보였다. 당연한 것을 이야기했다는 것마냥. 로마니는 결국 입을 열었다.

“아까 긍정한 거, 내가 생각하는 의미가 맞아?”

그의 질문에 츠무기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백색 눈동자에 얼굴을 붉힌 로마니가 그대로 비췄다. 츠무기는 황당하다는 기색을 숨기지도 못했다. 그렇게 내게 다시금 고백을 해왔으면서, 이 남자는 무슨 말을 하는 걸까.

“저도 좋아한다고 했잖아요?”

츠무기는 어이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고는 먼저 걸음을 옮겼다. 츠무기가 한참을 먼저 간 뒤에야 그는 정신을 차리고 츠무기의 뒤를 쫓아갔다. 가로등 불빛 아래 로마니가 슬쩍 츠무기의 손에 손가락을 엮었다. 츠무기는 그의 손바닥에 제 것을 바투 붙였다.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굴었지만, 회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였던 그의 귓가는 붉게 물들어 있었다.

로마니에게는 안타깝게도. 또 다른 누군가가 두 사람에게 ‘월세도 아낄 겸 같이 사는 게 낫지 않아?’ 라는 말로 두 번째 폭탄을 던진 것은 그리 먼 미래의 일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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