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오대만/첫 키스는 언 럭키 스케베
대만이는 진짜로 입 헹굼
동오와 대만이는 사귀는 사이입니다.
모브가 등장합니다.
쪽, 입술이 붙었다가 떨어졌다. 첫 키스였다.
동오대만/첫 키스는 언 럭키 스케베
입을 옷이 없어서 꺼낸 후드티가 터무니없이 컸다. 옷 주머니가 책상에 걸렸다. 비틀거리다 사람을 쳤다. 그 덕에 책상에 머리 박고 실려 가거나 몸 개그로 학우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불행은 피했다. 대신 나로 인해 사람 두 명이 불행해졌다. 강의실 한복판에서 입술 추돌 사고가 벌어진 것이다.
나는 책상 모서리 대신 정대만의 등짝에 얼굴을 박았다.
책상 앞에 서 있던 정대만은 상체만 고꾸라졌다. 앉아 있던 최동오가 정대만을 붙잡으려 했으나 손이 미끄러졌다. 두 사람의 입술이 완벽한 각도로 맞물렸다. 최동오의 손이 정대만의 등허리를 감싸안았다. 두 사람은 놀랐는지 바로 떨어지지 않았다. 강의실이 조용했다.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세상이 멈췄다.
나는 입술이 떨어지는 소리를 듣자마자 사과했다. 정대만은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그는 미안해하는 나 대신 최동오에게 말했다.
"너 가글 갖고 있지. 빌려주라."
참고로 최동오는 사과받을 상태가 아니었다. 그는 넋이 나가 중얼거렸다.
"내가⋯, 내가 정대만이랑⋯."
알아서 척척 스스로 하는 자기 주도적인 어른 정대만이 최동오의 가방을 멋대로 뒤졌다. 모르고 봤으면 정대만의 가방인 줄 알았을 거다. 가글을 찾아낸 정대만이 최동오에게 물었다.
"써도 되지?"
최동오는 여전히 상태가 안 좋았다.
"내 첫 키스⋯."
친구와 불유쾌한 신체 접촉을 하게 해서 미안하기는 하지만, 그렇게 충격받을 일인가 싶기도 했다. 정대만은 대답을 들은 셈 치기로 했는지 입을 헹구고 오겠다고 했다. 최동오가 벌떡 일어나 떠나려는 정대만의 어깨를 붙잡았다.
"너는 아무렇지도 않아? 나는 첫 키스였어!"
"아니, 아무렇지 않지 않으니까 씻고 오겠다고."
"씻으면 없었던 일이 돼?"
아직 사과조차 못 한 입장에선 정말 미안해지는 발언이었다. 정대만은 성가시다는 듯이 말했다.
"동오야, 이 나이 먹도록 한 번도 안 한 걸 보면 넌 아마 죽을 때까지 안 했을 거야. 버린 셈 쳐."
입술을 맞댄 장본인 입에서 나올 말은 아니었다. 나는 최동오의 안색을 살폈다. 분노가 극심한지 얼굴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었다. 최동오가 정신을 차리고 입술을 앙다물었을 즈음에 정대만은 이미 강의실 문을 나서는 중이었다. 최동오가 사라져가는 뒷모습을 향해 외쳤다.
"인정해!"
인정하는구나⋯⋯.
"하지만 너한테 버리고 싶지는 않았어!"
최동오의 항변이 무의미하게 실내에 울렸다. 나는 오늘 밤 최동오가 이불을 걷어찰 횟수를 줄이기 위해 그를 붙잡아 앉혔다. 그리고 진심을 담아 사과했다. 제정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간 해가 떨어질 것 같았다.
"미안해, 동오야. 내가 대만이를 밀었어. 대만이한테 화내지 마."
그러자 최동오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조금은 진정된 것 같았다. 까딱거리는 머리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의문이 들었다.
"그런데 너희 사귄다고 하지 않았어?"
최동오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보니 귀까지 빨갰다. 나는 어이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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