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램덩크

태섭대만/삼십육계 줄행랑

전前 양아치 클리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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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쳐서 도착한 곳이 거기였다. 더는 도망치기 싫었다. 그래서 정대만은 도망쳐본 적이 없다.

 

태섭대만/삼십육계 줄행랑

 

대로변에 난 골목은 오히려 눈에 들어오지 않는가 보다. 여럿이서 사람 하나 둘러싸고 위협하는데 아무도 관심을 주지 않는 걸 보면.

 

무릎을 검사받기 위해 병원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검진은 잘 받고 나왔는데 돌아가는 길에 양아치들한테 붙잡혔다. 대장 놈이 껄렁거리며 말했다.

 

"머리 잘랐네? 못 알아볼 뻔했어."

"너도 머리 잘랐냐? 나는 너 못 알아보겠다."

"아아, 그러셔?"

"켁."

 

놈이 멱살을 잡아챘다. 신장 차이 때문에 목이 꺾였다. 뒤에 선 녀석들이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몸에 힘을 풀었다. 도망치고 싶은데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괜찮다는 진단을 받은 무릎이 요지부동이다. 그렇담 맞아야지. 맞서 싸운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놈이 멱살을 채로 밀쳤다. 등이 건물 벽에 처박혔다. 컥, 순간 숨이 막혔다. 아파할 새도 없이 주먹 쥔 손이 복부 한중간을 향해 날아왔다. 그 손을 보고 생각했다. 배는 괜찮다. 움직이는 데에 지장을 주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고통은 찾아오지 않았다. 대신 손목을 잡혔다.

 

"달려요!"

 

목소리를 따라 몸이 끌려갔다. 돌아보니 멱살을 잡았던 놈은 쓰레기봉투에 얼굴을 처박고 있었다. 나머지 녀석들이 쫓아왔다.

 

앞을 봤다. 낯설지 않은 뒤통수가 죽어라 달리고 있었다. 잡힌 손을 뿌리치자 송태섭은 바로 놓아줬다. 제 자리를 찾은 팔이 앞뒤로 흔들렸다. 그토록 망설이던 발이 땅을 박찼다. 한 발로 착지할 때마다 전신의 균형이 바로잡혔다. 긴장이 풀리고 몸이 가벼워졌다. 스치는 바람이 시원했다. 무릎은 아프지 않았다.

 

한참을 달리다 다시 송태섭한테 손목을 잡혔다.

 

"어디까지 갈 셈이에요?"

"쫓아오잖아."

"이걸 쫓아오면 걔네도 농구시켜야 해요."

 

잠시 숨을 고른 송태섭이 물었다.

 

"싸우려고 했어요?"

"아니."

"그럼 맞을 생각이었어요? 맞는 거 좋아해요? 선배 변태야?"

"아니야!"

 

억울했다. 하지만 송태섭은 계속해서 몰아쳤다.

 

"그럼 도망쳤어야죠! 그 사람들이 선배를 작살내면 어쩌려고요? 모르나 본데, 우리 팀에는 선배를 대신할 사람 없어요."

 

알고 있었다. 다 아는 거였다. 울컥 오르는 감정을 겨우 삼키는데, 입이 멋대로 열렸다. 뱉을 생각 없던 변명이 새어 나왔다.

 

"보호대 안 하고 나왔단 말이야⋯."

 

보호대가 없었다. 신발은 구두고 옷도 불편했다. 체육관이 아니라서 땅이 고르지도 않을 텐데 준비운동을 할 틈도 없었다.

 

다시 다칠까 봐 무서웠다. 도망칠 수 없었다.

 

이미 지나간 두려움이 얕은 바닷물처럼 흔들렸다. 숨을 고르고 있자 송태섭의 목소리가 파도를 타고 둥실둥실 떠왔다.

 

"선배, 도망쳐본 적 없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고개를 끄덕이자 다시 물었다.

 

"어때요, 괜찮죠?"

"응."

 

송태섭이 몸에 팔을 둘러 감았다. 손이 등을 쓸어내렸다.

 

"다음에는 바로 도망쳐요. 뒤돌아보지 말고."

 

그 어깨에 고개를 묻었다. 이제는 무섭지 않았다.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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