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잘 있어요, 돌아올 때까지.

후루신

by 디디†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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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쓰는 글이라기보단 그냥 머리에서 생각난 걸 가볍게 써봤어요 ㅋㅋㅋ

아무래도 너무 두서없고 짧다보니까 그냥 가볍게 올립니다.

4천자 정도 되는 짧은 글이에요 ^___^ 


더운 여름 오후였다. 백색소음처럼 틀어놓은 라디오에서는 하루 웬종일 같은 뉴스를 전달하고 있었고 그 뉴스의 주인공 되는 장본인을 옆에 둔 채 신이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지금 자기 이야기를 계속 떠들어대는데 자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옆사람은 눈을 감고 잠에 푹 빠져있었다. 잠자는 숲 속의 공주님처럼, 상대방이 오길 기다리기라도 하는 듯이 새근새근 잠들어있었다. 그 모습에 위화감을 느껴 한참을 들여다보고 나서야, 아 이 사람이 내 앞에서 잠을 자는 건 처음 보는 거구나 하고 뒤늦은 깨달음이 찾아왔다.

그렇게 경계심 많고 휴식을 멀리하던 사람이 이리도 무방비하게 자는 것은 어쩌면 삶에 대한 체념과 포기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고 쿠도 신이치는 제멋대로 그의 인생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이는 탐정의 오만한 판단이었다. 자신도 탐정을 자처하고 있으면서도 탐정이란 족속이 얼마나 오만한지는 잘 알고 있었다. 탐정은 때로 범인을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한다. 오만함을 알면서도 계속 할 수 밖에 없는 것은 그곳에 자신의 신념을 묻어두고 왔기 때문이었다.

그에게는 묻고 싶은게 많았다. 하루종일 흘러나오는 라디오 속 아나운서의 목소리로 사건을 전해듣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진상은 그의 입으로 직접 듣고 싶었다. 새벽에 갑자기 지쳐버린 얼굴을 하고서 집에 찾아들었을 땐 놀랐지만, 피를 뚝뚝 흘리며 입은 상처가 너무 커서 일단 집으로 들여 치료를 간단히 해주었다. 병원도 아니고 동료들이 있는 곳도 간게 아니라 이곳으로 왔다면 그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지.

사실 치료를 하면서 간단히 질문할 수도 있었을 터였다. 그게 아니라면 따뜻한 차를 끓여주며, 잠깐 휴식자리를 제공하며, 그 모든 순간 물어볼 기회는 수도 없이 많았지만 어쩌면 그가 심하게 입은 상처는 몸의 상처가 아니라는 생각에 그 멍한 얼굴을 보고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그에 대해 아주 약간의 소식을 접하게 된 건 결국 그의 입이 아니라 딱딱한 아침 뉴스의 아나운서를 통해서였다. 아나운서는 표정에 별다른 변화없이, 하얀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를 그저 읽는 역할을 맡은 로봇처럼 덤덤히 소식을 전했다. 오늘 새벽 후루야 레이라는 경찰청 경비국 소속 수사관이 밤사이 동료들을 향해 수차레 총을 발포하고 도주하여 아직도 그 장소가 모호하다는 것이다. 확실히 어제 상처를 치료하면서 후루야가 흘린 피가 아닌 것들이 잔뜩 있는 것을 목격하긴 했지만 설마하니 이러한 뉴스를 접할 줄은 상상도 못해서 벌컥 방문을 열었다. 대체 무슨 일이에요!? 하고 따져물으러 갔으나 그는 놀랍게도 잠들어있었다. 이 심각한 상황에, 설명 한마디 없이 그대로 골아떨어지다니. 신이치는 머리를 감싸고 잠시 바닥에 주저 앉아야만했다.

일어나겠지, 이제 곧 일어날 거야. 그렇게 한 시간, 두 시간, 밤잠을 자고도 충분할 10시간을 다 보내고도 후루야는 눈을 뜨지 않았다. 죽은게 아닌가 싶어 가까이 가서 코밑에 손도 대보고 가슴에 귀도 대보았으나 멀쩡히 살아있다는 확실한 증거를 손에 넣고 돌아오게 될 뿐이었다. 억지로라도 깨우려고 손을 뻗으면 어젯밤 상처입은 얼굴로 한번도 본적 없는 표정을 가감없이 보여주던 후루야의 처량한 모습이 떠올라 그조차도 못하겠다. 신이치는 한숨을 쉬고 다시 애꿎은 라디오만 노려보았다. 낡은 라디오에서는 약간의 잡음과 함게 후루야 레이의 신원정보를 마구 읊어대고 있었다.

용의자를 발견시 어디로 연락을 하라든가, 정말 위험한 인물이니 즉시 신고를 하고 가까이 가지 말라든가하는 멘트를 마지막으로 다시 잠시 뉴스가 끊겼다. 

...내가 정말 뭘 하는 거지. 

이는 확실한 범죄였다.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지금 숨겨주는 것만으로도 중죄에 해당한다. 하지만, 자신의 목숨이 열 개는 되는것처럼 움직이면서 타인을 구하겠다고 몸을 날려 노력하는 그가 갑작스럽게 동료를 배신하고, 살인을 저지른 뒤 도주했다니 도저히 믿을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분명 '도와줘'를 말하지 못하는 사람이니만큼 입을 꾹 다물고 그저 자신을 찾는 것 이외에 방법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후루야가 눈을 뜬 것은 결국 이틀이나 지난 뒤의 밤이었다. 그 이틀 사이 설마 경찰들이 찾아들까봐 긴장했으나 바깥을 순찰하는 경찰차를 제외하고는 경찰 그림자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뒤늦게 눈을 뜬 후루야의 모습은 처음 찾아왔을때보다도 더 심각해보였다. 사람이 휴식을 취했으면 좀 회복이란 걸 해야하는 게 아닌가, 왜 더 수척해졌지. 신이치는 얼굴을 찡그리며 서툴게나마 죽을 끓여 그 입에 넣어줬다. 생체 활동만 지속하고 있을 뿐 죽은 사람과 다름이 없어 보이는 후루야는 그저 가만히 멍하게 있다가 신이치가 수저를 입에 넣어줄때즈음에야 미세하게 움직였다.


"...대체 무슨일이 있었던 건데요...."


다섯 번쯤 겨우 묻고 나서야 작은 한 마디를 들을 수 있었다.


"...자고 싶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감정을 느낄 수 없는 건조한 음파가 고요한 방 안에 울렸다. 하루종일 먹은 거라곤 엉망으로 끓인 죽 세 숟갈이 전부였다. 그마저도 옛날 같으면 이걸 이렇게 끓이면 안 된다느니, 차라리 여기서 이걸 넣으면 더 맛있어진다느니 이상한 잔소리를 더 붙였을텐데 이젠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신이치가 보기에 후루야는 지금 자신이 뭘 먹긴 한건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도 분별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다음 눈을 떴을 땐 침대 위가 허전했다. 의자에 걸터앉아 잠깐 잠이 들었을 뿐인데 구겨진 이불만 놓여있을 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었다. 화장실이라도 갔나보지, 하고 다시 눈을 감으려다 영 불안한 마음이 들어 결국 집안 여기저기를 다니며 후루야를 찾아보기 시작했다. 아마 나가지는 않았을 것이다. 지금 그에게 그런 에너지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신이치의 추리대로 후루야는 집 안에서 발견됐다. 달빛이 희미하게 쏟아지는 창가에 서서 멍하니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었다. 제대로 영양을 받지 못해 푸석한 머리, 죽은 듯한 눈, 버석버석 마른 입술. 그 모든게 후루야를 어색하게끔 보이게 했다.


"후루야 씨...."


그는 여전히 대답이 없었다. 흐리멍덩한 눈이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이내 천천히 아래로 추락했다. 일순 덜컥 겁이 나서 신이치가 달려가 후루야의 팔을 붙들었다. 언제나, 무척 강했던 사람이..., 

뭐든 해줄 것처럼 든든하고 대단하게만 생각했던 사람이...

지금은 금방이라도 스러지고 무너질 것 같아서 두려워......


"...정신 좀, 차려봐요......"


가슴이 답답하다. 신이치는 한 글자 한 글자에 자신이 담을 수 있는 모든 감정을 꾸역꾸역 눌러 담아 전했다. 길고 복잡한 말로 마구 쏟아냈다가는 그가 곧장 도망가버릴까봐 무서웠기 때문에 최대한 누르고 줄인 글자에 담아낼 수밖에 없었다. 후루야는 신이치의 간절한 표정을 멍한 눈으로 보다가 긴 숨을 뱉어내고 이지러진 얼굴을 했다. 자고 싶다는 말 이래로 두 번째 듣는 목소리였다.


"...쉬고, 싶네...."


그 말을 듣는 순간 답답함이 터져버리긴 커녕 신이치는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에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는 마지막 에너지를 다 쓴 로봇처럼 전원이 꺼지는듯이 눈을 감고 다시 잠들었다. 자연스레 앞으로 몸이 기울어 넘어지는 바람에 신이치가 몸으로 후루야를 받아냈다. 자신보다 훨씬 크고 다부진 몸이 앞으로 쏟아져 품에 안은 신이치가 놀란 눈을 크게 뜨고 울것같은 눈이 되었다. 눈을 빠르게 깜빡였다. 그렇지 않으면 제멋대로 물이 흘러내릴 것 같아서였다. 그리고 이내 손으로는 후루야의 등을 쓸었다. 한번도 이렇게 안아 쓸어주는 사람이 없었을 사내를 한참동안 안고 토닥였다.


"그래요. 쉬어요. 우리 오래... 쉬러가요."


다음날 쿠도 신이치는 무슨 정신인지 파악도 못한채로 차에 각종 짐을 실었다. 조수석에 탄 후루야는 아무말도 없이 그저 멍하게 있거나, 혹은 머리를 기대고 또 잠들어있거나 했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집을 잠시 뒤돌아보다가 결심을 끝마친 신이치가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운전석에 탑승했다. 후루야의 안전벨트를 점검하고 자신의 벨트도 잘 맨 뒤에 액셀에 발을 올렸다.

안녕, 다시 돌아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안녕.

후루야 레이를 실은 차는 점점 익숙한 도로를 벗어나 멀어져만갔다. 챙겨온 휴대전화로 계속 다른 사람들에게 전화를 하고 연락을 돌리며 쿠도 신이치는 계속해서 달렸다. 검문을 뚫고 나아가면서도 모두에게 미안해했다. 잘 있어요, 돌아올 때까지.

텅 비어버린 후루야 레이와 함께할 첫 긴 여행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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