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

0516

(울다하 모험가 길드 앞.)

아르네: 자, 그럼, 등록도 마쳤고…….

아르네: 일단 시키는 대로 움직여 볼까.

샤르자드: 제 이름……으로 등록하기는 처음이라서 아직도 조금 떨리네요. 네, 가요.

아르네: (툭툭 쓰다듬는다.) 가자.

(두 사람, 에테라이트 교감을 위해 걸음을 옮긴다.)

아르네: 잘 따라오고 있는 거지?

샤르자드: 하하……

아르네: 날이 덥거나 따라오기 힘들지는 않고?

샤르자드: 네, 괜찮아요. 모험가로 온 건 처음이라서 조금 설레는 거 말고는요.

아르네: 설레?

샤르자드: (약간 상기된 뺨을 하고 머리를 끄덕인다.)

아르네: 그래…… 좋은 일이다. 새로운 일을 기대할 줄 안다는 뜻이니.

아르네: 마저 가자. 이 도시는 넓고 복잡해 보이니 갈 길이 멀겠다.

샤르자드: 당신은 새로운 일을 기대하지 않으시나요?

아르네: …….

아르네: (조용히 웃는다.) 가자.

샤르자드: (할 말이 남아 있는 표정으로, 그러나 별다른 말을 덧붙이진 않은 순전한 표정으로 뒤따른다.)

(투기장 앞 도착.)

아르네: …… 여긴 투기장인가 본데.

샤르자드: 투기장…….

아르네: …….

아르네: 별로 보여주고 싶은 광경은 아니구나. 쭉 가자.

샤르자드: 으음……. 사람들 앞에 나서서 싸우는 일이죠? 그건.

아르네: 그래. 사람들은 그 승부의 결과에 돈을 걸고.

샤르자드: 으음…….

샤르자드: 그건 재미있나요?

아르네: …….

아르네: 아니, 별로.

(검술사 길드 앞.)

아르네: …… 음, 잠시 다녀오마.

샤르자드: (문 앞에서 멈추고 기다린다.)

샤르자드: 오셨어요.

아르네: 기다리게 했구나. 마저 걷자.

아르네: 다리가 아프거나 지치지는 않고?

샤르자드: 기다리는 건 익숙한걸요.

샤르자드: 전 전혀 아무렇지도 않아요……

아르네: …….

아르네: …… 그건 괜찮으면 안 돼.

샤르자드: 왜요?

샤르자드: 기다릴 대상이 있는 거잖아요.

아르네: 누구든 기약 없는 기다림을 즐거워하지는 않으니까.

샤르자드: …….

아르네: 잘 들어라, 샤르자드. 상대가 누구든…….

아르네: 그게 나라고 해도…… 너를 막연히 기다리게 해서는 안 돼.

샤르자드: …… 하지만 전 기다리는 게 좋아요.

아르네: …….

아르네: 그래…… 그러면 이렇게 하자.

아르네: (모래시계가 달린 목걸이 하나를 건넨다.)

샤르자드: (양손으로 받는다.)

아르네: 이게 서른 번 뒤집혀서 모래가 다 떨어지기 전에는 꼭 돌아오마.

아르네: 그 이후에는 기다리지 마.

샤르자드: …….

샤르자드: (눈을 내리깔고, 모래시계를 뒤집어 본다. 모래가 떨어지는 속도를 입속말로 하나, 둘, 셋, 하며 센다.)

샤르자드: …… 저는 잘 잊어요. 서른 번이 지나갔단 걸 모를 거예요.

아르네: …….

아르네: (조용히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쓰다듬기만 한다.)

아르네: 잊지 마. …… 가자.

샤르자드: (눈을 들어 잠시 바라본다. 살짝 웃는다.)

샤르자드: 걱정하지 마세요. 전 기다릴 수 있어요.

아르네: …….

(진주 거리, 레무레스 패밀리 거처 앞.)

아르네: (고개를 갸웃하다가 다시 걷는다.)

샤르자드: (한참이나 아무 말 없이 뒤따르다가 문득 말한다.) 아무것도 기다리지 못하고 있는 것보다는…… 기다리는 게 좋아요……

아르네: …….

아르네: …… 그래…….

아르네: (눈가를 좁혀가며 눈을 감고 있다가 한참 뒤에야 뜬다.) 그러면 모래시계가 깨질 때까지만 기다려.

아르네: 뒤집고 뒤집어도 시간이 오래 흐를 때까지 시계가 깨지지는 않을 테니…… 그 때까지만 기다려라.

샤르자드: (소리 없이 웃는다.)

샤르자드: 네, 그럴게요.

아르네: …….

아르네: (머뭇거리다가 손을 들어 뺨을 쓰다듬는다.)

샤르자드: (약간 마른 듯한 뺨이다. 머뭇거리다가 그 손 쪽으로 머리 약간 기울였다.)

아르네: (멈칫, 했다가 다시 천천히 쓰다듬는다. 깨질 것 같은 유리구슬이라도 다루듯이.)

아르네: …… 가자. 아직 갈 길이 남았다.

샤르자드: (머리를 끄덕인다.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샤르자드: (목에 건 모래시계를 소중하게 감싸쥐었다가, 옷 안쪽으로 넣는다.)

(관청 구역의 입구 계단.)

샤르자드: (멈칫하다가, 조심스럽게 오른다.)

아르네: (괜찮다는 듯 손을 내민다.)

샤르자드: …… 계, 단에…… 카펫이 깔려 있네요. 처음 와서……

아르네: 괜찮아. 들어오면 안 되는 곳이거든 내쫓을 경비를 뒀겠지.

아르네: 걱정하지 마라. 자, 이 손 잡고.

샤르자드: (하하, 하고 껍데기뿐인 웃음 흘리고 손을 조심스럽게 잡는다.)

아르네: (뻣뻣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그러쥔다.)

(관청 구역, 프론테일 보도, 연금술사 길드.)

샤르자드: …… 이런 데에…… 길드가 있군요.

아르네: …….

아르네: 아마 왕정에서 관리하는 곳이겠지.

샤르자드: 아……. 그렇군요.

아르네: 별로 달갑지는 않지?

아르네: 자……, 돌아가자. 오늘은 슬슬 눈을 붙이는 게 좋겠다.

샤르자드: (잠시간 갸웃, 한다.)

샤르자드: 달갑지 않……을 건 없죠. 그냥…… 길드인 걸요.

아르네: …….

샤르자드: 어디로 가나요?

아르네: 그래, 좋은 사고방식이다. 글쎄…….

아르네: 일단 모험가 길드의 여관으로 가자. 한숨 자는 게 좋겠어.

샤르자드: (끄덕인다.)

(모험가 길드.)

아르네: 자…….

아르네: 이만 들어가자. 오늘 고생했다.

샤르자드: 으응, 아르네도요……

아르네: (잠시 머뭇거리다, 어린아이 대하듯 쓰다듬는다.)

아르네: 잘 자라. 좋은 꿈 꾸고.

샤르자드: (거북해하기는 커녕, 그런가 보다, 하는 얼굴로 쓰다듬을 받는다.)

샤르자드: 네에. 주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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