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미 생일 축하!!
시끄럽게 울리는 벨소리에 눈을 뜬 나나미는 한숨을 내쉬며 발신자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입니까. 고죠 씨.”
<야아, 나나미, 좋은 아침->
“...대체 지금 몇 시라고 생각하십니까.”
시계는 보지 않았지만 침대에서 보이는 창으로 보이는 하늘은 아직 해도 보이지 않는 회색 섞인 푸른색이었다. 이런 시간인데도 기운찬 목소리에 화낼 기운도 없어져 맥빠진 채 대답했다. 나나미의 심드렁한 반응이 예상외였는지 고죠가 불퉁거렸다.
<에~ 기껏 좋은 소식으로 전화했는데!>
“좋은 소식이요?”
<네~ 나나미는 오늘 예정되었던 임무는 전부 캔슬! 생일 선물로 하루 오프! 어때? 기쁜 소식 아냐?>
“...갑자기 무슨 변덕입니까. 오늘이 생일이긴 하지만, 전 딱히 휴가를 낼 생각은 없었는데요.”
<음~ 애인씨에게 물어보면 어떨까? 뭐, 생일 선물인 셈 치고! 푹 쉬어!>
그 말을 끝으로 전화가 끊어졌다. 아니, 애인씨에게 물어보라니.
“...대체 뭘 한 겁니까. 마유 씨.”
나나미는 잠이 덜 깬 채 그를 끌어안고 있는 마유를 보며 물었다. 고죠의 목소리는 옆에서 자는 사람에게도 충분히 들릴 만큼 컸고, 아까까지 자고 있던 연인은 고죠의 목소리에 잠이 깬 듯 했다.
“별로... 나나미 씨 일정을 물어본 것 뿐인데요.”
“겨우 그걸로 갑자기 휴가가 생길 리 없잖습니까.”
그 말에 마유가 흐흐, 하고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지치 씨에게 나나미 씨 생일을 축하하고 싶으니 일정을 알려 달라고 했어요.”
“이지치 군에게... 하아. 당신이 직접 그런 말을 했다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잖습니까.”
아직 나나미는 공식적으로는 마유의 전속 주술사였지만 마유와 협의 후에 고전의 업무를 조금씩 도와주고 있었다. 그래도 공식적으로는 마유가 전속을 파견해 주고 있는 형태였기에 고전 측에서는 마유의 의사를 우선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정말로 임무 후에 저녁식사나 하려고 물어본 것 뿐이었어요. 그래도 결과적으로 하루 푹 쉬게 되지 않았습니까.”
“...그렇긴 하지만요.”
마유는 나나미의 뺨에 입맞추고 그의 머리를 손으로 빗어 넘겼다.
“오늘 하루 뭘 할까요? 우리 호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고, 수영장에서 느긋하게 수영 좀 하다가 마사지 받고... 특별한 날이니만큼 호텔 방에서 자도 괜찮을 것 같은데.”
“너무 실내에서만 있는 것 같은데요.”
할 수 있는 활동의 종류는 보통 집 안에서 하는 활동과는 전혀 달랐지만 그래도 실내는 실내였다. 그 제안이 어쩐지 웃겨서 말했더니 마유는 낄낄거리면서 나나미를 끌어안았다.
“마침 호텔 레스토랑이 덴마크의 유명 셰프를 초대해서 덴마크 요리를 선보이고 있는데. 어때요?”
“...마침이라니, 딱 제 생일을 끼고요?”
보통 사람이라면 ‘마침’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겠지만 마유가 되면 이야기가 달랐다. ‘우리’ 호텔이라는 그 말 그대로 호텔의 오너나 다름없는 사람 아닌가.
“마침입니다.”
“...그렇군요. 생일에 오랜만에 고향 요리를 먹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어디까지나 우연이라고 우길 것 같은 마유의 모습에 나나미는 더 이상 추궁하지 않고 마유에게 입맞춤을 돌려주었다.
“그럼 당신이 추천한 대로 할까요? 호텔 안에서 전부 해결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나가고 싶어지면 그 때 생각하자. 나나미가 제안을 승락하니 마유는 휴대폰으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럼 갈까요? 오늘 하루는 푹 쉬면서 나나미 씨가 하고 싶은 것만 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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