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마히] 프롤로그

가로등에 서서히 불빛이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간,

나나미 켄토는 하루 일정을 마치고 번화가를 가로질러 귀가하던 중이였다. 

인파들 사이에 자연스래 흘러들었을 쯤 멀리서 느껴지는 이질감에 나나미 켄토는 신경이 곤두섰다.

이질감이 느껴지는 방향으로 향하자 그 곳에는 어린 아이와 성인이 손을 붙잡고 이야기를 하며 걸어가고 있었다.

얼핏 보면 일상적인 모습이겠지만 바닥에는 어린 아이 한명의 그림자만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었기에ㅡ

" 주술사, 기다리고 있었어. "

누더기 자국이 있는 얼굴, 색이 다른 두 눈이 나나미 켄토를 응시하였다.

서로의 눈을 마주보며 멈춰 서 있는 둘.

적막한 대치상황을 깬 것은

마히토의 손을 잡고 있던 아이였다. 


" 아저씨 안녕! "

" … 안녕하세요. "

" 아저씨가 마히토 오빠가 찾던 친구야? "

" 그런 것 같군요. "


평소와 다르게 살짝 부드러운 목소리로 아이에게 답변을 해주는 나나미 켄토의 모습을 보고

마히토는 재미있는지 풉 소리내어 웃으며 이 상황을 즐기고 있었다.


" 주술사, 너보고 아저씨래! "

" 무슨 용건인가요. "

" 응? "

" 어떤 이유로 이 곳에 왔냐고 물었습니다. "

" 우리 사이에 섭섭하게 왜 그래? "

" 우리 사이라… "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장소도 상황도 좋지 않다.

 왜 아이를 데려온거지? 홀로 주술사 한 명 정도는 충분히 상대하고도 남을텐데.. 무엇을 위해?

생각해봤지만 마땅한 결론은 나오지 않았기에 말을 잇지 않았다. 나나미가 계속 침묵을 유지하자 마히토가 먼저 입을 떼었다.


" 무슨 용건이냐고 했지?  너와 거래를 하고 싶어서 ~ "

" 우리 동거하자. "

" 예?"


예상치도 못한 답변에 나나미가 얼빠진 얼굴을 하자


" 동거 말이야 동 ㅡ 거 ㅡ! 같이 사는 거, 그것도 몰라? "

마히토가 어깨를 한번 으쓱이더니 한숨을 쉬었다.

한숨이 나오는 건 나나미도 마찬가지였다.


" 하아.. 그런 농담을 듣고 싶진 않은데요. "

" 농담 아닌데, 설명이 필요한가? 전혀 안 믿고 있으니까..

음 ~ 친절하게 설명 해주지 뭐. "


나나미는 그저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어떻게 해야 민간인을 보호하면서 이 상황을 타파하는가?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해도  주령이랑 손을 맞잡고 있는 저 아이는…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마히토는 자신의 할 말만 읊어내는 중이였다.


" 나는 더 많은 걸 접해보고 싶어. 지식은 쌓이면 쌓일수록 써먹을 곳이  많단 말이야~

근데 주령인 나 혼자서는 한계가 있달까…..인간들의 사소한 일상?

그 안에서 일어나는 영혼의 변화 같은 거! 직접 겪지 않는 이상 잘 모르겠을 것들?  물론 인간이 부럽다거나 좋다는 건 아닌데..

흥미롭긴해. 저기 주술사, 듣고 있어? "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들킨 나나미는 목을 가다듬고 답했다.


" 그래서 저를 관찰하려고 하는 겁니까? "

" 이제야 말이 통하네! "

" 알겠으니 아이는 놓아주시죠. "

" 에 ~ 그건 싫은데? 너, 인질이  없으면 바로 도망치거나 다른 주술사한테 연락할 속셈이잖아. "


아이는 대화에 따라가지 못하고 멀뚱히 서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상황을 타파할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 일단 시간을 끄는 수 밖에 없나..


" 당신의 말을 어떻게 믿습니까. 정보누출도 있고, 이런 식으로 잠입해서 모두 없애버릴 수도 "

" 너라면 그럴 줄 알았지! 그래서 준비 한 것이 바로.. 구속을 전제로 한 계약! "


마히토가 나나미의 말을 끊고 말했다.


" 계약동안은 너도 나도 주력을 못쓰는 걸로, 

술식도 포함해서! 거기다가 나는 인명피해를 내지 않겠다는 파격적인 조건!

어때,  괜찮지 않아? 대신에 나도 위험하니까 이 계약은 우리 둘.. "


마히토가 자신의 손을 붙잡고 있는 아이를 내려보더니 말을 이어나갔다. 


" 셋이구나? 셋 밖에 모르는 걸로.

추가로 나한테 피해가 오지 않게 해줘야 한다는 것도 잊지마. 물론 나도 너한테 피해는 안 줄꺼야~ "

" 계약기간은? "

" 내가 끝내고 싶을 때까지. "

" 갑작스레 종료를 외치고 습격 하는 건 사양입니다. 정확하게 말해주면 좋겠군요. "

" 하아~~ 빈틈이 없네.. 하루전에 말해줄게. "

" 23시 59분에 말할수도 있지 않습니까? "


나나미가 무미건조하게 답하자 

마히토는 툴툴 거리기 시작했다. 


" 정말 귀찮게 구네! 그러면 24시간 전에 말해주면 되잖아! "

" 어느 표준시를 기준으로 해서? "

" 주술사, 너 진짜 거슬려. "

" 목숨이 달린 일이니 정확하게 하고 싶을 뿐 입니다. "

" 그러면 도쿄를 기준으로. "

더이상 이을 말이 없자 나나미 켄토는 다시 침묵하였다. 

마히토에게는 한계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 있잖아, 네가 일부러 시간 끄는 거 다 보이거든? 내 성의를 무시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는데…

네가 고를 수 있는 건 두개밖에 없어. 계약하거나 여기서 다같이 죽는 것. "


마히토가 양 손에 주력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더이상은 무리다, 적지 않은 피해가 날 것이다 ㅡ 사실 계약 조건은 나쁘지 않다. 아니? 오히려 좋을 지도 모른다.

계약 도중에는 저 주령의 발을 묶어 둘 수도 있고 내 쪽에서 정보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여차하면 내 목숨 하나로 녀석을..


후 ㅡ 숨을 크게 들이 마시고 내쉰다. 

"알겠습니다. 대신 계약 내용은 추후 협의 하에 바꿀 수 있는 걸로 어떻습니까?

당신이나 저나 피차 얻을 수 있는 건 다 얻는 것이 좋겠죠. "


나나미가 마침내 제대로 된 답변을 주자

마히토는 아이를 안아서 들더니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 우와~ 나 친구랑 화해했다? "

마히토가 웃으며 말하자 아이도 덩달아 웃더니 잘됐다! 말하는 것이 아닌가.

도대체 아이에게 무슨 이야기를 한건지… 라고 나나미는 생각했다.


" 지금부터 계약 성립인거지? 잠깐 동안이지만 잘 부탁한다고 주술사. "

" 네, 그런데 아이는.. "

" 맞다 맞다! 너 전화기 있어? 전화 좀 해줄래? 이 아이 길을 잃었더라고~ "

" 당신이 납치한게 아니였습니까..? "

" 귀찮게 그런 짓을 왜 해? "

" 아까 전에는 인질이라고 말했을텐데요. "

" 그거 거짓말 한건데. "

" 허? "

" 여기서 너를 기다리고 있는데 멀~ 리서 걸어오면서 울고 있잖아~ 결국 써먹었으니 인질이긴 한가?

어쨌거나~~ 시끄러워서 놀아줬지. 잘됐다! 저 아저씨가 가족을 찾아준다네? "

" 진짜? "

아이가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나미를 바라보았다.


… 


미아 신고를 하자 금방 부모가 찾아와 아이를 데려갔다. 

부모의 감사인사를 듣고 간단한 이야기를 했다. 언제 아이를 발견했는지, 다친 곳은 없는 지 같은 것 말이다. 

대부분의 대화는 나나미가 둘러대며 답하는 형식이였다. 

한가지 놀라운 점은 아이의 부모가 마히토를 인지하더니 고개를 숙이며 감사인사를 전하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계약의 영향인지 주력을 보지 못하는 일반인의 눈에도 마히토가  보이게 된 것이다.

물론 아이의 부모가 주술고전의 보조감독처럼 볼 수 있는 체질이었을 지도 모르겠지만 지나가던 모든 사람들이

마히토를  쳐다보는 것을 보아 그런 것 같진 않았다. 마히토와 나나미 둘 다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었다.


그렇게 아이와 부모를 떠나보내고

주령과 주술사 둘만이 남았다.


" 가시죠. "

" 응? "

" 계약이행입니다. "

" 아~ 알았어! "


나나미가 먼저 발을 떼자 그 뒤를 마히토가 따라갔다. 


" 주술사~ "

" 네. "

" 우리 어디 가? "

" 집에 갈 겁니다.  "

" 주술사가 살고 있는 집? "

" 맞습니다."

" 그런 거 노출해도 되는거야? "

" 갑자기 다른 곳을 구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나중에 이사라도 해야겠군요. "

" 에~ 재미없어 "

" 전 목숨이 달린 일이니까요. "

" 난 상관 없는데? "

" 아무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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