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브박스

조세핀

Brotherhood

디지 by 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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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평원 위에서는 세차를 할 필요가 없다. 그게 딜런의 지론이었다.

덕분에 빨간 트럭 조세핀은 오늘도 빨강인지 갈색인지 모르게 땅과 같은 색이었다. 그게 딸을 대하는 태도야? 하고 핀잔을 주면 딜런은,

- 당연히, 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며 아주 자신만만해했다. 나는 고개를 두 번 젓고 어련하겠어, 했다.

- Sure, My love.

거리낌없이 조세핀의 철판 위 흙먼지에 입술을 맞췄다 떼는 딜런의 얼굴을 역겹게 바라봐주고 조수석에 올라탔다. 내부라고 사정이 나은 건 아니었지만 적어도 조수석은 조세핀의 모든 부분 중 가장 깨끗하다. 당연히, 내가 관리하니까. 글로브박스를 열어 지도를 꺼내고 어느 휴게소 주차장에 머물지 정하는 동안 딜런은 담배를 마저 피우고 운전석에 올라탔다.

어쨌든 이 트럭은 우리가 가진 것 중 최고였다. 최고로 비싸고, 최고로 든든하다.

텍사스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몇 번을 왔다갔다 한 붉은 아가씨. 이름은 딜런이 지었고 백미러에서 달랑달랑 흔들리는 방향제는 내가 어디선가 받아온 것이다. 시동을 걸자 우렁찬 부릉 소리가 났고 딜런은 습관처럼 That‘s ma girl, 하고 웃는다.

창문을 모두 내리고 우리는 캘리포니아 행을 시작했다. 라디오에서는 마침 잘 아는 노래가 나온다. 두 사람과 차 한 대의 휴가, 아주 늦게 시작.

눈을 뜨자 딜런이 운전대에 턱을 괴고 앞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차가운 바람에 말라버린 코끝이 따가웠고 툭툭 치는 손길에 얻어맞아 잠에서 깬 직후의 정신도 얼얼했다. 잠긴 목소리로 묻자 돌아온 답은 쉿, 하는 제스처였다.

- 코요테.

나는 눈을 번쩍 뜨고 몸을 앞으로 내밀었다. 진짜였다. 슬슬 동이 터 오는 바깥의 푸른 배경을 등진 채, 코요테 한 마리가 조세핀 앞에 멈춰 서 있었다.

- 총?

내 목소리도 낮아진다. 그게 당장 뛰어든대도 물릴 일이야 없겠지만 나는 아주 조심스레 허리를 굽혀 바닥을 더듬었다. 형이 쏘아 맞추리란 확신으로, 한 치의 의심도 없이.

그러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고 내가 마침내 손끝으로 차가운 금속의 몸을 찾아내기를 성공한 바로 그 때, 코요테가 다시 걷기 시작했다.

- 형?

“회색이었어.”

천천히 도로를 가로지른 코요테가 수풀을 헤치고 들판 어디로 사라질 때까지 침묵하던 딜런은, 그것이 그림자까지 자취를 감춘 뒤에야 그렇게 말했다. 그게 끝이었다. 조세핀에 시동이 걸렸다. 나는 총신을 움켜쥔 손가락에서 힘을 풀고 다시 조수석 시트에 몸을 파묻으며 자세를 고쳤다. 잠시 생각하다가,

“피곤하면 다음 주유소에서 자리 바꿔.”

그렇게만 말했다.

그땐 정말로 딜런이 내 잠을 깨운 이유가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서라고만 생각했다. 코요테가 작정하고 덤벼들었다면 조세핀의 앞판이 찌그러지거나 기스가 나거나, 아주 불운한 경우 뭔가 깨져버리는 불상사가 났을 테다. 그건 우리 지갑에게도 커다란 불행이 되었겠지. 불쾌하게 깨버린 잠에 대한 불만이 없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고. 총은 언제나 조수석을 가로질러 누워있었으니까.

그러나 코요테는 우리를 지나쳐갔고, 조세핀도 앞으로 나아갔다. 지금 생각하면,

그냥 보여주려고 깨웠나?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는 어이없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그 뒤로 운전석 자리를 두 번 정도 더 바꿨지만 조세핀과 우리가 다시 코요테를 만나는 일은 없었다. 딜런은 코요테로부터 다음 휴게소까지, 운전대를 잡은 내내 코요테 송을 흥얼거렸다.

Illurstration 오리부리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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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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