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키가와가 어느 날 자기 마음 자각해서 결혼까지 골인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보고 싶다

쳇바퀴 by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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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스트 헌트 코믹스 12권 약 스포일러 주의 

타키가와가 어느 날 자기 마음 자각해서 결혼까지 골인 하는 두 사람의 이야기가 보고 싶다.

타키가와와 마이의 조합이 나는 너무 좋다.

타키가와 작중 내에서 자꾸 마이의 아버지 포지션으로 나오고 주변 인물이나 타키가와, 마이 역시 타키가와를 제 아버지로 생각하고는 했는데, 유사 가족의 조합이라고 해야 하나 더 나아가는 커플이 나는 무진장 좋다.

그래서 그런가, 어렸을 때 고스트 헌트 볼 때마다 타키가와하고 마이가 서로 붙어있을 때마다 비명 질렀고 만화로 볼 때는 북마크까지 하면서 봤는데 지금 봐도 너무 맛있다.


어느 날 마이가 지금보다 성장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타키가와가 마치 자신이 키운 것처럼 뿌듯해짐. 그렇게 작았던 딸아이가 어느새 자라서 저렇게 컸구나, 이런 생각 하며 감회가 새로운 얼굴로 코 밑을 닦고 있음.

그러다가 진짜 아빠라도 된 것처럼 마이도 자랐으니까, 이제 슬슬 남자친구도 만들 때가 되었지. 마이의 남자친구라, 어떤 사람이 좋을까? 이런 생각까지 하게 되는데, 마이의 첫사랑이 누구인지 알고 있는 타키가와로서는 그저 첫사랑만큼이나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기만 바랄 뿐임. 마이를 울리는 남자는 안 돼. 이미 한차례 남자로 울어봤으니까. 그러므로 마이의 남자 조건 중 가장 첫 번째가 마이를 웃게 해 줄 남자임.

그리고 키가 커야 함. 마이가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남자잖아? 그렇게 클 필요는 없음. 적어도 자신만큼 컸으면 하는 타키가와임 (특: 타키가와의 키는 185cm이다) 그리고 다정하고 마이의 일이라면 가장 먼저 나설 줄 아는 든든하기를 세 번째 조건으로 꼽음. 왜냐하면 마이는 어디로 튈 줄 모르는 말괄량이에다가 감수성도 풍부한데 타인을 위해서라면 자신따위 내다 버릴 수 있기에 그럴 때마다 나서서 마이를 막지 못할망정 지지하고 도와주었으면 함.

하지만 그렇다고 너무 풀어줘서는 안 됨. 적당히 풀어주되, 안 되겠다 싶으면 마이를 설득할 수 있는 언변을 가지고 있어야 함. 몸으로 막으면 마이가 무서워할 수 있으니 꼭 말로 마이를 이해시켜주는 그런 다정하고 이성적인 남자여야 함.

그리고 머리가 좋았으면 함. 마이는 아무래도 공부 쪽에 손을 놓…았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마이를 여러모로 도와줄 수 있는 남자여야 함. 마이는 누굴 만날지 생각조차 안 하고 있는데 차 타려고 탕비실에 들어가 있는 사이 타키가와는 이미 상상 속의 마이 남친을 재단하고 있음. 지금까지 종합적으로 나온 조건이라고는 키가 크고, 다정하고, 똑똑하며, 마이를 지지할 수 있는 든든한 사람에다가 강약 조절을 잘해서 마이를 잘 막으며 말도 잘하는 그런 남자.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타키가와의 머릿속에서 한 사람이 스쳐 지나감.

학생회장을 할 만큼 공부 잘하고, 마이에게 다정하고, 농담을 잘해서 분위기도 잘 풀어주며, 낄끼빠빠도 눈치껏 하고 배려를 무지막지하게 잘함. 거기다가 마이와 같은 곳에서 일하고 있음. 그 사람이 누구냐 하면 바로 야스하라 오사무임.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타키가와의 머릿속에서는 신부 드레스를 입은 마이가 마찬가지로 정장을 입은 야스하라의 팔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고 있음. 타키가와 자신은 신부 부모석에 앉아서 눈물을 흘리며 손뼉을 치고 있는데, 마이가 수줍은 얼굴로 타키가와의 앞에 서서 지금까지 잘 키워줘서 감사하다고 말함. 

그 말을 듣고 더는 참을 수 없었는지 오열하기 시작하는 타키가와에게 야스하라가 평소의 능글능글한, 사람 좋아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마이 씨를 행복하게 해 주겠다고 말하는데 왜인지… 왜인지 기분이 이상함. 이 소년이라면 제 딸랑구를 잘 보살펴 줄 게 분명한데. 마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일을 하는지 같이 한 시간이 있으니까 다른 이들보다 더 이해하고 지지하고 도움을 줄 텐데 이상하게도 보내면 안 될 거 같음. 보내면 뭔가 후회할 거 같음.

제 안에 야스하라 소년이 그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하나? 그렇게 생각하면 또 아님. 야스하라만큼 좋은 남자는 또 없음. 진짜 나한테 딸랑구가 있으면(마이라는 딸이 있지만, 마이를 제외하고) 냉큼 소개해 줄 만큼 좋은데, 이상하게 마이에게 넘겨주기는 또 싫음. 평소 야스하라하고 농담 따먹기도 하면서 놀림당한 거 때문에 이런 건가? 싶어서 다른 사람으로 생각해 보기로 함.

존은 어떨까? 나이도 그렇게 많은 편도 아니고, 잘생긴 데다가 능력도 좋음. 어린 나이에 구마 사제로 돌아다닐 정도라면 말 다 했지. 물론 그 과정에서 뭔가 있는 거 같지만, 지금까지 자기들에게 피해온 게 없으니까 넘어가기로 하고. 거기다가 주말마다 수도원에 방문해서 아이들하고도 잘 놀아주는 거 보면 정말 좋은 남자라는 걸 알 수 있음.

야스하라의 팔짱을 끼고 있던 마이가 어느새 정장을 입은 존의 팔을 잡고 있음. 그런데 이것도 그림이 이상함. 아니, 그림은 괜찮은데… 그림은 괜찮은데 이상하게 마음이 좀 안 감. 왜지? 타키가와는 팔짱을 끼고 미간을 구김. 뭔가 이상한 거 같은데. 요즘 신부님은 결혼하는 거에 부정적이지 않고, 존 역시 마이와 함께 한 시간이 있으니까 잘 이해해 줄 텐데. 이상하게 또 마음이 가지 않음.

아! 타키가와는 깨달았다는 듯이 생각함. 존이 외국인이라서 그렇구나! 존이랑 결혼을 하게 되면 마이는 존을 따라서 호주로 가야 할 테니까! 아무렴, 외국으로 나간다면 이 아빠가 같이 갈 수 없고, 그렇게 되면 딸의 얼굴을 못 보니까. 마음이 술렁거리는 게 마이를 못 보게 된다는 생각에 그런 줄 알고 있는 타키가와는 이제 다른 사람을 생각하려고 함.

린? 린도 외국인임. 거기다가 나르랑 같이 움직이는 사람임. 긍정적인 생각이 안 나옴. 린의 팔을 잡고 버진로드를 걷는 마이? 다른 의미로 눈물이 남. 딸아, 린은 아니다. 그 사람은 아니야. 그 사람은 너보다 나이가 많고! 물론 린이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고 있지만, 알고 있지만 린은 그렇게 사교적이지 않고,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으며 자세히 보면 일본을 싫어함. 거기다가 초반 마이를 생각해보면 유독 린을 어려워했음. 린 역시 마이하고 그다지 친해지고 싶은 생각도 없어 보였고. 지금이야 두 사람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린이 편해졌고, 린 역시 마이를 잘 챙겨주긴 한다만, 아무리 생각해도 아니었음. 그 린이 마이하고…? 머리가 상상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음.

타키가와는 고개를 저으며 다른 사람을 생각함. 그런데 남은 후보지가 이제 하나밖에 없음. 첫 만남부터 삐딱했으며 중간에서도 삐딱했고, 후반에 와서도 별반 달라진 거 없는 마이의 상사. 바로 나르였음. 처음에는 마이가 나르를 좋아하고 있어서 반쯤 재미로 응원하고 있었긴 했으나 지금 와서는 그런 생각도 안 남. 그때야 당사자가 나르를 좋아하고 있다는 걸 알고 있기에 그런 거였지, 지금은 아니라는 걸 알고 있으니까. 괜히 분위기 어색하게 만들고 싶지 않음. 

그래서 중간 과정 건너뛰고 두 사람이 결혼하게 됐음. 하지만 이거 역시 응원하기가 어려움. 나르가 평소 마이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어떻게 대하고 있는지 타키가와는 하나도 빠짐없이 보고 있었으니까. 결혼하고 나서 생활 역시 눈앞에 그려지는 거 같았음. 도시락이라도 싸 들고 말리고 싶은 생각에 끙끙거리며 앓고 있는데, 마침 탕비실에서 나와 나르하고 린에게 차를 갖다준 마이가 타키가와를 부름.

스님? 왜 그러고 있어요? 아이스 커피 늦게 갖다줘서 그래?

마이의 말에 정신을 차린 듯이 타키가와가 진지한 얼굴로 말함.

마이, 이 아빠는 네가 좋은 남자랑 결혼하길 바라.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남자를 만나라! 

스님, 뭔 소리야!

평소대로 홍차랑 커피를 타, 사무실 방 안에서 바쁘게 서류를 뒤적이는 두 사람에게 갖다주고 왔더니 사무실 소파에 앉아서 스님이 제 어깨를 잡고 헛소리하고 있기에 마이는 어이가 없었음. 대체 뭔 생각을 하고 있었기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냐고 말하자, 타키가와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생각을 다 말해줌. 

사실, 마이 네가 많이 커서 이제 남자친구를 만들 때가 되었나 싶어서 말이야. 그래서 어떤 남자가 좋을까 조건을 생각해 보니……. 

아니, 어떻게 하면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어? 

너는 몰라! 딸을 가진 아버지의 마음 따위! 

스님, 스님은 딸 없잖아. 

…딸아, 이 아버지 마음이 찢어질 거 같구나. 

아이, 아빠도 참. 정신 차리게 아이스 커피나 드세요.

그렇게 타키가와 앞으로 커피를 밀어주고, 타키가와는 그 커피를 느리게 마셨음. 그러다 문득 궁금해진 마이가 타키가와한테 스님이 생각한 남자친구의 조건이 뭐냐고 물음. 타키가와는 들고 있던 컵을 내려두고 손가락을 접으며 제가 생각한 조건을 하나하나 말해줌. 그걸 가만히 듣고 있던 마이는 별로 대수롭지 않다는 것처럼 그거, 스님 아니야? 하고 말해버림.

뭐? 

스님이 정한 조건 말이야. 그거 스님 아니야? 

뭐? 

아이참. 스님도 날 늘 웃게 해주잖아. 내가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가장 먼저 눈치채고, 기분이 나쁘다 싶으면 기분 풀어주려고 농담 같은 것도 하고…. 그리고 스님도 키 크잖아. 나랑 30cm나 차이 난다구. 스님만큼 컸으면 좋겠다며, 기준이 스님이니까 스님도 포함된 거 아니야? 거기다가 같은 일을 하고 있으니까 누구보다 나를 잘 이해해 주기도 하고, 내 의견도 종종 지지해 주잖아. 내가 위험한 일을 하면 가장 먼저 달려와서 말려주거나 보호해주고. 스님이 먼저 내 몸을 지킬 수 있도록 주문 알려준 거 잊었어? 그리고… 뭐였지? 똑똑한 거? 나르에 대해 이상하다고 느낀 사람, 스님 아니야? 나하고 아야코는 생각도 못 했어! 

……. 

타키가와는 말도 못 함. 당연함, 딸이라고 생각하고 대했던 아이로부터 이런 소리 듣고 있으면 누구나 당황함.

마이는 계속 말을 이었음.

또, 말도 잘해야 한다고 했지? 스님만큼 말 잘하는 사람은 또 없을걸? 아, 야스하라 씨가 있긴 하다. 근데 야스하라 씨 제외하고도 스님도 말 잘해. 볼 때마다 대단하다고 느낄 정도니까. 

마이는 별생각 없이 제가 느낀 바를 솔직하게 말했음. 자기 몫으로 탄 홍차를 홀짝이며 말하는데, 그 앞에 있는 타키가와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음. 평소라면 그래, 이 아빠만 한 사람이 없다. 딸이 아빠를 이렇게 생각하고 있다니 눈물이 다 난다면서 농담 따먹기를 해야 하는데, 타키가와는 그럴 수 없었음. 마이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스스로 좆됨을 감지하고 있음.

기분은 좋음. 이성이든 동성이든, 연하든 연상이든 누구든 자신에 대해 이렇게 칭찬해 준다는 게 기분 나쁠 리 없음. 기분은 좋은데, 이 기분 좋음이 평소와 다르다는 걸 알아차린 타키가와는 마른침을 삼켰음. 아는 여동생, 혹은 딸로서 생각한 아이에게 이런 칭찬을 듣고 뿌듯한 생각이 드는 것보다 어라? 그럼 나도 마이랑 버진로드 걸을 수 있나? 마이의 옆자리 후보에 들어갈 수 있나? 이 생각이 먼저 들었음.

버진로드? 당연히 걸을 수 있지. 그런데 이제 이 버진로드에서 마이의 남편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역할을 하느냐, 아니면 주례를 보는 사람 앞까지 당도해서 반지를 나눠 끼는 역할을 하느냐는 천차만별임.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마이랑 반지를 나눠 끼는데 이상하지 않음. 다른 남자들이 마이랑 팔짱만 끼고 있어도 이건 무효라고 소리 지르고 싶었는데, 이상하게 자신이 반지를 나눠 끼고 하는데도 이상하지 않음. 오히려 기분 좋음. 알 수 없는 충족감까지 차오르고 옆에 서서 웃고 있는 마이가 도리어 사랑스럽게까지 느껴짐. 

우아아아악!! 

가만히 홍차를 마시고 있다가 제 앞에서 소리를 지르는 타키가와 때문에 마이는 홍차를 뿜었고, 사무실 안에 있던 나르나 린 역시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밖으로 나왔다가 별일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다시 들어감. 마침 사무실에 들어오던 존이나 아야코 역시 놀라서 사무실 문을 열었다가 다시 닫았는데, 그걸 발견한 마이가 들어오라고 하고 나서야 들어올 수 있었음.

마이는 어지럽힌 책상을 치우고 뒤이어 들어온 존과 아야코에게 줄 차를 타러 탕비실로 들어감. 타키가와는 여전히 제 머리를 부여잡고 영혼 나간 얼굴로 가만히 소파에 앉아 있음. 그 앞에 자리 잡은 아야코하고 존이 이상한 얼굴을 하며 저게 드디어 미쳤다면서 소곤거리고 있는데, 타키가와는 신경 쓰지 않음. 이미 다른 일로 정신이 나갔기에. 그러다가 아야코가 먼저 물어봄. 

드디어 미친 거야? 왜 그러는 건데? 

아야코… 나는… 도둑놈… 아니, 쓰레기인가 봐…. 

무슨 소리야? 

내가, 내가 감히…. 내가…. 내가…. 

같은 말만 반복하는 타키가와를 보며 아야코는 질색하는 얼굴을 함.

진짜 미친 건가. 나중에 마이 오면 물어봐야겠다며 소파에 몸을 깊게 묻는데, 옆에서 존이 알겠다는 얼굴로 말함. 

아, 마이 씨 때문인지라.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던 타키가와가 입을 다물었음. 그걸 보고 있던 아야코는 소파에 묻었던 몸을 앞으로 기울이며 말함. 

뭐야, 마이 때문이야? 무슨 일인데? 마이한테 뭔 일 생겼대? 

타키가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걸로 물러설 아야코가 아님. 

그래? 그럼 당사자한테 물어봐야겠네. 마이! 

그렇게 외치자 타키가와가 우와와! 소리를 지르고 허둥지둥 아야코를 막으려고 함. 말할게! 말한다고! 흥, 진작 그랬어야지.

그리고 타키가와는 자신이 어떤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그 이야기를 마이랑 나눴다가 무슨 이야기를 들었는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술술 불었음. 앞에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아야코나 존은 별다른 반응을 하지 않음. 아니, 아야코는 흥미롭다는 얼굴에서 심드렁하게 변했음. 이야기가 다 끝나고 머리를 붙잡은 타키가와를 보며 아야코가 말함. 

난 또, 무슨 재미있는 일이라고. 

뭐? 

당신, 표정 관리 못한다는 거 알고 있어? 

뭐? 

마이를 볼 때마다 눈에서 애정이 얼마나 흘러넘치는지. 마이 빼고 다들 알고 있을걸. 네가 얼마나 마이를 좋아하고 있는지 말이야. 그치, 존? 

맞지라. 마이 씨만 모른다 뿐이지, 다른 사람들 역시 다 알고 있지예. 

아니, 내가 마이를 좋아하는 건… 마이를 딸로 생각하고 있어서……. 

세상 어떤 부모가 자식을 그런 눈으로 봐? 세상 큰일 나려고! 

…내가 어떤 눈으로 보고 있는데?

좋아 죽겠다는 눈. 

그러니까 내가 마이를 딸로 생각해서……. 

좋아 죽겠고, 이뻐 죽겠고. 말 하나하나가 사랑스러운데다가 하는 행동도 너무 귀여워서 옆구리에다가 끼고 살고 싶다는 눈. 

……. 

우리들 보다 마이 씨 행동 하나하나에 신경 쓰고, 먼저 봐 주시지라. 

맞아,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마이부터 챙기잖아. 맨날 안기는 마이를 볼 때마다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굴고 있지만 자기한테만 한다는 걸 알고 의기양양할 때도 있잖아. 

…내가, 그런다고? 

무의식이야? 무서워, 기분 나빠. 

아야코의 말에 상처 입었지만, 그보다 자기 평소 행동을 타인에게 들으니까 머리가 멍해짐.

그러니까, 내가 마이를. 좋아하고 있는 거지. 

가족애가 아니라, 정확히 이성으로서 말이야. 

아야코는 대수롭지 않게 제 손톱에 바른 매니큐어를 보며 말했음. 존 역시 멋쩍게 웃으며 고개를 주억거렸고, 탕비실에서 마이가 쟁반을 갖고 나올 때까지 세 사람 사이에는 꽤 긴 적막이 감돌았음.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아야코? 

마이가 아야코와 존에게 잔을 내려다 두고 말하자 아야코는 아무것도 아니라면서 손을 내저었고, 존 역시 별 이야기 아니었다면서 차 감사하다고 말하고 말을 피했음. 마이는 머리를 기울이며 옆에 있는 타키가와를 봤지만, 탕비실에 들어가기 전보다 정신을 놓은 그를 보며 입을 다물었음. 그리고 중얼거림.

오늘따라 스님이 이상해.

아무렴, 자각하지 못했던 마음을 이제야 자각하는 것과 더불어 부성애라고 생각했던 마음이 연심이라는 걸 알았으니 그 충격이 어디 가겠나. 아야코는 굳이 말하지 않았음. 그냥 앞으로 재미있는 모습을 보겠거니~ 생각하며 마이가 타 준 차를 홀짝일 뿐임.

그 후에 마사코나 야스하라가 아야코로부터 이번 일을 들어버려서 마사코에게는 거리감을, 야스하라부터 동정어린 시선을 받아서 며칠 동안 마음고생 심한 타키와라임. 마사코는 타키와라가 마이를 향해 그렇고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자각하고 있지 않았기에 선뜻 나섰다가 자각이라도 하면 여러모로 안 될 거 같아서 평소처럼 대했는데, 자각했으니 얄짤 없음. 타키가와와 나이의 나이 차이를 생각하고 기겁함. 야스하라는… 차라리 놀렸으면 마음이 아프지 않음. 진심으로 안쓰러워하며 동정함. 놀리지도 않음. 그 탓에 마사코 반응보다는 야스하라의 반응에 더 마음이 아픈 타키와라임.





타키와라가 마음을 자각하고 나서 마이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 변했음. 아무래도 자각하던 것과 자각하지 않은 것은 다르니까. 자각하기 전에는 마이를 안고, 쓰다듬고, 만지고, 농담하고 했는데 자각하고 나서는 안을 때마다 이래도 되나? 싶고, 쓰다듬는 건 괜찮다지만 만지는 건… 등을 두드린다거나 팔을 잡고, 손을 잡는 것도 의식되는 바람에 가까이 닿을 거 같으면 자리를 피하기 일쑤임. 농담 던지는 거? 이제는 아버지라고 부를 수도 없음. 이런 아버지가 세상에 대체 어디 있음? 타키가와는 마이로부터 거리를 조금씩 두기 시작했고, 마이는 그 거리감이 처음에는 타이밍이 어긋나서 그런 줄 알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일부러 피하고 있음을 알게 됨.

당연히 서운하고 화가 난 마이가 타키가와에게 투정 부리듯이 말했지만, 정작 당사자는 평소랑 다름없다며 기분 탓이라고 넘김.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긴커녕 더 멀어지는 관계에 마이는 날 잡고 타키가와 앞에서 서럽다면서, 나는 스님이 좋은데 왜 자꾸 피하냐고 울어버림. 내가 스님에게 뭔 잘못이라도 했냐고.

마이에게 이 일을 하면서 가장 편안한 사람을 꼽으라면 당연히 스님임. 처음부터 티격태격하고 조금 싸웠던 아야코나 마사코에 비해 스님은 금방 친해졌고, 자신에게 잘 대해 줬으며 누구보다 제 걱정을 잘 해줬음. 마치 돌아가신 아빠를 떠올리게 했으면 말 다 했지. 그런데 그런 스님이 자꾸 자신을 피함. 언제나 바쁘다고 자리를 피하고, 가까이 가려고 하면 선을 그음. 말을 걸면 말 돌리는 게 한 두 번이 아님. 그걸 이제 주위 사람들도 다 알아차릴 정도인데 스님은 기분 탓이래. 마이는 내가 진짜 뭘 잘못했나? 내가 무슨 실수라도 할 걸까? 스님이 이제 나 싫어진 걸까? 그런 식으로 삽을 파다가 마이가 용기 내서 이야기 좀 하자고 했다가 다음에 하자고 마이가 내민 팔을 어색하게 뺐을 때 설움이 폭발함.

두 사람만 있었으면 어느 정도 해소가 될 텐데, 하필이면 모두가 있었음. 마이는 울고, 다른 사람들은 하다 하다 너무 한다는, 나쁜 놈 보듯 바라보고 있으니까 타키가와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노릇. 

마, 마이! 왜 울어! 응? 지, 진정하고! 

스님이 나 피하잖아! 내가 무슨 말만 해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타키와라는 달래려고 달래지만, 마이는 한번 터진 울음이 멈추지 않음. 가만히 있던 나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말함. 

나가. 

넵.

그렇게 밖으로 쫓겨난 두 사람. 인근 커피숍에 가서 마이를 달래기 시작함. 나르의 말을 듣고 나왔던 터라 이미 눈물은 그쳤지만, 다 해소된 건 아니었기에 이 기회에 대화를 나누고자 함. 

마이, 내가 피한 건 말이야… 마이가 싫어서도, 잘못해서도 아니야. 그냥 내가……. 

차마 내가 너를 이성으로 보고 있어서야.라고는 말을 못 함. 그냥 내가 잘못해서 그래. 그렇게 말함. 마이로서는 이해가 안 됨. 스님이 뭘 잘못한 게 있어? 나 놀린 거? 종종 농담으로 자신을 놀리는 스님이니까. 하지만 평소처럼 웃고 넘길 사안이었는데, 갑자기 이렇게 태도가 변한다고? 마이는 믿지 않음.

타키와라는 두 손으로 마른 세수하며 말함. 

그냥 내가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어서 그래. 마이를 싫어해서 그런 게 아니야. 

나를 피하는 건? 가까이 가려고 할 때마다 피하잖아. 껴안으려고 할 때마다 기겁하면서 피하는 주제에. 

그래, 마이. 너 말 잘했다. 응? 너는 다 큰 여자가 말이야! 조금 있으면 시집갈 나인데 그렇게 아무 남자나 덥석덥석 안고! 그러면 안 되는 거잖아! 

뭐, 뭐? 

다 큰 처자가! 남자 무서운 줄 모르고 냅다 안기고, 잡고, 등 뒤로 가고! 그러다 큰일 난다고! 

무슨 소리야. 그리고 스님이 아무 남자야? 

마이가 이상한 소리를 한다는 것처럼 미간을 구기며 말함. 

스님이니까 그러는 거잖아. 내가 다른 사람한테 그러는 거 봤어? 

신뢰로 가득 찬 눈을 하며 당연한 이야기를 하는 사람처럼 말하는 모습에 말문이 막힌 건 타키가와임.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그러니까 그런 행동들 다른 사람에게 하지 말라는 말 아니야? 아, 설마 스님 그런 거 싫어했어? 

타키가와의 눈치를 살피며 말하는 마이를 향해 타키가와는 고개를 저었음. 

아니, 그런 건 아닌데……. 

싫어하지 않음. 오히려 좋음. 더 하고 싶음. 일할 때마다 마이를 옆구리에 끼고 일하고 싶음.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마이 머리 잔뜩 쓰다듬으면서 치유하고 싶음. 하지만 그런 소리를 못 하니까 타키가와는 그냥 입을 다물었음.

그럼 됐네. 

안 됐음. 해결된 게 없음. 타키가와는 그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마이가 더 빨랐음. 

내가 그러는 사람은 스님밖에 없고, 스님 말고는 별로 하고 싶지 않아. 

당연함. 스님 말고 저보다 키 크고 듬직한 남자라고는 린이나 야스하라밖에 없음. 나르와 존이 있긴 한데, 나르에게 안긴다? 되돌아올 나르의 반응이 무서움. 존은 친구 같음. 믿음직하지만 무서운 일이 생겼을 때 듬…직하게 느껴지지 않음. 물론 믿음직함. 하지만 믿음직한 거랑 듬직한 건 다르니까…….

그럼 린? 린도 무서움. 나르보다는 아니지만, 스님만큼 편하지 않음. 야스하라? 되돌아올 반응이 피곤할지도 모르겠음. …그러니까, 종합해 보면 장난치기도 편하고 뒤탈이 없으며 저에게 무섭지 않고 듬직한 남자는 스님이라는 소리임. 

정작 당사자는 어떻게 받아들인 줄은 모르겠지만, 마이는 솔직하게 말했음. 그리고 커피숍에서 나온 이후로 타키가와가 어떤 마음을 먹었는지, 마이는 모를 테지만 자신을 대하는 행동이 전과 같아서 그냥 그러려니 하고 되돌아온 타키와라의 행동에 기껍기만 함.




그리고 성인이 되고 나서 몇 년의 시간이 더 흐른 마이. 여전히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에서 일하고 있음. 아르바이트에서 정사원으로 승급했다는 점을 제외하고서. 그리고 또 다른 점이라면… 마이가 올 봄에 결혼하게 됨. 마이는 사무실에 있는 나르와 린, 그리고 아야코와 마사코, 존과 야스하라에게 청첩장을 줬음. 신부 타니야마 마이. 신랑… 타키가와 노리오. 와, 정말 결혼 하는구나. 청첩장을 보고 다들 놀라긴 했음. 그야, 그 마이가 결혼을 한다는 게 믿기지 않았음. 

물론 타키가와와 그렇고 그런 사이라는 게 더 믿기 힘들었지만.

나르는 청첩장을 힐끔 보고 축하한다는 말만 하고 사무실로 들어감. 린도 축하한다고, 꼭 참석하겠다는 말을 남기고 나르를 뒤따라 들어감. 그리고 남아있는 자리에서 아야코가 마이에게 물어봄. 

어쩌다 결혼하기로 마음먹은 거야? 

응? 아아, 그냥. 결혼하면 좋을 거 같아서. 

뭐? 

마이의 대답에 어처구니가 없는 건 아야코만이 아님. 마사코 역시 차를 마시다가 마이의 대답에 미간을 찌푸림. 

마이, 아무런 생각 없이 그냥 타키가와 씨가 하자고 하니까 한 건 아니겠지? 

마사코! 내가 아직도 그런 애로 보여? 

보이는 걸 어떡해. 

진지한 얼굴로 말하는 마사코의 말에 뭐라 대꾸할 말을 잊은 마이는 멍하게 입을 벌림.

그런 거 아니야! 제대로 생각하고 대답했는걸. 

사실 나는 마이가 그 파계승이랑 연애한다고 했을 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타키가와를 좋게 생각하는 거랑 동생으로 생각하고 있는 애랑 교제한다는 건 별개의 이야기임. 아야코가 마이의 어깨를 잡고 흔들자, 마이는 눈이 빙글빙글 돌아간다며 놓아달라고 함.

마이와 타키가와가 교제를 시작한 건 몇 년 안 됐음. 타키가와가 먼저 마이에게 고백했고, 마이는 그걸 받아줬음. 그리고 그걸 모두에게 이야기했을 때 타키가와는 평생 먹을 욕을 그때 다 들었다면서 지금 생각해도 여기서 일하면서 겪은 일보다 그날이 더 무서웠다고 말함. 당연함. 자기보다 거진 10살이나 어림(9살이나 10살이나 거기서 거기). 희대의 도둑놈임. 온화한 존마저 미소를 잃었음.


타키가와가 고백한 건 한 커피숍임. 성인이 된 마이를 축하해 준답시고 저녁 먹이고, 놀아주고, 커피숍에서 한숨 돌리고 있었는데, 마이가 문득 그런 말을 함. 스님만큼 좋은 사람 없다고. 스님처럼 편하고 날 위해주는 사람이 없다며, 정말 아빠랑 같이 있는 기분이라며 말함. 그 말을 듣고 타키가와는 입을 다물었음. 반응이 없는 타키가와를 보고 마이가 스님? 하고 부름. 

스님? 왜 그래? 배 아파? 

달라. 

응? 

마이, 나는 너를 내 딸로 생각하고 있지 않아. 

그야 그러겠지. 나는 정말 스님 딸이 아닌걸. 그것보다 스님은 결혼도 안 했잖아. 

아니,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 

마이의 이야기를 듣던 타키가와가 말끔하게 정리한 제 머리를 헤집었고, 잠깐 고뇌하는 얼굴을 하더니 마이를 빤히 바라봤음.

마이, 나는 널 내 딸로 생각하지 않아. 

알고 있다니까. 

들어. …세상 어떤 부모가 자식에게 이런 마음을 가져? 

그렇게 말하면서 손을 뻗어 마이의 손을 쥐었음. 

…응? 

타키가와의 말이 이해되지 않은 마이가 한박자 늦게 대답했고, 천천히 제 앞에 있는 타키가와를 보자 얼굴이 잔뜩 붉어져 제 손을 잡고 있지 않은 다른 손으로 얼굴을 반쯤 가리며 말함. 

…그러니까, 너를 이성으로 보고 있다는 말이야. …마이. 네가 성인이 되길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지 모르겠지. 

…스님, 나는.

알아, 네가 무슨 대답을 할지 알고 있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리고… 그 아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마이의 손을 쥔 타키가와의 손이 미련이 뚝뚝 담긴 채 느리게 떨어졌음. 타키가와는 붉어졌던 얼굴이 거짓말이었다는 것처럼 잔잔한 미소를 지었음.

그 아이는 너에게 있어서 절대 잊히지 않겠지. 계속 네 안에서 살아갈 테니. 일하러 사무실에 갈 때마다 늘 그 아이가 떠오를 거고 말이야. 

…스님. 

다 각오하고 있던 거야. 내가 너를 얼마나 지켜봤다고 생각해? 

……. 

마이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서 그저 입을 다물었음. 스님을 그런 쪽으로 생각해 본 적 없을뿐더러, 그 아이의 이야기는 좋은 주제가 아니었기에 마이는 제 앞에 놓인 잔을 잡았다 놓길 반복함. 

나는 마이의 마음속에서 평생 그 아이를 이길 수 없을 거야. 사실, 이길 생각도 없어. 

마이가 그 말에 웃음을 터트렸음. 

그럴 때는 자신이 더 기억에 남도록 하겠다! 이렇게 말해야 하는 거 아니야? 

사실인데? 내가 그 아이를 어떻게 이겨. 무려 마이의 첫사랑이잖아. 타키가와 역시 웃으며 말했음.

그 아이를 이길 수는 없어도, 나는 앞으로 살아가면서 마이에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어. 

……. 

마이가 원한다면 보고 싶을 때마다 볼 수 있을 거고, 가고 싶은 곳이 있다면 같이 가줄 수 있고. 하고 싶은 게 있다면 옆에서 해줄 수 있어. 나는 나대로, 그 아이는 그 아이대로 마이에게 잊히지 않을 수 있게 말이야.

…….

굳이 그 아이를 잊고 나를 봐달라고 하지 않아. 그 아이가 마이에게 어떤 존재인지 잘 알고 있으니까. 부러 내 마음을 받아달라고 하고 싶지도 않아. 그냥, 내가 마이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만 알아주길 바랐을 뿐이야. 

…….

사랑은, 혼자서도 할 수 있으니까.

늘 짓는 어른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평소와 같은 아버지의 얼굴을 한 채 말하는 타키가와의 모습에 왜 이리 마음이 울렁거리는지.

커피숍에서 나오고 타키가와는 마이를 집에 데려다줬음. 현관까지 잘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잘 자라고, 푹 쉬라는 말을 하고 미련 없이 돌아서는 모습에 뒤에서 마이가 타키가와를 불렀음. 스님! 타키가와가 뒤를 돌자, 마이가 입을 우물거리며 한참 동안 서 있다가 말함. 

…시간이, 필요해. 내가 생각할 시간. 그러니까 혼자서 이상한 생각 하지 마! 

타키가와는 웃음을 터트렸음. 그리고 알았다는 듯이 크게 팔을 들어 원을 만들고 다시 돌아서 왔던 길을 되돌아감.

그리고 며칠 뒤에 교제를 시작했다는 이야기를 모두에게 들려줬음. 그리고 욕먹은 타키가와임.





그리고 대망의 결혼식 날. 타키가와 부모님의 기분은 싱숭생숭함. 당연함. 파계승이지만 스님이던 자기 아들이 지보다 어린 신부랑 결혼함. 그것도 신부가 학생 때부터 알고 지낸 사이래. 

타키가와는 자기가 결혼한다고 부모님께 말했을 때 부모님이 좋아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긴가민가했음. 파계승이라고는 하지만 일단 부업으로 스님 일을 하고 있었기에 이게 좋은 건가 싶었다가 결혼 상대가 자기보다 어린 사람이라는 걸 알고 머리채 잡고 흔들었음. 절을 나가더니! 네놈이 드디어! 미쳤구나! 하지만 마이가 원하고 있었기에 참았음. 대머리 신랑은 싫대. 거기다가 마이는 부모님이 없었기에, 타키가와의 부모님은 마이를 마치 딸처럼 대해줬음. 하지만 그건 그거고 이건 이거지! 결혼식 당일이 되어서도 기분이 이상함.

신랑 측 손님으로는 같은 뮤지션 동료나 일하면서 아는 사람들이 왔고, 신부 측에게서는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고등학생 때 친구와 대학교 친구 몇 명만 온 나름 소규모 결혼식이 열렸음. 신부 측 부모석에는 린과 아야코가 앉았음. 자신이 왜 여기에 앉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린과 내가 그런 나이로 보이냐며 처음에는 노발대발했지만, 누구보다 그 자리에 앉아서 과몰입하고 있는 아야코임.

식이 시작하고, 문이 열리며 신랑과 신부가 함께 나타남. 신랑 측 손님 쪽에서 작은 야유가 들려왔지만, 무시했음. 신부 측에게서는 작은 감탄이 나옴. 아야코는 마이가 타키가와와 함께 나오자마자 눈물을 흘리기 시작함. 그렇게 어렸던 마이가 어느새 결혼을. 마사코도 코를 훌쩍임. 그렇게 싸우고, 솔직해지고, 서로의 관계를 우애라고 부를 정도로 친해졌던 제 친구가 결혼하네. 기분이 이상함. 옆에 있던 존과 야스하라도 손뼉을 치며 신랑 신부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음. 나르도 마찬가지임. 평소와 다름없는 싸늘한 얼굴임에도 살짝 엿보이는 다정한 얼굴이 얼마나 두 사람을 생각하고 있는지 보임.

단상 앞에 서서 서로를 마주하고, 축하 인사를 받으며, 반지를 나눠 끼고, 맹세의 입맞춤을 하면서, 주위 사람들에게 욕도 먹고 야유도 듣고. 하지만 타키가와는 좋았음. 몇 년 전에 어쩌다 망상했던 게 이런 결과로 되돌아올 줄 몰랐으니까. 그날 했던 망상과 달리 자신은 신부의 부모석에 앉아 있지도, 마이의 팔을 신랑에게 건네주지도 않았지만, 그것보다 마이의 옆자리에서 반지를 나눠 끼는 지금이 더 행복하고 좋았기에 앞으로 더 행복하기로 결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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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창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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