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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관 World

(* 메타적 편의를 위해, ‘지구’의 ‘인간’ 시점으로 서술되었습니다.)

멀고도 가까울 수도 있는 미래, 지구를 기준하여 3025년 1월.

그래요, 인류의 과학은 발전했습니다. 유물론적으로 존재한다면 그것을 설명하는 것이 과학의 도리. 일명 차원이동, 시공간을 접어 빛의 속도보다는 느리지만 물리적인 ‘시간’으로는 분명히 매우 빠르게 ‘공간 점프’할 수 있는 우주 비행 기술을 갖추었습니다. 우리 은하의 우리 행성인 지구의 인류는 2900년대 즈음에서야 드디어 120광년 떨어진 외계의 지성체와 마주해, 우주 사회에 진출하였습니다. 우주 사회는 아주 드넓고 다양한, 우리의 상식을 전부 파괴하는 지성체들이 있습니다. 작금의 인류 학문인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존재들도 있어요. 덕분에 과학계는 그것을 ‘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신이 났지요.

우주 사회는 생각보다 전통과 역사가 있어왔습니다. 인류는 자신들이 이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훨씬 발전된 존재들이 많았습니다. 인간의 형체와는 전혀 다른, 인지도식마저도 완전히 다른 문명들과 지성체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우주 표준 평화 협약 및 국제 질서>, 통칭 <우주법>에 인준된 국가로서 인류는 2995년 약 288번째 우주 문명으로 인정받았습니다. 우주 문명과 수교를 맺고 인준된 국가로 존재한지 이제 30주년이 되었죠. 경이로운 일 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어떠한 곳에 존재하는가.

지구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하지만 ‘공간 점프’ 기술로는 금방 닿을 수 있는 거리에 있는 우주 도시, ‘델즈베리Delzberry’입니다. 델즈베리는 소위 말하는 ‘행성’의 이름이기도 한데, 가장 발전한 도심을 동명의 ‘델즈베리’로 부르곤 합니다. 1차 산업부터 4차 산업까지 다양한 직업군과 삼라만상이 분포해있지요.

있을만한 것은 다 있으며, 그래도 지구에서 그나마 가까우면서 상당히 번영한 우주 도시이기도 합니다. 인류가 많이 이주하여 살고 있고(생존한 지성체의 약 20%가 인류입니다), 중력은 지구의 약 0.9배정도 입니다. 절대 영도에서 세슘-133 원자의 바닥 상태 (6S1/2) 에 있는 두 개의 초미세 에너지준위 (F=4, F=3)의 주파수 차이를 9,192,631,770 Hz로 정의하고 그 역수를 통해 초를 정의하는 인간의 시간 기준에 따르면, ‘델즈베리’ 행성의 하루는 지구와 아주 유사한 23.99999시간입니다.

이 ‘델즈베리’의 정치 체제는 굳이 따지자면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섞은 것 같습니다. 모든 토지와 건물은 국유화 되어있으나, 생산수단은 국유화 되어있지 않습니다. 배급은 빈곤층에 한하여 이루어지고 있으며, 복지는 모두의 평등을 지향하나, 경쟁이나 황금만능주의가 없는 건 아닙니다. 의회와 비슷한 기관이 존재하고 입법, 사법, 행정부가 분리돼있습니다. 다당제를 지향하나 사실상 지지율 40%를 가진 집권 여당인 ‘델즈베리 사회주의 공화당’을 나머지 지지율 60%를 골고루 나눠가진 야당 세력이 견제하는 느낌입니다.

교육 체계는 각 종족의 생애 분포에 맞게 설정돼있는데, 우선 언어로서 소통할 수 있는 최초의 어린 세대(인간 기준 3살 ~ 13살까지)는 ‘미들스쿨’에 진학하고, 이후 2차 성징이 올 세대(인간 기준 14살 ~ 19살)즈음 ‘하이스쿨’에 진학합니다. ‘미들스쿨’에서는 기본적인 교양을 배우고 세상에 대해 배운다면, ‘하이스쿨’에서는 좀 더 분화되어 내가 어떤 직업이나 기술을 선택할지 혹은 공부를 할지 학점제로 수강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가 의무교육이자 무상교육입니다. 이후 좀 더 공부하고 싶다면, 네, 여러분들이 아는 그것과 같습니다. 대학교에 가도 되고, 아니어도 됩니다. 참고로 1년에 배출되는 하이스쿨 졸업생 중 약 30%정도가 대학교에 진학합니다.

이 ‘델즈베리’의 기존에 살던 주민이신가요?

혹은 이 ‘델즈베리’에 어떤 꿍꿍이를 안고 온 첩자인가요?

아니면 어떤 이유로 ‘델즈베리’에 왔나요?

당신이 펼치는 이야기가 곧 ‘델즈베리’가 될 것 입니다. 이곳은 아주 넓고, 있을 건 다 있고, 당신은 아주 작은 점과 같은 미물이니까요.

오, 스탠리.

자리에서 일어나 델즈베리를 둘러보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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