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도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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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싸우면 무서워요. 큰 아저씨, 저 이제 나갈 참이었어요. 이만 갈게요. 광대 아저씨도 같이 가요." "그래, 애 앞에서 그러는 거 아니지, 훌라그." 광대왕은 이겼다는 듯이 히죽거렸다. 큰왕의 안색은 대비되듯이 더더욱 붉으락푸르락했다. "잠깐." 그는 내 손을 붙잡고 자리를 서둘러 뜨려는 광대왕을 막아 세웠다. "어디를 가는데"
식사는 무거운 공기속에 끝났다. 분명 어딘가 톱니바퀴가 어긋난 부분이 있음을 확신했다. 진짜 범인을 알 수 있는 부분이. 그러나 식사를 끝날 때까지 위화감의 정체를 찾아낼 수는 없었다. 광대왕의 지독한 향수 냄새 때문인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뜨거운 쥐가 난 듯한 기분이 머리통을 감쌌다. 천둥왕이 나서서 어색하게 화제를 돌려보려고 애썼지만 별 말솜씨 없는
"어디 갔지?" "왜그래? "시계끈이 없어요." "너 시계 안 차고 있던데." "가방에 달아서 허리에 묶어뒀던 거에요... 주머니... 이 주머니에 달려있던 거." 나는 허리를 더듬거리며 말했다. 문장을 내뱉기 전까지는 내가 울먹거리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큰아저씨가 준건데, 방금 받은 건데..." 그렇게 마음에 드는 끈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싸우면 무서워요. 큰 아저씨, 저 이제 나갈 참이었어요. 이만 갈게요. 광대 아저씨도 같이 가요." "그래, 애 앞에서 그러는 거 아니지, 훌라그." 광대왕은 이겼다는 듯이 히죽거렸다. 큰왕의 안색은 대비되듯이 더더욱 붉으락푸르락했다. "잠깐." 그는 내 손을 붙잡고 자리를 서둘러 뜨려는 광대왕을 막아 세웠다. "어디를 가는데" "어..." "내
"이건 정말 마법시계인가요?" "방금 저것도 마법시계라니까." "그래요, 이건 무슨 마법이 있는데요?" 아이를 바보 취급하는 어른들은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선물이란 즐거운 법이었다. 물론 나는 자그마치 열 두살, 마법을 믿을 나이는 아니다. 그래도 조금 쯤은 가슴이 두근거려도 괜찮지 않을까. 최근 며칠은 상상도 못한 일들이 계속되고 있었으므로. "손목
큰 왕의 방은 다행히도 찾기 쉬웠다. 며칠 전에 광대왕에게서 배우기도 했고, 정말이지 어마어마하게 높아 백 리 밖에서도 눈에 띌 듯한 탑이었다. 커다란 문은 안쪽에서 잠겨있었다. "겨우 이런 걸로 나를 막을 수는 없지." 고향 집에서도 창고 안에 갇힐 때마다 머리핀 만으로 문을 따고 나오던 나다. 어찌나 실력이 좋은지, 나중에는 아예 팔을 움직일 수도 없
"앗." "다시!" 간신히 바닥에서 몸을 일으키면 가슴을 밀려서 다시 넘어진다. 다시, 하는 외침을 듣고 일어나면 이번에는 어깨를 밀려서 넘어진다. "다시!" 다행히 발 밑에 겹겹이 깔린 푹신푹신한 융단 덕분에 아무리 넘어져도 엉덩이가 아프지는 않았다. "다시!" 검술을 가르쳐달라고 물어보자마자 천둥왕은 나를 궁둥이 성의 안뜰로 데려왔다. '그럼 당장 시
"애 겁주지 마." "저 남자가 무슨 소리를 했지?" "그..." 질문에 답하기도 전에 남자는 말을 끊었다. "나와 얘기할 때는 얼굴을 보고 또박또박 얘기하도록." "죄송합니다." 네 키가 몇인데 얼굴을 보고 얘기해, 같은 볼멘 소리는 간신히 속으로만 삼켰다. 그러나 불편해하는 속마음이 무심코 내 표정에 드러난 듯 했다. 남자는 아차하는 얼굴을 하더니 검을
광대왕의 어깨에 매달린 채로 달린지 육 분 정도 되었다. 더 이상 천둥왕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는 거리였다. "아아, 재밌었다. 그치?" "응..." "그럼 내 딸 할래?" "아뇨..." 남자는 조금 과장되게 웃으며 이마의 땀을 닦았다. 아까 왜 뛰기 시작했더라. 뭔가 이유가 있었던 것 같지만 중간부터 '천둥궁'은 '궁둥이'랑 발음이 비슷하네, 하는 생각을
어제는 분위기가 무서워서 자는 척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아주 푹 잠들어버렸던 모양이다. 잠에서 깨어나자 마주한 것은 바닥부터 벽까지 폭신폭신한 넓은 방. 쌓기놀이 장난감과 나무 목마부터 그림책과 필기도구까지, 방은 제 주인의 나이를 가늠하지 못하는 키메라처럼 통일성 없는 아동 용품들로 가득했다. "열 살이라니. 내가 키가 작긴 하지만." 어제 들었던
-모든 결혼의 형태에는 나름의 결함이 있다. 그러나 어떤 결혼에는 다른 것들보다 더 크고 복잡한 결함이 있기 마련이다. 보름 전 편지 한 장을 받은 네 명의 왕들은 이를 뼈저리게 느꼈다. 편지는 장기 원정으로 자리를 비운 왕들의 부인으로부터의 온 것이었는데, 성을 폭풍이 오기 전 벌집처럼 술렁이게 만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아이가 하나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