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다처제 왕국의 공주는 아버지를 선

일처다부제 왕국의 공주-9

범인은 현장에 돌아온다.

웹소설 by 도락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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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갔지?"

"왜그래?

"시계끈이 없어요."

"너 시계 안 차고 있던데."

"가방에 달아서 허리에 묶어뒀던 거에요... 주머니... 이 주머니에 달려있던 거."

나는 허리를 더듬거리며 말했다. 문장을 내뱉기 전까지는 내가 울먹거리고 있다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큰아저씨가 준건데, 방금 받은 건데..."

그렇게 마음에 드는 끈은 아니었다. 그러나 이러니 저러니 해도 난생 처음으로 받은 선물이다. 누군가가 나를 위해 자신의 몫을 내어준다는 낯선 경험은 생각보다 훨씬 기분 좋고 의미 깊었다.

그것이 이렇게 금방 사라져버릴 줄은 몰랐다.

"찾아줄게."

광대왕은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바닥에 쭈그려 앉아 눈을 마주했다.

"어떻게 생겼어? 뭐, 큰왕한테 받은 거면 촌스럽게 생겼겠지."

"응, 좀 촌스러워요..."

일단 떨어진 수첩 주머니를 급히 챙기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황토색이라 잘 보일지 모르겠어요. 가죽인데 이렇게 무늬가 있고, 길고... 이렇게, 이렇게 제 허리에 두고 있었는데. 풀린지도 몰랐는데... 저는 정말 꽉 묶었어요, 정말이에요."

"괜찮아, 내가 찾아줄게. 나 믿지?"

"......"

"......"

"......"

"믿지?"

"......"

"......"

"네."

"그래..."

딱히 믿음직스러운 어른은 아니었지만, 지금 믿을 사람은 광대밖에 없었다.

"...고마워요."

"고맙지? 완전 고맙지?"

역시 믿음직한 어른은 아니라니까.

그러나 뒷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나름 부끄러운 것을 숨기는 듯 해서 괜히 웃음이 나왔다.

그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바닥을 살피다가, 퍼뜩 허리를 쭉 펴고 일어났다.

"찾았어요?"

"아니. 잠깐만, 먼저 찾고있어봐."

"뭔가 생각나는 거 있나요?"

"아니... 나 오늘 옷차림은 머리 질끈 묶는 거 안 어울려, 장미땋기로 묶을래. 금방 하니까 일단 혼자 찾고 있어."

"아, 네."

응. 확실히 믿음직한 어른은 아니야.

***

한참 바닥을 바라보며 돌아다녔지만 가죽끈은 보이지 않았다.

먼지를 뒤지며 바닥에 쭈그려 앉은 두 왕족을, 지나가는 시종들은 몇 번이고 이상하게 쳐다보았다. 그러나 먼저 다가와 도울 것이 있는지 물어보는 이는 없었다.

'아까 큰왕이 함께 있을 때에는 물 갖다 드릴까요, 양산 가져다 드릴까요, 계속 누군가 말을 걸었는데.'

나는 광대왕을 흘깃 쳐다보며 생각했다. 그는 이 상황이 익숙한지 별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넌 이제 들어가. 햇빛은 애 피부에 안 좋아."

"그치만..."

"괜찮아. 나는 햇빛 차단제 발랐거든."

"나도 알아요... 찾는 시간의 2/3은 그거 바르는데 썼잖아."

"그럼 왜 그렇게 침울해?"

나는 시무룩해져서 말했다.

"큰왕 씨가 준 건데..."

"걔가 너한테 이런 걸로 화내겠냐? 큰왕은 기회주의자야. 인간성은 쓰레기지만 잘 보여야 하는 사람한테는 절대 나쁜 짓 안 하지."

"...그런 거 아녜요. 그냥 처음 받은 선물이라 아쉬워서 그래요."

"처음?"

"네, 난생 처음 받은 선물인데..."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괜히 말한 걸까. 꼴값을 떤다고 생각할지 몰라. 눈물이 차오르는 걸 숨기려고 쭈그려 앉은 무릎 사이에 고개를 숨겼다.

그 때 무릎 너머에서 짤랑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자."

"예?"

광대왕이 건내준 것은 반짝이는 호박색 장식 사슬이었다. 그의 팔에 잔뜩 달려있던 장신구 중 하나인 듯 하다. 재질 자체는 비쌀지 모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어딘가 투박한 느낌이 들었다.

"난생 두 번째 선물."

"어..."

"있지, 어... 아, 나는 진지한 말 잘 못하는데."

나는 울지 않은 척 고개를 숙이고 팔찌만 만지작거렸다.

"...너는 앞으로 선물 많이 받을 거야. 세 번째도, 네 번째도... 그러니까 그딴 촌스러운 선물에 너무 신경 쓰지 마."

광대왕이 싱긋 웃어보였다

화려하게 묶어 올린 장미 모양 땋은 머리가 달랑달랑 움직였다.

"근처에서 일하는 애들한테 말해둘게. 혹시 발견하면 챙겨 달라고."

"네..."

"큰왕도 방에서 나왔겠다, 오늘 저녁은 아마 다같이 먹을 것 같더라. 방에 들어가서 기분 좋게 씻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밥 맛있게 먹는 거야. 어때?"

나는 눈에 고여있던 물을 문질러 닦고 고개를 끄덕였다.

***

방에 돌아온 나는 주머니 속의 수첩을 살펴보았다. 역시, 변한 것은 내 시야 뿐만이 아니었다. 수첩 속의 내용도 분명 바뀌어 있었다.

[광대왕, 친밀도 (23/100). 신뢰도 (10/100).]

[천둥왕, 친밀도 (10/100). 신뢰도 (5/100)]

[큰왕, 친밀도 (1/100). 신뢰도 (11/100).]

'시계끈이 없어져도 이건 그대로구나.'

끈을 잃어버린 후로 광대왕의 '메모'를 보려고 시도했지만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끈과 연결되어 있던 수첩에는 이 기이한 기록이 남겨져 있었다. 이것이 앞으로도 갱신 될지는 의심이 들지만.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물어보고 싶다. 그러나 이건 아무에게나 보여줄 수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동생이랑... 챠챠랑 친구가 된다면 이야기 해볼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수첩의 새 페이지를 펼쳐 챠챠의 이름을 적어 넣었다.

펜을 정리하고 수첩을 덮자마자, 바깥에서 방문을 두 번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아이 님, 오늘 저녁 식사는 본관에서 할 예정입니다."

"아, 네."

나는 급히 수첩을 숨기고 방을 나섰다.

***

식사 장소는 처음 도착했을 때 보았던 커다랗고 둥근 방이었다. 식사 장소라고 할까, 다들 한 자리에 모일 일이 있을 때 두루 쓰는 공간인 듯 보였다.

"네 의자는 새로 해 두었다. 또 멍청이가 이상한 짓 하는 꼴은 보기 싫어서 말이야."

"내가 골랐다!"

"감사합니다."

의자는 여전히 조금 높았지만 이번에는 팔걸이가 있어서 올라가기 쉬웠다.

끙차, 하고 한 번에 올라가자 식탁 반대편의 천둥왕이 두 손으로 입을 가리며 엄청나게 감격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왜 그렇게까지 감동받는 거야.

"식사는 다 오면 시작하지."

"바위왕은 오늘도 못 온답니다. 챠가타이도 제 아비와 함께 먹는다 하고. 광대왕만 오면 됩니다."

"그놈은 변명도 없이 지각인가? 또 어디서 게으름 부리는 중이겠지."

"아니예요, 실은 저랑-"

"사막의 별 등장-!"

-잃어버린 물건 찾는 것 도와주셨어서 늦는 걸 거에요, 하고 대신 변명을 해주려는 순간, 시끄럽게 식당 문이 열렸다.

"늦었으면 조용히 들어와라."

"요란하게 들어오고 싶어서 늦게 온건데?"

"앉아."

광대왕은 예의 싱글거리는 표정으로 나와 가까운 자리에 앉았다.

식사 자리에 어울리는 복장은 아니다. 낮에 비하면 화장은 수수해졌지만, 목깃이 높은 셔츠나 새하얀 겉옷이 식사자리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아서 유난히 눈에 띈다. 팔에는 여전히 수십 개의 장신구가 짤랑거리고 있다.

"어."

화려한 장신구들. 그 가운데 유난히 낯이 익은 것이 끼어있었다.

"...그건 뭐지."

"또 뭐가?"

"그걸 왜 네놈이 갖고 있어."

큰왕이 광대의 팔뚝 위쪽을 가르키며 말했다. 답지 않은 수수한 가죽 팔찌. 화려한 금빛 장신구 사이에서 그 수수함은 오히려 더 눈에 띄었다.

"이거? 아이가 줬어."

"뭐?"

"아이가?"

"내가?"

나도 모르게 반말을 뱉어버렸다.

엄청나게 불쾌한 표정의 큰왕이나 무슨 소리인지 잘 모르는 듯한 표정의 천둥왕은 가볍게 무시하고, 화려한 남자는 자랑스럽게 설명을 시작했다.

산책 중에 끈을 잃어버린 이야기나 함께 그것을 찾아 온 뜰을 뒤진 이야기, 결국 찾지 못하고 각자 방에 돌아간 이야기까지.

"...그런데 멱을 끝내고 방문을 나서려니까 맙소사! 이게 방문 앞에 있었던 거야."

광대왕은 색연필로 삐뚤빼뚤 쓰여진 작은 쪽지를 의기양양하게 자랑하며 말했다. 그는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쪽지의 내용을 읽어주었다.

"...오늘 고마웠어요, 라고 써있지, 봐봐. 나하고 보낸 시간이 가장 귀한 선물이니까 시계끈은 보답으로 나한테 주겠다고... 여기 작게 토끼 그림도 있어."

"나도... 토끼 좋아하는데..."

천둥왕은 또 왜 시무룩해진 거야. 너는 이 일이랑 상관도 없잖아.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나도 모르게 필요 이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말해버렸다.

"어, 그래? 그럼..."

"난 그런 쪽지 쓴 적 없어요, 제가 아니에요."

"지금 팔에 차고 있는 건 뭐지."

네 쌍의 눈동자가 내 팔에 꽂힌다. 누가 봐도 광대왕이 하던 요란한 빛깔의 팔찌가 당당하게 내 손목에 달랑달랑 매달려 있었다.

"아까... 아까 제가 너무 속상해하니까 광대왕이 주셨어요. 그렇지만... 큰아저씨한테 받은 선물을 이거 대신으로 광대 아저씨한테 준건 아니에요. 선물 받은 걸 멋대로 남에게 넘기는 건 나쁜 일이잖아요."

"그래, 나쁜 일이지."

큰왕의 답에는 날이 서려있었다.

"제가 아니에요."

"광대, 아이에게 돌려주도록. 아이야, 너도 그 팔찌는 광대왕에게 돌려줘. 원래 물건을 찾았으니까."

"어..."

뭔가 함정에 빠지는 기분이 들었다. 눈동자가 어디를 향할지 모른 채 좌우로 흔들거렸다. 공개적으로 한 쪽 편을 들지 말라는 조언을 들은 지 하루도 안 됐는데.

큰왕은 노골적으로 불쾌한 기색을 표했고, 광대왕도 덩달아 옅게 짜증을 냈으며, 천둥왕은 실망한 것처럼 조금 기가 죽었다. 그러니까 너는 왜.

"정말 제가 쓴 거 아닌데..."

"알아, 괜찮아. 자, 이거 가져가. 내 팔찌는 계속 가져도 돼."

"그치만..."

"한 번 준 선물을 돌려 받는 건 너무 멋이 없잖아. 그냥 주게 해 줘."

광대왕은 팔에 차고 있던 가죽끈을 풀어서 내게 돌려주었다. 별로 좋지 않은 감정이 실린 모두의 시선을 외면하고, 나는 엉거주춤하게 끈을 받아 들었다.

'뭔가 신경 쓰이는데...'

알 수 없는 위화감이 느껴졌다. 콕 찝어 말하지는 못하겠지만, 어딘가 분명히 이상한 부분이 있었다.

'쪽지... 쪽지의 내용에 분명 어색한 부분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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