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청 (懇請)
: 간절히 청함. 또는 그런 청. 제발.. 제발.
'내가 이런 검은 머리라 싫어?'
'아니.'
'내가 이런 출신이라 싫어?'
'그럴 리가.'
'내 이름을 불러줘.'
'바······.'
'마르티나, 내 이름을 불러줘.'
'바···티안.'
"바스티안!"
그녀의 부르짖음에 정신이 들었다. 머리가 울리고, 식은땀이 나고, 현기증이 나서 정신이 온전하지 않았다. 청아한 목소리로 나의 이름을 부르는 새를 당장이라도 새장에 가두어 나의 이름만을 매일같이 부르게 하고 싶을 정도로.
하지만 지금은 안돼.
"바스티안, 너 괜찮아?"
"마르티나···, 걱정해주는 거야?"
"너 안색이 안 좋아, 능력에 당한 거 같은데···."
"괜찮아. ···과거를 좀 봐서."
그녀가 나의 뺨에 손을 얹고 상처를 더듬을 즈음, 전율이 느껴져서 주체할 수 없는 입술을 꽉 깨물어가며 웃음을 참아내느라 덜덜 떨어댔다. 이전에 온갖 비참한 기분을 담아 과거에 대해 토해냈던 탓일까, 그녀는 그런 내 모습에 하는 수 없다는 것처럼 감싸 안아주었다.
"하나도 안 괜찮네."
불쌍한 마르티나, 나는 웃음을 참고 있는데 너는 그걸 두려움에 떨고 있다고 착각해 이렇게 순진하게 따뜻한 품을 내어줘 버린다. 그럼에도 나는 이 품의 온기에 녹아 참담한 기분으로 안겨있는 나 또한···.
"마르티나."
"왜?"
"더 세게 안아줘, 내가 으스러질 정도로."
"···."
동정심을 자극하는 말을 뱉으면 그녀는 또 나의 말처럼 힘주어 제 작은 품에 욱여넣어가며 나를 안아준다. 이제 더 이상 웃음이 참아지질 않는다. 너의 허리부터 그 듬직한 등까지 나의 팔 안으로 끌어오면 네가 평범한 여자라고 느껴진다. 내가 조금이라도 흔들면 철퍽! 무너질 것 같은 케이크 같다고 해야 할까. 그럼에도 나는 아직 그 케이크가 예뻐서, 더 보고 싶어서 무너뜨리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처럼 애지중지 다룬다.
"하하···."
"이제 좀 괜찮아졌나 보네."
"덕분에, 고마워. 마르티나."
"너를 위해서라면야."
나의 양심을 찌르는 말을 들으면 짜릿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나를 불쌍하게 여기고 동정하며 감쌌던 내가 너를 배신하면 어떤 반응을 할까?
분노에 가득찬 눈물을 머금고 나를 증오하고 경멸하듯 봐줄까?
진득한 환영 덩어리들이 묻은 더러운 나의 손을 잡아주며 회유할까?
그 무엇보다 나는 네가 혼돈스러운 달콤함에 취해서 모든 감정을 바꾸고 지워도 사랑만은 남기면 좋겠다.
눈부시게 반짝거리는 네 눈과 치명적으로 달콤한 마음을 게걸스럽게 으적으적ㅡ. 입에 처넣고 천천히 녹여 먹을 생각을 하니 기분이 좋아서 그녀의 품을 더 파고들었다. 그녀는 이런 추악한 마음을 모르면서 안다고 착각하며 나를 토닥이며 위로해준다.
아아···, 아아아···,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가.
자려고 누웠는데 페이트 오타쿠로서 사두었던 노래를 듣다보니 '와 이렇게 바스티안 같은 노래가 있을 수가···.' 싶어서 졸린 것을 참아가며 썼습니다.. 엉망인 글이지만 올리지 않는 것도 아쉬워서 그냥 올려둡니다. 흑흑... 제발 바스티안 마음에 품고 노래 한 번만 들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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