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연성
유료

1인 콘서트

   징그러운 더위였다. 불어오는 바람조차 푹푹 쪘다. 사요는 늘 그렇듯이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하기 위해 채비를 끝마친 후였다. 어제의 더위를 기억하고서 기타 케이스의 끈을 단단히 거머쥔다. 천천히 현관문을 열었다. 문은 채 다 열리지 못했다. 고작 조금 바깥을 보았을 뿐인데도 틈 사이로 그를 잡아먹을 듯 거칠게 쳐들어오는 열기에 지레 겁먹은 것이다. 어제도 땀을 뚝뚝 흘리며 점점 어지러워지는 머리를 붙잡고 연습실에 도착했었다. 오늘의 기상예보는 ‘어제보다 더 더움’. 나갔다간 기타와 함께 더위에 삼켜져버릴 것이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비우면. 그래. 사요는 30초 전보다 더욱더 마음을 굳게 먹고 땡볕 아래로 나간다. 오후 3시 30분의 태양은 잔인하다. 뜨끈한 기온이 에어컨이 제공해준 냉기를 서서히 빼앗아간다. 햇빛이 강렬해 눈이 절로 찌푸려지기에 손바닥으로 차양막을 만들어 시야라도 확보해본다. 동시에 핸드폰의 진동이 울렸다. 눈두덩이에 올렸던 손을 내려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냈다. 화면에 표시된 것은 [로젤리아] 라인에 전송된 린코의 메시지다.

   『아코쨩이 더위를 먹은 것 같아서 제 집으로 데려왔어요(ÓωÒ)

   연습 시간에 조금 늦을 것 같아요(´▵`)』

 

   ... 보나마나 밖에서 놀다가 더위에 지쳐 쓰러진 거겠지. 약속 시간이 한낮이었던 것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사요는 한 자, 한 자 키보드를 누른다. 알겠습니다. 시로카네 상도 건강을. 채 다 적지도 못했는데 한 번 더 진동이 울린다.

   『그렇다면 오늘 연습은 쉬는 걸로 하자.』

   『미안! 다음엔 더 늦은 시간에 예약할게! 스튜디오엔 내가 연락할게! 다들 더운데 푹 쉬어~』

   『개인연습이야. 리사.』

   『앗, 미안해!』

   유키나의 메시지. 의외였다. 우다가와 상과 시로카네 상을 빼고 연습하자고 할 줄 알았는데. 연습 중지의 이유가 무엇이든 사요는 즉시 발걸음을 돌려 온 길을 되돌아간다. 알겠습니다. 답장은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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