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
2015. 4. 12 / 겁쟁이 페달 - 신카이 하야토 드림
신카이는 자신의 앞자리에 앉은 그녀의 머리카락 끝을 살살 어루만졌다. 부드러운 감촉에 그녀가 매일 아침마다 트리트먼트며 여러모로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던 것이 생각이 났다. 아마 이렇게 그녀의 뒷자리에 앉아서 그녀에게 닿을 수 있는 날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이었다. 그렇게 생각하니 입 안이 썼다.
“마지막.”
오늘은 졸업식이었다. 처음 그녀가 친구를 따라 사이클 부에 입부했을 때 신카이는 그녀대해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냥 보고 있으면 지루하지 않은 여자아이. 모두와 친한 것 같으면서도 그 안에 묘한 선긋기가 있었던 그녀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에게 곁을 내어주면서 서로에게 가까워졌다.
“하야토, 내 말 듣고 있어?”
“응.”
“그러니깐 토끼한테 아무거나 막 주면 안 된다니까?”
“그래.”
2년을 같은 반으로 지내서였을까, 자리가 가까워서, 부활동이 같아서였는지도. 생각해보자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기는 했지만 무엇인지는 지금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졸업 축하해.”
“너도. 졸업 축하해.”
친구들과 사진을 찍고 돌아온 그녀는 꽃다발을 한 아름 안아들고 있었다. 대학은 아라키타와 같은 요난대라고 들었다. 그 말을 들었을 때엔 그냥 그렇구나, 싶었는데 막상 그녀를 이제 보지 못한다니 가슴 한 구석이 시려왔다.
“대학은 요난이라고 했었지?”
“맞아, 하야토는 메이소?”
“응.”
“이제 이렇게 같이 수업은 못 듣겠다.”
웃으라고 하는 말인가 싶었지만 신카이는 조금도 웃을 수가 없었다. 당연히 같이 할 거라고 생각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역시 생각과 직접 와닿는 상황은 차원이 달랐다.
“언제 이사가?”
“다음주에, 왜? 도와주게?”
“…뭐, 필요하면?”
“멀 텐데?”
장난삼아 내던진 말을 주워든 것은 아닐까 싶어서 뭔가 덧붙일 말을 찾던 신카이는 또 다른 요난대 입학생을 떠올렸다.
“야스토모도 볼 겸.”
“아, 맞아. 아라키타도 있었지. 그럼, 나야 좋지.”
신카이는 주먹을 꽉 쥐었다. 조금 더 빨리 알아차렸다면 좋았을 것을. 그렇다고 해서 지금이 늦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아라키타에게는 미안하지만 한 동안은 아라키타의 핑계를 대야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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