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2020.01.21 / 앙상블 스타즈 - 사쿠마 레이 드림
드림 전력 「깜짝상자」
손가락
※ 졸업 후 언젠가의 미래시점, 동거중
메이는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브라운관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디서 찾아온 것인지 야광봉까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화면 속의 콘서트를 한창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레이는 슬슬 잘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않는 메이를 찾아 방을 나선 터라 거실 벽에 기대어 한껏 신이 난 메이를 응시하고 있었다.
“허어, 사쿠마 레이 미쳤다!”
이제 풀 네임을 불리는 것도 익숙한 일이었다. 콘서트나 무대를 볼 때면 저렇게 좋을까 싶어서 레이는 한껏 신이 난 메이를 보며 입가가 느슨해졌다.
언제 알아차릴까 싶어서 계속 쳐다보고 있어도 메이의 시선은 곧 화면으로 들어갈 듯이 TV를 향하고 있었다.
“슬슬 자야 할 시간이지 않누?”
“아! 선배, 빨리 와서 봐요!”
화면 속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 그다지 큰 차이가 없는 것 같음에도 불구하고 메이는 화면 속의 자신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있었다. 이런 상태에 빠지면 답이 없는 관계로 레이는 잠자코 메이의 옆자리로 향했다. 푹신한 소파에 앉으니 몸이 절로 풀어졌다.
“선배, 봤어요?! 사쿠마 레이 미친 거?”
“…음, 그래 보이는구나.”
덥석 팔을 잡은 메이가 화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레이를 흔들었다. 화면 속의 자신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스탠드 마이크를 손으로 쓸어 올리고 있었다.
“꺄! 너무 좋아!”
저 안무를 처음 보는 것도 아니건만 볼 때마다 좋아하는 것도 신기하긴 했다. 화면 속이 아닌 자신에게 시선을 돌리려면 스탠드 마이크라도 가져와서 쓸어야 하는 생각을 한 레이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선배, 봤어요?!”
“…봤어야 했누?”
“네! 안 봤어요?! 손가락 완전 최고였는데!”
레이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화면 속의 손이 지금 옆에 있는데, 현실에는 방치 중이면서 화면 속을 앓고 있었다. 무대 위의 아이돌인 사쿠마 레이와 연인인 사쿠마 레이는 결국 같은 사람이 아닌가.
“돌려볼까요?”
“그럴 필요 없네. 여기 진짜가 있지 않은가.”
레이의 말에 메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레이를 응시했다. 이제야 시선이 자신에게 돌아온 것에 레이가 냉큼 리모컨을 들어 정지버튼을 눌렀다. 거실에 정적이 흐르고 레이의 유려한 손가락이 화면 속의 레이처럼 허공을 움직였다.
“…허엉.”
메이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앓는 소리를 내고 나서야 레이는 만족한 듯이 뿌듯한 미소를 지어 보이고 있었다.
“선배, 선배는 왜….”
“마음에 안 들었누?”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요?!”
“본인은 한 사람에게만 마음에 들면 되니, 다른 사람의 생각은 그다지 궁금하지 않네.”
살짝 웃으며 말을 이어나가자 메이가 스르륵 녹아내렸다. 몇 년이 지났는데도 이런 반응은 변하지 않아 레이는 조금 더 짓궂게 굴고 싶어졌다. 자신보다도 훨씬 작은 손을 잡아 끌아 끌어 입가로 가져간 레이가 메이의 눈을 응시하며 손가락에 입을 맞췄다.
“자, 이제 꿈나라로 갈 시간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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