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잔해
앙상블스타즈 언데드 드림
하카제 카오루는 부실에 잠자코 앉아서 핸드폰을 들여다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프로듀서가 포함되지 않은 언데드 그룹 방에는 최근 핸드폰 다루는 법을 열심히 배운 아도니스의 인증사진이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톡톡, 책상을 손으로 두드리던 카오루는 벌컥 열리는 문에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문 쪽을 응시했다. “앗, 멩쨩!” “어라. 선배, 오늘은
레이는 얌전히 있으라는 메이의 말에 몸을 바로 했다. 잠에서 깬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직 정신이 깨어나지 않은 탓에 몸에 기운이 없는 탓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가 의자에 앉아있는 이유는 순전히 그의 뒤에 서 있는 메이 탓이었다. “역시 빨간색이 제일 예쁜 것 같기도 하고.” 메이는 신중하기 짝이 없는 목소리로 테이블 위에 늘어놓은 머리끈을
11월은 여러모로 행사가 많은 달이었다. 메이는 달력에 표시된 생일 표시를 살펴보며 용돈을 가늠했다. 왜 3학년들은 생일이 붙어있는 것일까. 한 명은 10월이나 12월에 태어났어도 괜찮았던 게 아닐까? 이런 말도 안 되는 생각을 하던 메이는 책상 위로 엎어졌다. 사귀고 처음으로 맞는 기념일인데 역시 기억에 남을 만한 것을 선물하고 싶어진 탓이었다. “아!
드림 전력 「깜짝상자」 difference difference 1. 차이, 다름 (↔similarity) 2. (양의) 차이 사쿠마 레이는 생각했다. 감정에도 색이 보인다면 메이를 향한 자신의 마음은 아주 검고 붉은 색일 것이라고. 그렇다면 메이가 보는 자신에 대한 감정은 어떤 색일까, 아마 메이의 반짝이는 금빛 머리카락처럼 보기만 해도 기분이
시끌벅적했던 해적 페스티벌이 끝나고 노을도 하늘의 끝자락으로 밀려났을 때, 레이는 다 같이 바비큐를 하자며 시끌벅적 들뜬 이들의 목소리와 파도 소리를 배경 삼아 메이를 쳐다보고 있었다. 종아리를 스치는 원피스가 바닷물에 젖지 않게 다부지게도 잡아 올린 메이는 맨발로 바다를 거닐고 있었다. 다리를 스치는 파도가 제법 마음에 든 눈치였다. “아가씨.”
화이트데이 white day [명사] 1. 남성이 마음에 둔 여성에게 사탕 따위를 선물하며 사랑을 고백하는 날. 메이는 이 사실에 불만이 있었다. 왜 여자는 남자에게 초콜릿을 주었는데, 받는 것은 사탕인가. 초콜릿을 주었으면 초콜릿으로 갚는 것이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주먹을 불끈 쥐고 자신은 사탕보다 초콜릿이 더 좋다고 외치는 탓에 도저히 모르는 척하기
무엇이든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듯이, 연애도 첫 시작이 어렵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를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좋아하게 되고, 그 사람도 자신을 좋아할 확률이 얼마나 있을까. 투명하게 비치는 물과 다르게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다른 타인과 마음이 맞는 것은 제법 어려운 일이었다. “선배.” 자신을 바라보는 온화한 눈빛을 보고 있으면 더욱이 그러했다
※ 처음으로 언데드 무대 본 날에 대한 이야기! 찬란하다. 이 말 이외에 무엇이 무대 위의 아이돌을 지칭할 수 있을까. 화려한 무대 위에 더 빛나는 아이돌을 본 순간 메이는 숨을 빼앗기지 않을 수 없었다. 오감을 모두 빼앗겨 오로지 무대 위에 아이돌에게 열광하는 것만이 전부였다. “와…!” 처음 유메노사키에 전학하고 프로듀서 과에 편입하게 되었음에도
드림 전력 「깜짝상자」 손가락 ※ 졸업 후 언젠가의 미래시점, 동거중 메이는 푸른 눈동자를 빛내며 브라운관 너머를 응시하고 있었다. 어디서 찾아온 것인지 야광봉까지 쥐고 있는 것으로 보아 화면 속의 콘서트를 한창 즐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레이는 슬슬 잘 시간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돌아오지 않는 메이를 찾아 방을 나선 터라 거실 벽에 기대어 한껏 신이
사쿠마 레이는 요즘 고민이 생겼다. 남들이 들으면 비웃을지도 모를 고민이지만, 그에게는 제법 심각한 고민이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이 생길 것이라고 조금도 믿어 의심치 않았던 탓에 더 크게 와 닿았던 것이 틀림없다. 아무래도 언데드의 프로듀서가 더는 언데드를 덕질 하지 않는 것 같다. 이건 사쿠마 레이에게 있어서는 아주 크고 중요한 문제였다. “하아….”
※ 진짜 정말로 단지 사쿠마 레이의 존재가 야해서 29금 ※ R-19 하나도 없고 단지 키스를 함 ※ 졸업 후 언젠가의 미래시점, 동거중 콘서트가 끝난 뒤에도 메이는 한껏 달아올랐던 열기를 식히지 못했다. 마치 무대에 본인이 올랐던 것처럼 뒤풀이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한껏 들떠있어서, 무대 위의 ‘사쿠마 레이’가 얼마나 멋있었는지를 끊임없이 토
메이는 입술에 닿아오는 낯선 감촉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평소의 가벼운 입맞춤과는 다른 느낌이 났기 때문이었다. 파드득, 메이의 놀라는 기색에 감겨있던 눈이 떠지면서 붉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그…!” 간신히 터져 나온 말은 제대로 언어를 구사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로 어쩔 줄 몰라 하는 것을 보니, 레이는 메이의 상태
메이는 요즘 너무 자주 레이에게 뽀뽀하고 싶었다. 뽀뽀란 무엇인가. 뽀뽀 [명사] 볼이나 입술 따위에 입을 맞춤. 또는 그 일. 주로 어린아이에게 많이 쓴다. 굳이 머릿속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을까. 딱히 해서는 안 될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닌데. 싫으면 싫다고 말하지 않을까. 메이의 생각은 짧았고, 행동은 빨랐다. “선배, 귀 좀.” 레이는 의아해하면
최근의 메이는 이상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스스로가 이상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저번 그 일이 있었던 이후부터 '사쿠마 레이'를 보는 일이, 아니 생각하는 일이 버거웠다. 괜히 침대 위에서 버둥거리면서 어쩔 줄 몰라 하고, 꺄 하고 비명을 지르고 싶었다. 실제로 비명에 놀라 방으로 들어온 친오빠에게 아무 일도 아니라며 나가라고 등 떠민 지 며칠째,
메이는 자신의 시야를 가득 매운 레이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금방이라도 서로의 숨결이 닿을 것만 같은 거리는 처음이었다. 그동안 가까이에 섰던 적이 없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렇게 몸 전체가 밀착된 것은 그러했다. 손 밑으로 느껴지는 타인의 감촉은 이루 말하기 어려운 감각이었다. 귓가를 크게 울리던 심장 소리는 이제 몸 전체를 울리면서 손가락, 발가락 끝까지
드림 전력 「깜짝상자」 커튼 속 복도를 가로지르는 발소리에 레이는 곧 문이 열릴 것이라는 걸 예감했다. 벌컥,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과 함께 상기된 얼굴의 메이가 활짝 웃는 낯으로 경음부실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암막 커튼이 쳐진 경음부의 부실에 한 줄기의 빛이 들이차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로 그리 급하게 뛰어왔누?” 레이는 그리 물으며 옆에 놓
사쿠마 레이는 어렴풋이 잠에서 깨어났다. 슬슬 일어날 시간이 가까워진 탓도 있었지만, 반쯤 열려있는 관 안으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기 때문이었다. 경쾌한 발자국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익숙한 웃음소리에 굳이 눈을 뜨지 않고 나른함을 즐기던 레이는 재잘재잘 말을 이어가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선배, 일어나 있을까?" "헹, 흡혈귀 자식이 벌써 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