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 속
2019.12.08 / 앙상블 스타즈 - 사쿠마 레이 드림
드림 전력 「깜짝상자」
커튼 속
복도를 가로지르는 발소리에 레이는 곧 문이 열릴 것이라는 걸 예감했다. 벌컥, 소리를 내며 열리는 문과 함께 상기된 얼굴의 메이가 활짝 웃는 낯으로 경음부실에 발을 들이고 있었다.
암막 커튼이 쳐진 경음부의 부실에 한 줄기의 빛이 들이차는 순간이었다.
“무슨 일로 그리 급하게 뛰어왔누?”
레이는 그리 물으며 옆에 놓인 조명의 스위치를 켰고, 은은한 조명이 실내를 비췄다. 본인이야 괜찮다지만, 자주 덜렁거리며 그냥 바닥에서도 넘어지는 메이에게는 어두운 경음부실이란 다치기 위한 공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선배, 빨리 이쪽! 이쪽으로 와요!”
냉큼 레이의 앞으로 다가온 메이는 가방을 내던지듯이 올려놓고선 레이를 잡아끌었다. 메이의 힘으로 끌릴 레이가 아니었지만, 그는 순순히 메이가 하자는 데로 몸을 일으켰다. 이리 다급하게 뛰어온 것을 보면 급히 해야 할 일이 분명했다.
“빨리 여기 숨어요!”
암막 커튼의 끝자락을 잡고 그 안으로 들어가는 메이에 레이는 잠자코 그 뒤를 따랐다. 커튼 뒤로 그냥 숨는 것은 발이 보여 의미가 없으니 앞에 물건이 있는 곳을 택한 모양이었다.
“눈이 부시는 구먼.”
“아, 눈 아파요?”
“아픈 건 아닐세.”
두꺼운 커튼의 뒷면에는 찬란한 노을이 내려앉아 있었다. 아무래도 먼지가 많은 구석인지라 나가면 필시 먼지를 털어야 할 것으로 보였다. 메이는 그런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좀 더 구겨 넣었다.
“그렇게까지 들어갈 필요는 없을 걸세.”
“아, 그러네요!”
메이는 다시 몸을 빼냈다. 레이는 물러서지 않았고, 메이는 다가왔으니 두 사람의 거리가 가까워졌다. 평소에도 거리낌 없이 팔을 잡거나 하는 편이어서 그런지 서로 불편함을 느끼거나 하지 않았다.
“멍멍이와 무슨 일이라도 있었누?”
“일이라기보다는…!”
누군가의 발소리, 문이 열리는 소리에 깜짝 놀란 메이가 비틀하며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줄어들었다. 줄어들다 못해 메이는 레이의 가슴팍에 코를 박았다. 약간의 통증에 절로 이마가 찌푸려졌다.
“괜찮누…?”
엄청나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긴 했지만, 혹시 코가에게 목소리가 들릴까 싶어서 메이는 말로 대답하는 대신에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프다는 표시에 레이가 쓰게 웃었다.
턱 밑을 간질이는 머리카락과 가슴팍에 와 닿는 숨결은 묘한 감정을 자아내기에는 충분했다. 자신이 숨을 내뱉을 때마다 노을을 머금은 머리카락이 미약하게나마 흔들렸다.
“야, 없냐?”
메이를 찾는 코가의 목소리에 메이의 어깨가 들썩였다. 놀라게 할 생각으로 커튼 뒤로 온 것이 분명했지만, 지금 이 상황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모양이었다.
“뭐야, 벌써 갔나.”
켜져 있는 조명의 스위치를 끄는 소리와 함께 발소리, 문이 열렸다 닫히는 소리가 나고 나서야 메이는 말을 내뱉었다.
“아! 장난치는 거 잊었다.”
“…역시 잊은 거였구먼.”
“선배라도 해주지 그랬어요.”
“다음에는 그렇게 하겠네.”
조용히 하라고 한 것은 메이 쪽이긴 했지만, 레이는 굳이 그것을 지적할 생각은 없었다. 놀리고자 하는 대상은 벌써 가버렸으니 이제는 이곳에서 나와야 할 시간이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게.”
“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레이는 메이를 믿지 않았다. 정확하게는 메이의 몸을 믿지 않았다. 아무것도 없는 바닥에 혼자 넘어지거나 잠시만 눈을 떼도 어디 가서 박아올지 모르는 메이를 그냥 둘 리가 없었다.
“코는?”
“네, 괜찮아졌어요. 박은 티 나요?”
“괜찮네.”
약간 빨간 것 같기도 했지만, 박았다는 것을 알아야 알 정도이긴 했다. 메이는 내던졌던 가방을 챙겨서는 레이를 향해 돌아섰다.
“놀리는 건 실패했지만, 연습은 해야죠!”
“…암, 그렇고말고. 그 전에 해야 할 일이 있네.”
“뭐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는 메이에 레이는 먼지가 묻은 교복을 가리켰다. 자신이야 바지 정도지만 안에까지 들어갔다 나온 메이는 등이 엉망이었다.
“앗, 많아요?”
“잠깐이면 될 걸세.”
레이는 순순히 자신의 등을 맡기는 메이에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의 이 친밀한 관계가 좋은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자신을 편하게 대하는 것은 좋다. 하지만, 이성적인 긴장감이 전혀 없다면 그것은 문제였다. 조심스러운 손길로 먼지를 털어낸 레이가 먼저 부실의 문을 열었다.
“그래도 어두우니 말일세.”
커튼이 열려져 빛이 들어오긴 했지만, 부실을 환하게 비출 정도는 아니었던 터라, 복도에서 들어오는 빛이 나가는 길을 밝혔다.
“자, 빛으로 나가세.”
레이는 메이를 향해 손을 내밀었고, 메이는 아무렇지도 않게 레이가 내민 손 위에 자신의 손을 겹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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